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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고속화도로 건설되면 진위는 4등분 됩니다
안노연 기자 | 승인 2019.06.12 15:26

지하화 원하는 여론, 지역이기주의 아닌 절박함의 문제

이대로는 진위지역 인구감소와 도시 퇴행 피할 수 없어

권병필 진위면이장협의회 회장이 동부고속화도로 건설에 따른 문제점과 주민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평택시민신문] 평택시는 올해 4월, 인구 50만을 넘어서며 대도시 대열에 합류했다.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특별시와 광역시를 빼곤 16번째이고 경기도 31개 시군 중 10번째로 50만 인구 도시가 됐다. 평택시는 삼성전자 고덕캠퍼스, 소사벌·고덕신도시 택지 개발사업 등과 더불어 오랫동안 표류하던 브레인시티 사업이 지난달 조성사업 기공식을 가지면서 언뜻 지역개발이 호재를 맞이한 듯 보인다. 하지만 같은 평택 안에서도 도시발전의 수혜와는 거리가 멀뿐더러 인구마저 감소하는 지역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 아래 평택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당해왔다고 주장하는 진위면 주민들이 최근 동부고속화도로 사업 추진에 반대 목소리를 강력하게 내고 있다. 평택동부고속화도로는 평택 동부를 관통하는, 용이동에서 진위 갈곶리에 이르는 15.37km의 도로로 속도는 시속 90킬로에 달한다. 차선은 4~6차선에 이르는데 소사벌지구 및 고덕국제화지구 등 평택의 대규모 택지개발로 증가되는 교통의 흡수‧분산 필요성과 진위산업단지 등 주변 산업단지 발생 물동량 처리 필요성에 따라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권병필 진위면이장협의회 회장을 만나 평택동부고속화도로 건설을 반대하는 진위면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평택에서 한 많은 진위면

“진위는 원래 농촌지역입니다. 지금도 하우스 오이 농사를 많이 짓지만 한때는 장미꽃과 오이를 많이 재배해 전국에서도 이름 있는 농업 특산지였어요. 지금 우리는 20여 년 전에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만들어진 진위에서 살고 있는 거죠. 그런데 저희 진위면이 한이 많아요.”

권병필 회장은 그동안 진위면이 평택내에서 지속적으로 소외를 당해온 지역이라고 설명하며 말문을 열었다.

“현재 진위면은 상수원보호구역입니다. 진위천을 통해 평택시 전역에 물을 공급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지만 개인들은 집 하나를 마음대로 지을 수가 없고요 어마어마한 항공기 소음에도 시달립니다. 소음 보상을 받고 있는 신리와 하북2리가 있지만 보상조차 못 받고 있는 다른 지역도 군소음을 겪기는 마찬가지”라며 특히 군 훈련기간 중에는 생활이 어려울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진위면 유원지에 20~30억씩 투자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사실 빼앗긴 것입니다. 어릴 때 물장구치고 물고기 잡고 놀던 개천에 이제는 돈 내고 입장해야 합니다. 행사 때 주차 관리하는 해병대전우회 회원분들한테 진위천에 놀러오는 분들이 어디 사는 사람들이냐고 물어보곤 합니다. 안양, 수원 등 여러 곳에서 온다는데 정작 진위에 사는 주민은 없어요. 오히려 사람들로 붐비다 보니 농사철에 농기계 통과시키기도 힘들”어 진위천 개발이 농사일도 불편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진위에 LG산업단지가 들어와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농지를 수용해서 부동산을 놀리고 있어요. 지역주민들 농지 대부분이 수용됐지만 받은 보상금으로는 인근 땅을 다시 살 수가 없어요. 진위면에서 농사짓는 분들 대부분이 80대예요. 그분들이 외지에 나가서 땅을 사서 농사를 지을 수가 없는 거예요. 인생 백세시대라는데 앞으로 그분들은 어떻게 살아야합니까?”라며 “지역개발이 주민들을 평택 밖으로 내몰고 있다”고 억울해했다.

권병필 회장은 진위면이 당면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이야기했다. 이장으로서 그간 지역의 변화를 지켜봐온 그가 말하는 걱정은 괜한 것이 아니다. 북부지역은 현재 인구증가가 정체된 상황으로 10여 년 전만 해도 1만6000명을 바라보던 진위면의 인구는 현재 1만2000명대로 감소했다. “진위가 과연 어디로 가야될 것인가 큰 문제입니다. 이대로 가면 진위 인구 감소는 돌이킬 수 없고 도시가 퇴보돼 생활할 수 있는 기능을 상실합니다.”

 

도로로 네 동강 나는 마을

진위면이 동부고속화도로 건설을 반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부터이나 본격적인 활동은 올해부터 했다. 작년 초 평택시의 갑작스런 주민설명회 이후, 동부고속화도로가 지나는 평택 용이동에서 진위 구간 지역민들이 모여 평택동부고속화도로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꾸렸을 때만해도 심각성을 크게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평택시는 6~8미터 높이로 토루를 쌓아 동부고속화도로를 개설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북, 진위역에서 남사까지 가는 도로가 새로 개설될 예정으로 있습니다. 그 도로가 동부고속화도로와 연결되면 사실상 토성으로 진위가 4등분 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우리 이야기의 진정성을 믿어주지 않아 답답합니다.”

진위면 주민들의 반대는 단순히 비산먼지와 소음, 분진 만을 근거로 하는 것이 아니다. 도로가 완공되면 진위는 8미터 높이의 토루로 농경지와 자연취락이 4등분 되고 그에 따른 지역적 불균형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단순히 도로 만드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화장장‧소각장 등 필요한 시설이 없다면 시민들이 손해를 봅니다. 하지만 6~8미터 높이로 도시를 완전히 바꾸는 도로는 그런 시설과 다르고 그런 계획에 대해 주민들에게 사전 협조를 구하지 않았고 최근 평택시가 동부고속화도로 사업추진 실시협약을 맺었다는데 주민설명회도 개최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는 권회장은 “동부고속화도로가 지나는 다른 지역처럼 지하화를 해달라는 것이고, 지하화가 어렵다면 토루 대신 고가로 건설해달라는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권병필 회장을 통해 듣는 진위지역 주민들의 서운함은 크다. “동부고속화도로는 진위면 주민을 위한 도로가 아니고 삼성 등 산업단지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위해 건설되는 도로라는 것이 주민들 생각입니다. 왜 진위만 희생해야 하는 건지, 그 사람들만 사람이고 우리는 사람도 아니냐”는 말로 지역민들이 소외감을 표현한다고도 했다.

 

철도보다 무서운 도로

올해 3월, 진위면 주민들은 1414명의 진정서를 모아 시청에 제출했다고 한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지하화 불가와 비산먼지‧소음‧분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 권병필 회장은 현재 주민들이 150개의 건설반대 현수막을 게시했으며, 추가적으로 150개의 현수막을 더 게시할 계획이라며 시의회, 시청에 대한 항의방문과 함께 농기계로 시가행진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부화고속도로는 평택시에 필요합니다. 저희가 도로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닌데 시민들은 진위지역이 자신의 욕심만 챙긴다고 험담하고 있어요. 하지만 어려서부터 배우기를 철도가 지나가면 도시가 이원화된다고 했어요. 이건 철도보다 무서운 도로예요. 작은 진위면이 4등분되는 아픔을 겪고, 지금보다 인구가 더 줄어들면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동부고속화도로 건설 이후의 모습을 떠올리는 권병필 회장은 말을 잇지 못했다.

한동안 차를 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힌 권회장은 “평택에서 진위는 변방이라 시민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소외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며 “평택 시민들이 진위면 주민들이 지역이기주의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기능을 상실하느냐 마느냐의 절박함 속에서 현재 동부고속화도로 건설 계획을 반대하는 것을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로건설 반대가 단순히 특정 지역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도시발전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경제성과 필요의 급박함을 이유로 지하화가 어렵다는 평택시의 주장이 비합리적이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진위면 주민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단순히 경제성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안노연 기자  webmaster@pt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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