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력 키워 삶의 지평 넓혀가길”

사찰음식 대가에서 평택불교 세계화 앞장

석가탄신일 맞아 시민의 건강과 행복 발원

[평택시민신문] “무엇을 먹는지 말하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 18세기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 샤바랭의 말이다. 먹는 것이 곧 그 사람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동서고금 구도자들은 섭생에 신경써왔다. 특히 대승불교에서는 재배부터 상 치우기까지 모든 과정을 하나의 수행으로 여기며 음식의 청정함을 중시했다. 오늘날 사찰음식이 건강한 먹거리로 국내외적 조명을 받는 이유다. 이에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한국의 대표 사찰음식 전문가로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평택불교사암연합회 회장이자 수도사의 주지스님인 적문 스님을 <평택시민신문>이 만났다.

사찰음식 대가로서 수도사 이끌어

“탁!탁!탁!” 장군죽비 소리가 울려퍼진다. 참선 지도 중인 적문 스님을 수도사 원효대사 깨달음 체험관에서 만날 수 있었다. 포승 수도사는 원효대사가 해골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은 오도처로 알려진 곳이다. 2006년 발표된 단국대 매장문화재연구소의 보고서도 수도암지를 오도처로 추정한다. 이곳에 원효대사 깨달음 체험관이 건립된 이유이다. 원효대사와 수도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셈.

“원효대사께서 수도사와 인연을 맺었다는 것이 수도사의 큰 자랑입니다.” 적문 스님은 웃으며 체험관이 아직 전국적으로 알려지지 못한 것 같다며 앞으로 집중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님의 겸손한 이야기와 달리 수도사는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사찰이다. 바로 대한불교 조계종이 지정한 사찰음식 특화사찰.

“전국에서 조계종이 지정한 사찰음식 특화사찰이 13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수도사죠.” 적문 스님은 선재‧홍승‧대안‧운아 스님 등과 더불어 사찰음식 대가로 손꼽힌다. 사찰음식을 연구‧강의한지도 벌써 30여년이 돼 현재 94기 수강생들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쳐 간 제자들만 벌써 2만여명이 넘어간다. 푸드스타일리스트 정신우와 스타 셰프 이원일도 스님으로부터 사찰음식을 전수 받은 제자다.

현재 스님은 4월부터 원정리 주민 16명을 대상으로 거의 무료로 사찰음식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이 가정에서 조리하거나 창업‧취직하는 데에 도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이다. “종단에서는 사찰음식지도자자격증을 개설해 전문가에게 1년 이상 배우면 자격시험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원정리 주민분들의 기본과정이 끝나면 1년 심화과정으로 연계해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심층적으로 지도해드릴 생각이에요.”

 

자료 하나 없이 시작해 권위자가 되기까지

적문 스님은 주지스님의 권유로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출가했다고 말했다. “어린 마음에 완도 섬에 처박혀있다가는 뱃사람 밖에 안되겠다고 생각했죠. 주지스님께서 공부해 뭍으로 나가고 싶다면 스님이 되는 것이 좋겠다며 중학교 때부터 머리 깎고 중‧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을 전부 절에서 다녔어요.”

처음에는 상급학교에 진학할 목적으로 출가했지만 결국 갈등하는 마음의 끈을 잡고 승려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세속 나이가 예순둘이니까 벌써 52년 간 절밥을 먹은 거죠.”

적문 스님의 사찰음식과의 깊은 인연은 승가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님은 학보사 기자로 불교문화를 취재하게 됐으나 자료가 전무했다고 한다. 승복의 경우 숙명여대에서 나온 석사학위 논문 하나였다고. “논문 후기 마지막에 ‘이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그랬더라고요. 크리스천이 스님들께 자료를 받아 논문을 만든 거예요. 또 사찰음식 기사를 쓰려고 보니 이건 진짜 (자료가) 없더라고요. 이럴 수가 있나, 이건 맨땅에 헤딩도 유분수지.”

당시 현실에 개탄한 스님은 동아리를 결성, 서울 신당동에 월세로 연구소를 얻고 1992년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를 발족했다. 이후 적문 스님은 실태조사와 연구를 병행해 1993년 결과를 발표했고 주요 일간지에 이것이 보도되며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현재 스님의 명성은 해외까지 알려졌다. 미국 요리전문학교(CIA)에서의 강의를 비롯해 일본, 홍콩, 영국,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세계 널리 사찰음식을 알리는 중이다.

5월 2일 수도사를 방문한 평택시자원봉사센터 봉사자들에게 적문 스님이 참선 지도를 하고 있다.

세계와 함께하는 평택불교를 위해

“사찰의 종파와 상관없이 지역 시민들과 소통하고 화합하는 종교단체죠.”

적문 스님은 지난 2017년 10월 재출범한 평택불교사암연합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현재 연합회는 봉축 법요식, 공양미 전달 등 시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으로 평택불교 중흥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석가탄신일 봉축 법요식도 연합회에서 준비한 것. 적문스님은 ‘소통과 화합은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이루어진다’며 내년에는 공양미 전달뿐만이 아니라 지역 청소년 장학금 전달 등 부처님의 자비 정신을 실천할 계획이라 이야기했다.

“올해 평택불교연합회에서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는 ‘세계와 함께하는 평택불교’에요. 불교를 하나의 문화로 세계인들에게 전파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올해 불교문화, 혜초대사와 원효대사의 사상과 철학을 폭넓고 심도 있게 조명하는 한 해가 돼야한다 생각합니다.”

적문 스님은 올해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을 시작으로 5월 평택경찰서 봉축 법요식, 9월 평택시민과 함께하는 사찰음식 대축제, 12월 동지축제 등 불교계에서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평택에 국내외 석학들을 초청해 제2회 원효대사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과 비전을 이야기하는 스님의 얼굴에 열정과 자신감이 묻어난다.

 

부처님 오신 날 맞아 시민의 행복 발원

적문 스님의 일과는 새벽 3시에 시작하지만 사찰 살림 책임자로, 사암연합회장으로 그리고 사찰음식전문가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님에게 바람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적문스님은 앞으로 평택불교사암연합회가 활성화되고 포승읍 호암마을이 원효마을로 외적으로 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도 변화하는 것 그리고 평택시민이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적문스님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평택시민 모두가 삶의 지평을 넓힐 수 있기를 발원한다고 말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시민분들께서 끊임없이 통찰력과 관찰력을 키워 삶 지평을 넓힐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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