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교당 발령 3년차 접어든 박신유 교무

28일 대각개교절 맞아 지역사회 상생 기원

[평택시민신문] 원(일원상)을 교리의 상징으로 하는 원불교는 일반인들에게 원처럼 막힘없이 무장무애하고 화합하며 무언가 따뜻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흰 저고리, 검정 치마 차림의 사제, ‘교무’도 일반인들에게는 원불교를 떠올리는 하나의 상징이다. 원불교에 있어 2019년은 법인성사 10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이다. 이에 오는 4월 28일 원불교 창교기념일인 대각개교절 준비로 한창 바쁜 평택교당 박신유 교무를 만나 법인성사 100주년과 평택교당 행사에 대해 들어보았다.
 

불교와 다르다

“원불교는 일원상의 진리를 깨닫고 실천하는 가르침이라고 해야 되나, 종교죠(웃음)”

박신유 교무는 원불교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는 질문에 환히 웃으며 답했다. 언뜻 불교를 연상하게 하는 이름에 삭발하고 잿빛 장삼을 걸친 승려를 떠올릴 수 있지만 원불교의 여성 교무인 정녀의 평상복은 단아한 한복이다.

일원상(一圓相)이라고 하는 것은 원불교를 대표하는 원 모양의 상징이다. 즉, ‘원불교 신앙의 대상’이자 ‘수행의 표본’으로 교조 소태산이 도달한 깨달음을 표현한 것. 그렇다면 원불교가 추구하는 가치란 무엇일까? 박 교무는 원불교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평화 안락한 낙원세계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대상은 인류를 넘어 일체 생령, 즉 생명이 있는 모든 것 그리고 더 나아가 바위 같은 무정물까지 포함한다. 원불교 교계가 탈핵 등 환경운동에 적극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심사상을 보면 기존의 종교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원불교지만 이름으로 인해 종종 불교의 한 종파로 오해받기도 한다. 박 교무는 원불교는 유불선 세 종교를 통합한 의미가 크고 교조 당대에는 오히려 도교·유교에 더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이름자체가 원불교니까 불교하고 관계가 있나 생각하는데 원불교는 사실 일원의 진리를 깨닫는 종교거든요. 한자 불(佛)을 ‘깨달을 불’이 아니라 ‘부처 불’로 읽어 혼동을 하는 것이죠. 그러나 말씀드리는 바와 같이 원불교는 유불선이 통합·활용된 종교입니다.”

 

올해는 법인성사 100주년 맞는 의미 있는 해

“매년 4월 28일 대각개교절은 우리 교조,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대종사가 큰 깨달음을 얻으신 날입니다. 원불교가 열린 날임과 동시에 모든 출가, 재가 교도들의 공동 생일입니다”

4월 28일은 원불교의 창교의 기념일인 대각개교절로 육신의 생일과는 다른 교도 모두의 생일로 기념한다. 대각개교절은 올해로 104주년을 맞이한다. 또한 올해는 원불교에 있어 법인성사 10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이기도 하다. 법인성사란 교조 박중빈의 제자 9인이 자결을 각오하고 도탄에 빠진 세상을 구하고 중생제도를 서원하는 기도를 올리고자 백지에 지장을 찍었는데, 혈인이 나타난 사건을 말한다. “인주를 찍지 않고 지장을 찍었는데 거기에서 혈인이 나왔다는 것이죠. 이것은 보통의 사건이 아니잖아요? 법계, 즉 진리계로부터 우리는 인증을 받았다, (기도한 제자 9인)새로 태어났다 그런 의미가 부여되죠.”

박 교무는 대각개교절을 맞아 여러 사람들이 교당에 온다면 좋겠지만 초청하지 않는 이상 잘 오지 않는다며 이번 대각개교절에는 주변의 이웃들과 지인들을 초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 같이 식사도 하고, 참석자들을 위한 작은 이벤트와 경품도 준비해두었다고. “주변 이웃들이 많이 오셔서 함께 축하하고, 축하받을 일 있으시면 같이 나누고 소통하는 정다운 이웃이 되면 좋겠습니다.”
 

쓸쓸할 틈 없이 바쁘지만 지금 있는 곳이 선경

“교무는 교화의 사명을 띠고 교당에 파견된 교역자에요. 기독교 목사님이나 스님, 신부님과 같은 성직자죠.”

박신유 교무가 원불교로 출가를 결심한 계기는 무엇일까? 다수의 교도들이 모태신앙으로 원불교를 택하듯이 박신유 교무도 원불교 집안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청소년기 평범한 삶에 대한 회의와 다른 삶에 대한 추구에서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에 진학해 교무가 됐다고 한다. 원불교는 불교와 달리 출가 후에도 가족들과 연락을 할 수는 있지만 수행에 방해가 되기에 행사 때 얼굴 한 번 비치는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박 교무는 성직자의 길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다고 한다. “성직자로서의 힘듦은 잘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요. 낙천적이라 뭘 오래 끌지 않고 잘 훌훌 터는 성격이죠.”

다른 종교의 성직자들과 마찬가지로 교무의 일과는 바쁘다. 박 교무의 일과는 4시 50분에 기상해 조석심고와 좌선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전에는 수양정진하고 오후에는 교당 업무, 저녁에는 염불과 참회반성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외에도 일요일 법회 준비와 매월 진행하는 월초기도, 보은기도, 수요일 요가·교리수업 준비까지 생각하면 하루 24시간이 빠듯하다. “쓸쓸할 시간이 없어요. 오히려 시간이 없어 개인적인 수행을 못해서 염려되죠(웃음).”

박 교무는 바쁜 일과로 오래 머물러 있을 순 없어도 수행 도중 삼매를 경험하면 앉아 있는 그곳이 선경이라고 말했다. “원불교 수행의 표어는 무시무처선이에요. 선을 정해져 있는 시간과 곳에 따라 하는 게 아니라,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선을 할 수 있는 것.”

 

주변 이웃들과 따뜻한 정 나누고파

원불교 평택교당이 설립된 지 43년이 지났다. 평택교당은 1966년 비전리에 처음 세워졌고 6년 후 합정리로 이전, 지금의 합정동 교당은 1999년에 건축됐다. 현재 400여명의 교도가 있으며 그동안 총 10명의 교무가 거쳐 갔다. 박 교무는 평택 교당의 제11대 교무로 올해 평택 발령 3년차이다. 박 교무는 현재 지역에서 교도와 비교도를 대상으로 상담자 역할을 하며 위기가정을 발굴해 정신적·물질적 지원을 하고 있다.

“저는 종교가 결국은 평등세상을 지향해야 된다고 봐요. 모두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은데 빈부격차가 심하다 보니 늘 문제가 생기잖아요. 부유한 사람들이 희사를 많이 해서 그걸 나눌 수 있도록 그런 역할을 저희가 해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교리 자체도 그렇고요.”

현재 평택 교당에서는 환경보호 차원에서 아나바다 운동을 통해 물품 재사용을 실천하고 있으며, 먹거리 판매 수익금으로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에 김치와 반찬을 나누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박 교무는 교역자가 한 명뿐이라 지역사회 봉사를 많이 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지역의 다른 여러 단체, 종교와 연대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실제로 원불교는 다른 종교와의 유화적인 관계를 자랑한다. 박 교무도 과거 타종교와의 다양한 교류 경험들을 이야기했다. “청주에 있을 때는 목사님들과도 친했어요. 크리스마스에 예배도 같이 하고, 식사도 같이 하고, 목사님이 우리 교당에 오셔서 도덕경 강의도 하셨어요(웃음).”

박 교무는 중앙총부 정화단 사무처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비구니, 수녀, 정녀가 모인 여성 수도자 모임인 삼소회 활동으로 KBS에서 북한 어린이돕기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평택에서도 기회가 된다면 불교, 성공회와 교류하며 종교 간 교류와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싶다며 앞으로의 바람을 밝혔다.

“앞으로 함께 연대해 어려운 이들을 돕고 서로 넘나들며 좋은 것을 나누는 따뜻한 지역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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