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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속을 걸으며: ‘흙폭풍(Dust Bowl)’과 미국의 대응
평택시민신문 | 승인 2019.04.10 13:59
김남균
평택대 미국학 교수

[평택시민신문] 1935년 4월 14일 일요일, ‘흙폭풍(Dust Bowl)’이 미국 뉴욕을 비롯한 동부의 주요 도시를 뒤덮었다. 미국 동부에 살던 주민들에게는 처음 겪는 흙폭풍이었다. 흙폭풍의 진원지는 텍사스, 오클라호마, 캔자스, 콜로라도 주 등 미국 남서부 대평원이었다. 흙폭풍 진원지의 주민들은 외출이 불가능했다. 수 미터 앞도 보이지 않아 밖에 있는 화장실까지 줄을 매 놓고 그것을 붙잡고 다녀야 했다. 흙폭풍이 몰고 온 흙과 모래는 차와 집을 덮고, 모래구릉을 만들었다. 천으로 창틈까지 막았으나 흙먼지를 막지는 못했다. 집 안은 온통 흙먼지로 뒤덮였다. 언론은 당일의 재난을 “검은 일요일(Black Sunday)”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흙폭풍이 그 날 하루만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남서부지역에서는 1930년 이래 수년 째 이어진 흙폭풍으로 수 백 만 명의 주민들이 타 지역으로 이주하고 있었다. 미국은 역사상 최악의 자연 재앙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196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의 소설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는 흙폭풍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인 조드(Joad) 가족은 계속된 가뭄과 그에 따른 흙폭풍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 오클라호마 주에서 농사를 짓던 조드 가족은 트럭 한 대에 남은 가재도구를 싣고 캘리포니아 주의 베이커스필드를 향해 길을 떠났다. 도중에 조부모가 사망하는 시련을 겪으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낙원이 아니었다. 조드 가족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과수원 일로는 끼니도 해결하기 어려웠다.

지금의 미국인들에게 흙폭풍은 낯선 현상이다. 그러나 1930년부터 1940년까지 10년 동안 미국은 심각한 흙폭풍을 경험했다. 원인은 사람에게 있었다. 미국 남서부는 미국에서 가장 늦게 개발된 지역이었다. 19세기에는 넓은 야생 초지를 이용해 소나 말을 길렀다. 덥고 강수량이 적은데다 토질까지 단단해 농사가 어려운 지역이었다. 그런데 1920년대 트랙터와 콤바인 같은 신형 농기계가 보급되면서 남서부 지역의 농업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농민들은 농사를 짓지 않던 야생풀 서식지도 갈아엎고 옥수수를 심기 시작했다. 마침 1919년 1차 대전이 종식된 후 유럽은 미국의 곡물을 대량 소비하고 있었다. 곡물가격이 오르자 농민들은 농토를 마구 확장해갔다.

문제는 야생풀 서식지가 사라지면서 시작되었다. 야생풀은 해당 지역의 자연조건에 맞게 뿌리를 깊이 내려 여름 가뭄을 견디어냈다. 지표를 덮고 있던 야생풀 덕분에 토양의 수분도 오래 보존되었다. 그런데 1930년부터 심한 가뭄이 시작되었다. 가뭄에도 농민들은 트랙터로 밭을 갈았다. ‘밭을 갈면 비가 온다.’는 미국 속담이 있다. 그러나 갈아 놓은 땅에 비가 오지 않자 흙먼지가 바람에 날리기 시작했다. 강풍이 불면서 흙먼지는 흙폭풍으로 변했다. 처음에는 남서부 지역에만 흙폭풍이 영향을 주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었다. 특히 텍사스, 오클라호마, 캔자스, 콜로라도 주가 맞닿은 지역은 최악의 진원지였다. 해당 지역의 피해는 농업뿐만이 아니었다. 흙먼지로 인한 폐렴과 폐결핵 환자가 급증했다.

흙폭풍이 심해지자 연방정부가 적극 나섰다. 1933년 시작된 프랭클린 루즈벨트 행정부는 취임 초부터 남서부 지역의 흙폭풍을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정부는 흙폭풍 진원지에 나무를 심도록 했다. 해당 지역에 2억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토양이 바람에 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농지 주변에 방풍림(shelterbelt)을 조성했고, 밭을 일직선으로 갈지 않고 구부러지게 가는 새로운 밭갈이 방식도 보급했다. 농지로 변한 야생풀 서식지는 대규모로 환원시켰다. 거기다 1940년이 되자 비가 오면서 긴 가뭄이 풀렸다. 자연스럽게 흙폭풍 문제도 해결되었다. 지금 미국 남서부 대평원 지역에 가면 끝없이 넓은 숲과 초지를 볼 수 있다. 흙폭풍은 역사만 기억할 뿐이다.

4월이다. 봄꽃이 만발했다. 하지만 외출이 썩 내키지 않는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평택과 주변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최악의 미세먼지 피해지역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있지만 외부 지역으로 부터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더 많다고 한다. 해당 지역 차원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제 곧 중국발 황사까지 겹친다면 우리는 올 봄 몇 번이나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을지 걱정이다. 대책은 무엇일까? 그저 자주 비가 오기만 기다려야 할까?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미세먼지대책에 나서야 한다. 봄꽃을 보며 편한 마음으로 걷고 싶다.

※외부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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