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재능으로 한 생명이 건강을 얻을 수 있다면

언어든 형편이든 그 어떤 것도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의료 사각지대를 찾아 해외 봉사 펼치는

평택의 슈바이처, 김병근 박애병원 병원장

 

[평택시민신문] 평택시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들 중, 의료기관으로서는 절대적으로 빠질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바로 평택동에 위치한 ‘박애병원’이다.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사랑한다’는 박애(博愛)의 의미처럼 1957년 개원 이후 반백년이 넘는 시간동안 정직한 진료와 전인적 치유에 힘써온 박애병원의 중심에는 의료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환우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김병근 병원장이 있다. 박애병원을 운영하는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의료의 사각지대로 달려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김병근 병원장을 <평택시민신문>이 만나봤다.

1988년 필리핀 시작으로 30년간 해외 의료 봉사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인 의료인의 길에 접어들면서 김병근 병원장은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참된 의술을 실천하고자 매순간 노력해왔다. 여느 정형외과 의사들처럼 새벽까지 이어지는 수술과 응급 콜, 진료로 하루 24시간을 정신없이 보내기 일쑤. 그런 강행군의 일정 속에서도 늘 환우와 함께 일하는 동료를 먼저 배려하는 것이 김 병원장의 일상이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지난 2007년 박애병원 이사장으로 취임, ‘평택의 주치의’라는 묵직한 관을 머리에 얹게 되었다.

김 병원장의 첫 해외 의료봉사는 1988년 필리핀에서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국내에도 의사나 의료시설이 전무한 곳이 많았고, 해마다 이런 무의촌에 의료봉사를 다녔다. 때 마침 해외 의료봉사의 기회가 있어 동참한 것이 바로 필리핀이었다.

김 병원장은 “처음으로 해외 의료봉사를 다녀왔을 때 나의 재능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앞으로 삶에서 큰 업적을 남기는 것보다도 작은 순간에도 행복과 보람을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해외 의료봉사를 통해 삶의 방향 지도를 얻은 김 병원장은 이후 러시아, 필리핀, 미얀마, 남인도 및 북인도의 여러 나라, 파키스탄,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등 의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의료 사각지대를 중심으로 해외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절박한 환자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가슴 무너져

마음이 맞는 박애병원 직원들과 함께 힘을 모아 지금은 정기적인 해외 의료봉사를 실천하는 김병근 병원장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미안야 의료봉사를 기억에 남는 곳으로 꼽았다.

아이들의 까만 눈동자, 한 번의 진료와 밥 한 끼 해결하기 위해 이틀을 꼬박 걸어온 사람들이 봉사현장을 가득 채울 때 그 안타까운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그래서 1년에 적어도 두 번 정도는 직원들과 함께 미얀마로 향하고 미얀마의 의료진과도 협진 체계를 마련하여 적극적인 의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김 병원장은 “한국 같으면 간단한 수술로 환우가 회복되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임에도 의료 환경이 열악하여 도움이 되지 못할 때가 많다”며 “수술로 툭 떼어내기만 하면 될 것 같은 지방종 하나가 아이의 얼굴을 온통 덮어버린 모습을 봤을 때, 조속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실명한 엄마를 만났을 때, 제대로 먹지도 못해 앙상하게 마른 아이들을 볼 때면 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안타까운 환경 속에서도 의료인으로서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일도 많다. 잠을 못잘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던 환우가 치료 덕분에 고통 속에서 해방되는 모습을 볼 때 그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차다고 한다.

한 번은 몽골에서 척추 신경 손상으로 걷지 못하는 환우를, 김 병원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박애병원에서 수술을 진행, 완치되어 고국으로 돌아가게 한 일도 있는데 이 또한 마음속에 새겨진 훈장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러한 극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그저 멀리서 온 의사를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병이 나은 듯 환한 미소를 보여주는 환우들을 마주할 때마다 의료인으로의 사명감과 보람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고 김 병원장은 말했다.

 

지역사회를 향한 봉사도 빈틈없이 섬세하게

해외 봉사활동 만큼이나 ‘참 좋은 친구’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빈틈없이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김병근 병원장.

2012년 로봇 인공관절 수술 장비 도입 이후 경기도 및 사랑의 열매 공동 모금회와 협약하여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있고, 이를 통해 지금까지 약 500여명의 환자가 무료 수술 및 간병비 지원의 혜택을 받았다.

특히 지역 내 문화 나눔에도 동참하여 박애병원 내에서도 연2회 이상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 평택 내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 고등학생들이 공연을 하고, 그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후원하기도 하며 유명한 성악가나 연주가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민 노래자랑, 평택시 합창단 정기연주회, 평택시 소년소녀 합창단 공연, 평택·안성 글로리 심포니오케스트라 등을 후원하고 직원들과 함께 관람도 하며 문화 나눔을 솔선수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여 인류 건강에 기여하고파

의료 낙후지역에 봉사를 자주 다니는 만큼, 한국의 선진 의료 환경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는 김병근 병원장은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여 평택시민은 물론 인류의 건강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병원장은 “병원 진료 접근성이 좋고, 비용이 저렴한 한국의 의료 환경은 선진국들 사이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이며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한국의 의료기술을 배우기 위해 연수를 오고 있다”며 “다만 현재의 의료 수가체계가 새로운 의료서비스와 상충하여 병원 입장에서 재정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환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관계기관의 이해와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오는 4월에 또 다시 로힝야 난민지역으로

박애병원 병원장이자 개인적으로 한국 대학생선교회 아가페의료봉사단의 회장을 겸직하고 있는 김병근 병원장은 해외 병원 운영은 물론 전 세계 10여 개국의 해외 단기의료선교봉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벌써 2번의 봉사를 다녀왔고, 내년 설 연휴까지 7~8번의 추가 봉사 계획까지 이미 세워져있는 상태다.

오는 4월에는 박애병원 직원들과 난민촌 의료봉사에 나설 예정인데 장소는 국민들 대부분이 무슬림인 방글라데시 로힝야 지역이다.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난민들이 주를 이루고 있음에도 폭력과 범죄가 끊이지 않는 로힝야는 아무리 의료진이라도 선뜻 봉사활동을 펼치기가 쉽지 않은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재차 찾는 이유는 ‘사람을 평등하게 사랑하는’ 박애정신이 등불이 되어 김 병원장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봉사활동을 주도하는 재단을 만드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하는 김병근 병원장은 의료봉사를 실천하는 한편 의료봉사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고 우리나라의 의료 인재를 양성하여 해외는 물론 국내 곳곳에 박애병원의 이름을 알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김 병원장은 “박애병원이 진정한 글로벌 봉사단체가 된다면 그것이 곧 나눔이고 애국이 될 것”이라며 박애병원이 가진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고 의료 소외계층에 대한 서비스 접근성을 높여 지역의 의료발전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국경 없는 나눔의 실천으로 평택을 넘어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불려도 지나치지 않을 김병근 박애병원 병원장. 국내외를 막론한 그의 따뜻한 행보가 전세계 환우들의 환한 미소도 돌아오기를 <평택시민신문>도 함께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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