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는 대한민국에서 함께 살아가는 주민

기독교 복음은 이웃 돌볼 때 자연스럽게 ‘전파’

왼쪽부터 이휘옥 간사, 한영실 사모, 성우경 목사

[평택시민신문] 외국에서 생활하다 갑작스러운 이유로 머물 곳이 없어진다면, 가족이나 이웃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숙박시설에 들 돈도 없다면 무척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이때 새로운 거처를 마련할 동안만이라도 의지할 곳이 있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일까.

지난해 5월에 문을 연 비전동 평택이주민센터 ‘바다’는 실직으로 거처를 잃은 이주노동 여성, 결혼이주 여성들에게 단기간의 거처를 제공하고 원하는 사람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실직하면 지내던 거처 사라져

‘바다’ 대표 성우경 목사는 “평택에 이주민 남성을 위한 쉼터는 있지만 여성 쉼터가 없었습니다. 보통은 이주 노동자들이 취업비자 기간 동안 한 곳에서만 일을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여러 가지 사유로 실직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해요. 고용주가 해고하거나 회사가 파산하는 경우도 있고 노동자가 스스로 그만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이주 여성들의 주거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범죄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쉼터를 열게 됐습니다.” 현행법에서 이주노동자는 비자 유효기간 내 3회까지 이직이 가능하도록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회사가 제공하는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실직이란 잠잘 곳이 없어진다는 말과 같다. 더군다나 실직하고 90일 이내에 재취업이 안 되면 취업비자가 효력을 상실해 강제 출국 당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 다니던 회사를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선택인 것이다.

이주민 인권은 용어에서부터

“한번은 90일 기간이 거의 만료되어 들어온 분 때문에 난리가 난적이 있어요. 날짜가 너무 급박해 여러 곳을 같이 다니며 면접을 봤는데, 다행히 이휘옥 간사가 도와준 한 회사에서 받아줘 불법 체류를 면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성 목사는 이주민들에 대한 인권은 이주민이라는 용어에 대한 접근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국가를 옮겨 거주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 '외국인' 대신에 '이주민'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이건 한국에서만 쓰는 표현이 아니라 인권을 강조하는 국제적 합의죠. 대한민국에서 함께 살아가는 주민이라는 의미입니다. 잠시 여행하듯 들렀다가 돌아가는 외국인이 아니고요.” ‘바다’라는 이름도 바다처럼 강물이건 시냇물이건 빗물이건 모두 다 받아주고 품어주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지었다고 한다.

쉼터 정원도 인권의 한 부분

센터에서는 한국인과 결혼한 이주 여성들의 상담도 하고 있다. "한 번은 한국인 남편의 폭력 때문에 이가 부러진 경우도 있었어요. 배우자와 가족이 있는 결혼 이민자 문제는 복합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상담을 통해 상황이 파악되면 사회복지 기관이나 법률서비스 기관 등 도움받을 곳에 연결해주거나 독립을 원하는 분들의 구직 활동을 돕습니다."

쉼터의 정원은 10명이다. 방3개 연립주택에 최대 가능한 인원이라 생각해서 정한 숫자다. “14명까지 함께 지낸 적이 있어요. 먼저 들어온 사람들이 동의하거나 요구가 있었던 경우죠. 그래도 너무 비좁으니까 생활이 불편해지더라고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정원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삶의 질도 인권의 한 부분입니다.”

‘쉼터’에 기독교가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

그동안 여덟 달 동안 60명 이상이 이곳 쉼터를 이용했다. 재취업하기까지 한 사람이 한 달 넘게 머무는 것을 생각하면 수요가 공급을 넘어선다. 그럼에도 이주 여성 쉼터를 위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없다. “지원이 있었으면 이미 많은 단체가 운영을 했겠죠. 쉼터 운영에 종교 단체들이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동안 한국 기독교는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활동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이 역할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성 목사는 “기독교 복음은 기독교인 스스로가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자기를 희생하고 이웃을 돌볼 때 자연스럽게 전파가 되는 것이라며, 쉼터에 입소하는 조건을 무기로 신앙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다.”라고도 힘주어 말했다.

성우경 대표는 평택에서 초중고를 마치고 대학 졸업 후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해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면서 늦깎이로 목사가 되었다. 이 일은 한국어 교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다문화 관련 교육을 수료하면서 이주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아내가 먼저 제안해 시작했다고 한다. 성우경 목사는 상담, 한영실 사모는 한국어 교실, 이휘옥 간사는 쉼터의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조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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