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과 평택 8- ① 반환미군기지 활용과 평생교육 활성화 _ 알파탄약고와 평생교육

[평택시민신문] 지난 2018년 7월 평택시 팽성읍 캠프 험프리스(K-6)에 주한미군사령부가 이전함에 따라 주한미군 이전이 완료됐으며, 본격적인 주한미군 평택시대가 시작됐다. 이에 앞서 <평택시민신문>은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의 주한미군기지 건설에 따른 지역사 차원의 주둔역사를 정립하고, 미군과의 바람직한 다문화 공동체를 형성하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미군 평택주둔 약사 및 생활문화에 끼친 영향>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책에는 평택의 각계 전문가들과 대학교수들이 참여해 평택지역의 외국군 주둔 역사와 미군주둔이 평택인의 생활과 삶에 미친 영향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더불어 주한미군 평택시대에 대처해야 할 지역사회의 과제 등 평택시민에게 주어진 미래의 과제를 살펴보는 내용도 담겼다. 주한미군 평택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 시점에 지역사 차원의 미군 주둔 역사를 이해하고, 한미양국의 이질감을 줄이고 새로운 공동체 문화 조성에 기여하기 위해 <평택시민신문>은 해당 도서의 내용을 지면으로 소개한다.

이번 글은 황우갑 평택시민아카데미 회장의 '반환미군기지 활용과 평택교육 활성화_알파탄약고와 평생교육'을 싣는다.

 

 

탄약고가 갖고 있는 전쟁의 강렬함 때문에
평화의 가치 강조한 공간이라는 역설 가능

 

1. 머리말

[평택시민신문] 경기도 평택시는 경기도 남부에 위치한 도농복합도시다. 신라 경덕왕 이래 진위현으로 불리다가 1914년 수원부 일부를 편입 진위군으로 승격 후 경부선 철도 발달로 1938년 평택군으로 개칭했다. 해방 후 줄곧 평택군으로 단일행정구역을 가지고 있다가 1981년 송탄읍이 송탄시로 승격 분리되고 1983년 구 평택읍이 평택시로 분리됐다가 1995년 3개 시군통합으로 다시 통합 평택시가 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인구는 2004년 기준으로 46만6720명, 65세 이상 고령자는 4만9568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0% 정도이고, 외국인은 1만7165명으로 중국, 미국, 필리핀계 이주자가 다수를 이룬다.

평택시는 부산·인천·광양항과 함께 대한민국의 4대 국가항구인 평택항이 위치한 항만도시이다. 현재 평택항을 중심으로 ‘황해경제자유구역’, ‘포승국가공단’ 개발 등 사업이 추진 중이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군이 일본군을 격파한 ‘소사벌대첩’이 이곳에서 있었고 1894년 청일전쟁의 격전지였다. 일제강점기 때는 일본군 기지가 주둔했고 해방 후에는 K-6, K-55 미군기지가 주둔하고 있으며, 현재도 한국 해군2함대 사령부, 한국 공군작전사령부 등 한국군부대도 위치하고 있다. 또한 의정부 미2사단과 서울용산 미군기지도 평택으로 이전했다.

평택항 포승지역은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당나라 유학 계획 중 한밤중 해골 물을 먹고 ‘일체유심조'의 깨달음을 얻었다는 전설이 전하는 불교 오도성지이자 지금은 대중국 무역의 전진기지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 과거 평택시는 1969년 서울 여의도 한강 마스터 플랜 때 제2 수도권으로 생각되던 곳이다. 지금도 세계최대 규모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LG 전자공장 추가 확장, 고덕국제신도시 건설, KTX 수서-지제역사 개통 등 개발이 가속화되는 지역이다.

하지만 평택시가 직면한 도시발전의 문제점으로 우선 평택권, 안중권, 송탄권등 도시 핵심이 산재돼 있어 지역사회 통합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북부 송탄, 남부 팽성읍 중심으로 세계최대 미군기지 주둔으로 인해 미군 범죄 증가와 교육 여건 악화의 우려가 있다. 도시 난개발 가속화로 지역정체성 확립과 시민들의 정주의식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이에 따라 미군기지의 평택이전 추가 재배치와 함께 지역정체성을 확립하고 한미 간 평화적 공존을 위해서는 지역공동체 평생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평생교육은 학습자의 자기 교육을 지원하고 교육제도의 개혁과 학습 환경의 정비를 강조하며 ‘관리’를 강조하는 개념이며, 평생학습은 학습자의 자립성· 자발성과 학습자의 의욕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특히 평생학습은 생애 전체에 걸쳐 꾸준한 자기학습의지를 가지고 자기계발을 통한 삶의 질 향상에 노력하는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성인학습을 조직하는 데에 있어서 적합한 단위는 생활현장 자체이며, 개인의 특수한 경험은 성인학습의 가장 풍부한 자원이다. 따라서 향후 미군주둔과 함께 급격한 다문화도시로 부상하는 평택에서 다양한 형태의 시민교육과 성인계속 학습 기회 제공은 성인들로 하여금 타문화에 대한 개방적 태도에 바탕을 둔 경험학습, 전환학습, 생애사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평생교육법’ 제2조 1항에 평생교육이란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을 제외한 학력보완 교육, 성인기초· 문자해득교육, 직업능력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등 6개 영역으로 분류한다. 한국의 각 지역사회 안에서도 이런 6개 분야의 평생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중 지역공동체 평생교육은 일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주민들 주도로 지역문제해결, 지역정체성 확립, 공동체의식 함양 등이 이루어지는 평생교육이다.

그러나 현재 각지자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지역공동체 평생교육의 문제점은 교육복지를 위한 지역공공평생교육기관의 기반 미흡, 국가목표 지향적 지역평생교육의 전개, 영리적 평생교육기관의 증대, 자생적 지역공동체 관련 조직에 대한 관심 부족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즉 지역성과 지역정체성, 공동체성에 대한 고민보다 효율과 효과성을 중시해서 평생교육의 불평등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화의 도전 속에서 한국의 각 도시가 지역정체성을 확립하고 시민들의 정주의식을 높여나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가치를 강조하는 시민평생학습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특히 지역정체성 확립을 위한 교육, 지역공동체 소외계층을 위한 평생교육, 지역학습동아리 활동과 같은 지역공동체 평생학습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향후 미군기지 이전과 함께 한미협력 문화상대주의 시각에 기반을 둔 소통과 협력을 위해서 역설적으로 반환되는 미군기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공간의 역사성을 보전 활용의 중요성을 제안하려고 한다.

고덕국제신도시 미군알파탄약고 전경

2. 고덕 미군알파탄약고의 역사성과 장소성

고덕 국제신도시내 미군탄약고가 지니고 있는 강점은 첫째, 한국 내 반환기지 가운데 유일하게 내부공간의 기능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형식(블럭·이글루·지하동굴형)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반환기지가 대부분 공간의 재활용에 한계가 많은 조립식 막사·훈련장·사격장인 반면, 이곳은 이미 적절한 공간화가 이루어져서, 50년간 보존된 숲과 어울려 활용이 용이하다.

또한 보존과 재활용이 가능하다면 탄약고 공간 자체를 활용하는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탄약고 터를 중심으로 한 재활용 사례가 대부분이며, 독일의 경우도 탄약고 공간 자체를 활용하는 예는 볼 수 없다. ‘탄약고’가 갖고 있는 전쟁의 강렬함 때문에 역설적으로 ‘평화’의 가치를 강조하는 공간으로써의 의의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50년간 잘 보존된 숲을 활용할 수 있어 ‘공원’의 자연스러운 형식이 가능하고 이미 도로 등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어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미군 기지를 추가로 제공하는 지역에서의 반환미군기지라는 상징성도 크다. 다른 지역과 달리 미군기지 추가제공으로 인한 여러 가지 도시발전의 장애요인을 보완하는 요소로서 미군 탄약고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군탄약고가 가지고 있는 기회요인으로는 첫째, 지리적으로 유리한 교통입지여건을 들 수 있다. 향후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을 이용하게 될 경우 접근성의 측면에서 국도 1호선이 지나가고 있으며, 경부선 철도와 서울-천안 전철이 부근을 지나가고 있으며, 서해안 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잇는 동서고속도로가 지나가고 있다.

둘째, 탄약고가 지니는 상징성이다. 360만평 가까운 미군기지가 추가로 제공되는 평택지역에서 반환받는 미군기지라는 상징성은 이 공간 이용에 있어서 그 의미와 가치를 최대한 살려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셋째, 고덕국제화 지구 내에 위치하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향후 평택시가 지향하는 국제화 중심도시의 동북쪽에 위치한 탄약고는 국제화지구의 정체성과 연계된 공간 기획과 의미부여의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넷째, 미군 탄약고를 활용한 유사공간 시설이 인근지역뿐아니라 한 국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차별화의 가능성이 높다는 접도 기회요인으로 꼽힐 수 있다. 이는 향후 지역 내에서 다양한 관광자원의 연계전략과 이어져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동시에 지금까지 약점으로만 인식되어왔던 미군기지와 평택이라는 도시이미지의 약점을 탄약고를 활용한 새로운 공간기획으로 변화시켜 강점으로 활용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향후 평택시의 새로운 명소로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3. 알파탄약고공원추진위원회의 성과

평택미군기지의 이전 재배치 계획은 중국, 러시아를 겨냥한 미군핵심 전략의 평택 집결과 함께 1945년 미군의 한반도 주둔후 반세기만에 미군이 사용해온 전용공여지의 상당 부분을 한국이 되돌려 받는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 인천, 부산을 비롯한 전국 20여개 이상의 도시들은 반환받는 미군전용공여지의 효율적인 활용을 통한 지역 활성화를 고민하고 있다.

평택에도 한국에 반환되었거나 반환 예정인 미군기지가 있다. 평택 북부의 베타 탄약고(1만8000평)는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반환운동을 전개했으나, 반환 자체에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구체적인 활용 방안에 대한 대안 제시 없이 반환 결정이후 시민사회단체의 무관심속에 탄약고 공간 전부를 허물고 이 자리에 새로 ‘신장국제교류센터’를 건립됐으나 그 장소 역사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운영상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미군기지가 추가로 이전 배치되는 평택에서 향후 반환예정인 고덕면 율포리 소재 ‘미군알파탄약고󰡑를 반환이후 근대문화유산으로 보전하고 내부 공간을 최대한 원형 훼손 없이 활용하자는 취지에서서 2006년 1월 뜻있는 지역각계인사 6인이 모여 ’알파탄약고 연구회‘를 창립했다.

‘알파탄약고 연구회’는 한국토지공사와 경기도 등을 설득하기 위해 2006년부터 경기도 파주 ‘해이리마을󰡑 답사를 시작으로 옛 군수공장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한 중국 북경 ‘다산즈 798󰡑답사, 옛 탄약고와 미군 기지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한 일본 요코스카 ‘솔레이유 언덕󰡑,‘요코하마 ‘장난감 나라, 동경 미군기지 공간 활용 사례, 구로베시 발전소 미술관, 가나자와 시민예술촌, 독일 ‘프랑크푸르크 헬기장󰡑,‘칼스뤼헤 ‘ZMK󰡑, 에센 지역의 석탄박물관, 제철소등 근대산업시설 공간재생 사례 등을 답사했다 (황우갑, 2006). 이 밖에 국내 ‘부산햐아리아 미군기지, ‘선유도 공원, ‘포천아트밸리, ‘남이섬, ‘장항제련소󰡑등 군사 산업시설 공간 활용에 대한 사례 등도 현지 조사했다.

학술연구사업도 추진해 국내 산업군사 공간문화 재생 전문가를 평택으로 초청 정기 세미나, 공청회, 간담회, 현장 조사와 시민설문조사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 이런 노력 등이 한국토지공사, 경기도 등 관련기관에 받아들여져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경기도는 당초 탄약고 전체를 허물고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수정해서 ‘미군알파탄약고󰡑의 일부 면적인 14만8156㎡(4만5000평)를 알파탄약고 공원으로 존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중요한 문화트렌드의 하나인 산업군사시설의 재활용 관련해서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성공사례가 많다. 미국에서는 1999년 뉴욕시내에 버려진 고가철도를 품격 있는 공원으로 탈바꿈시켜 최근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계획에 큰 영감을 준 ‘하이라인 스토리󰡑(조수아데이비드, 2014), 유럽에서는 버려진 철로를 활용한 프랑스 ‘프롬나드 플랑테󰡑, 발전소와 직물공장을 전시장으로 바꾼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카이샤포럼󰡑,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제철소 탄광의 공간문화재생 결과물인 독일 ‘뒤스부르크 환경공원󰡑과 ‘졸퍼라인 탄광󰡑, 일본의 맥주공장, 방직공장, 창고, 운하와 항만, 광산 등 다양한 공간의 역사성 보전과 활용 등이 그 예이다. 국내에서도 부산시내 하야리아 반환미군기지를 민관협력을 통해 과거 미군기지의 역사를 장소자산으로 기억하며 시민공원으로 탈바꿈 시킨 하야리아 공원과 2015년 개장해서 수도권에서 광릉수목원과 함께 연간 100만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옛금광을 활용한 ‘광명동굴󰡑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 향후 제대로 추진되면 ’알파탄약고공원‘도 세계에서 탄약고를 활용한 최초의 시민교육문화 공간이 될 것이다.

‘알파탄약고 연구회’는 2012년 이후 ‘알파평화공원추진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고 2016년까지 10년간 ‘알파탄약고󰡑공간문화재생을 위한 매년 꾸준하게 전시회, 전문가 포럼, 시민교육 등을 지속행해오고 있다.

알파평화공원추진위원회의 학습 성과는 첫째, 지역에서 시민들이 모여 자발적이고 지속적 학습과 그 결과물을 제시해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관련기관을 설득 탄약고 보전이라는 구체적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지역사안이 발생했을 때 ‘정책학습동아리󰡑의 구성과 조직 학습의 실천이 매우 중요하다는 알려주는 사례이다.

알파탄약고 공원추진위원회 세미나 (2014. 11)

둘째, 민관의 꾸준한 협력이 이어져왔다. 평택시, 평택시의회, 지역 언론사 등이 상호협력하면서 학습을 지원· 홍보하고 사안에 따라 정치권도 지지하면서 경기도와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설득했다는 점은 민관협력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셋째, 평택지역에서 사안별로 다양한 정책연구 포럼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대안 없는 극단적인 주장보다는 공동연구와 학습을 통해 전문가의 의견과 현장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수렴돼 시민사회가 만들고 공공이 뒷받침하는 정책의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 ‘반환미군기지󰡑의 스토리를 지역의 소중한 군사문화유산으로 인식하고 외형은 유지하되 내부 공간은 다양한 교육문화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발상의 전환과 창의적 접근은 공간문화재생의 중요성을 지역사회에 확산하는데 일조했다. 이런 노력이 평가를 받아 알파평화공원추진위원회도 행정자치부가 주관하는 2011년 전국 민관협력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글 황우갑 평택시민아카데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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