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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위면 이해학 농부
이상미 기자 | 승인 2018.10.31 10:17|(934호)

“성심농원 배나무는 산에서 자라는 나무와 똑같아요”

배농사 30년…무농약 전환 후 땅 살리는 데 10년 걸려

[평택시민신문] “제가 뭐 할 말이 있을까요.”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이해학(56) 농부가 반문한다. 친환경 배농사를 크게 짓는다고 하시던데 어떻게 하시는 건지 이야기 좀 해달라고 하니 알겠단다. 막상 그가 경영하는 진위면 가곡2리 성심농원에 가보니 자리에 앉자마자 친환경 농법에 대해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낸다. 인터뷰 안 했으면 어쩔 뻔했느냐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데 이해가 간다. 정말 잘 알고 많이 알고 진짜 아는 사람은 할 말이 많다. 머릿속에 지식이 가득해서 그것이 강물처럼 흘러나온다. 그는 같은 장소에서 30년간 배 농사를 지었던 아버지의 뒤를 이었다. 벌써 30년이 됐다.

“농약 대신 천적을 이용하기도 하고 교미교란제를 쓰기도 합니다. 교미교란제에는 암컷나방의 페로몬이 묻어 있어 나무 사이사이에 걸어 놓으면 해충 수컷들이 암컷을 찾지 못해 번식을 하지 못합니다.”

무농약 농사는 대체제를 사용해도 계속 벌레가 먹으니 생산량이 일반재배의 60%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리고 고생해서 농사를 짓더라도 내다 팔 시장이 없다. 마트에서 친환경 매대를 설치해놓기도 하는데 이윤이 많이 안 남아 적극적이지 않고 경기도 안 좋으니 팔리질 않는다. 그나마 경기도 친환경 급식으로 계약재배해서 나가고 아이쿱생협에서 사가니까 농사를 짓는 거다. 내년이면 무농약 3년째다. 4년 차가 되면 농산물품질관리원에 유기농 인증을 신청할 수 있다. 유기농법은 무농약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무농약은 일반재배 시 치는 화학비료를 3분의 1정도 칠 수 있지만 유기농은 전혀 안 되거든요. 자연에 있는 원소만을 이용해 만든 유기비료만 써야합니다.”

유기비료는 일반 화학비료보다 2~3배가량 더 비싸다. 지금도 무농약을 위한 농자재로 한 해 수입의 70~80%가 지출되고 있다. 시장도 없고, 손도 많이 가고, 비용도 많이 드는 친환경농법으로 전환한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계기는 90년대 후반 정부에서 배나무를 무료로 나눠주는 정책이 있었는데 그때 전국적으로 배가 많이 심겼고 가격이 폭락했어요. 가격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으로 차별화하기로 결심했죠. 처음엔 땅 되살리는 일부터 해야 했습니다.”

무농약 준비는 땅 준비다. 잡목나무 부신 것을 우드칩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가축분뇨로 만든 비료나 화학비료 대신 땅에 뿌려줬다. 일반 비료의 경우 6개월 안에 좋은 성분이 다 분해돼 사라지지만 우드칩은 1년가량 지속된다. 그것을 10년 했더니 땅이 살아났다.

“친환경 준비만 10년 한 거죠. 흙에서 농약이 전혀 검출되지 않을 때까지요.”

성심농장엔 약 2만평에 달하는 과수원 부지에 배나무 약 2000그루가 자라고 있다. 농약이 검출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검은 흙은 너무나 부드러워 손을 이용해 깊게 파헤칠 수 있을 정도다.

“냄새도 자연 그대로의 흙냄새가 납니다. 배나무 가지줄기 아래에 칼로 상처를 내어놓으면 꽃눈이 올라오면서 과실이 많아져요. 일본사람들이 하던 것인데 배워왔죠. 가지를 비스듬히 치면 그 아래 다시 가지가 올라옵니다. 그 가지에서 다시 배가 열리고.”

이해학 농부는 상세히 설명해준다. 가지를 살펴보면 나중에 몇 개의 배가 열릴 것인지도 미리 알 수 있다. 배나무의 수명은 200년이고 농장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80년 된 나무이다. 농약을 준 나무는 껍질이 검고 무농약으로 키운 나무는 색깔이 더 옅다. 그 외에도 너무나 자세하고 전문적인 설명에 이해는 해도 머릿속에 전부 담기는 힘들다. 혹시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아니란다. 30년 농사지으면 다 알게 돼있단다. 그러나 그의 전문성이 교수의 수준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농장의 한 구역에는 한국농수산대학의 푯말이 붙어있다. 한국농수산대학에서 이곳을 현장실습농장으로 설정해서 학생들의 현장실습을 맡기고 있단다.

마침 배 수확철이다. 농장에서는 우박이 떨어진 어제 배를 전부 땄다. 농원을 걷다 보니 채 따지 못하고 지나친 배가 몇 개 발견됐다. 무농약이니 씻지 않고 껍질째 먹어도 된다. 껍질까지 먹어야 영양이 더 있다고 한다. 실제로 먹어본 무농약 배는 정말 맛있었다. 한입 깨무는 순간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맛있는 배를 먹기 힘들었다고 하자 그는 왜 맛없는 배가 나오게 되는지를 설명해준다.

“배의 당도가 높아지는 시기를 잘 모르고 남들이 수확하니까 따라서 수확해서 그런 것도 있겠고 비가 온 직후 수확해서 일 수도 있고요. 비가 오면 최소한 사흘이 지나고 나서 수확해야 당도가 되살아납니다.”

학위는 없지만 명실상부 배 박사(博士)인 것이 틀림없는 이해학 농부. 그는 배운 것도 배농사, 하던 것도 배농사라 한 번도 농사를 접거나 다른 일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진위면에 산업단지가 들어서며 이제 자기네 과수원만 간신히 남아있다고 한다. 그는 언젠가는 자신의 농장도 수용이 되리라 생각하고 있다.

“그때가 되더라도 아쉽지는 않을 겁니다. 접는다고 해도 후회도 없고 미련이 없을 정도로 그만큼 열심히 했습니다.”

벌써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마친 것처럼 그는 명쾌하고 상쾌하고 후련해보였다. 미련이 남지 않는 상태란 얼마나 행복한가. 분명 이것은 인생의 한 경지임에 틀림없다.

 

이상미 기자  webmaster@pt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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