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도서관 ‘보통사람들의 인문학’)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검열……. 지금도 나는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 내가 북한에 대해 알고 있는 이야기를 전부 강연 안에 풀어낼 수 없기에 스스로 조절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분단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다.”

16일, 평택시 도서관의 ‘보통사람들의 인문학’에서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강연 서두에서 이렇게 밝혔다. 한국 공교육에서 가르치며, 여전히 이 사회 속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이미지가 북한의 실재와 커다란 간극이 있다는 점 때문에 김진향 이사장은 자신이 알고 있는 북한을 말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고백한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김진향 이사장이 자기검열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물음에 대해 김진향 이사장은 “남북의 분단 상황 속에서 북한을 단순히 ‘나쁜 놈’ 혹은 ‘적’이라고 이해하면 충분하지만, 여기서 ‘북한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 북한에 대해 알아보자’하면 좌익으로 몰릴 수 있다”고 설명하며 답을 준다.

그럼에도 김진향 이사장은 북한을 이해하는 것, 나아가 분단과 통일을 바르게 아는 것이 한반도 통일을 위한 조건이라는 점에서 ‘행복한 평화, 너무 쉬운 통일 _ 북한에 대한 이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개성공단의 오해와 진실

일반 대중이 알고 있는 북한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김 이사장은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북한을 소개했다. 김진향 이사장은 참여정부에서 NSC 한반도 평화체계담당관으로 남북 평화체계를 다루었으며, 특히 2008년부터 4년간 개성공단 관리위원회 기업지원 부장으로서 개성공단과 관련해 북한과의 협상을 담당했다.

개성공단 사업은 남측의 제안으로 진행된 것으로, 한국 정부가 사업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김진향 이사장은 “평화를 위해서”라고 전했다. 즉 “적대와 군사적 긴장감을 넘어서 평화를 제도화시키기 위해 개성공단 사업을 추진했고, 여기서 평화의 제도화는 경제협력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협력의 방법은 남한의 자본 및 기술과 북한의 노동 및 토지의 ‘콜라보’였다.

그렇다면 북한이 개성공단 사업에 합의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진향 이사장은 “적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돈줄’이나 ‘달러박스’를 위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자금 확보를 위해 개성공단으로 상징되는 남한과의 경협(경제협력)이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개성공단 근로자 모습 (사진제공 =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그 첫 번째 이유는 북한이 책정한 ‘땅값’에 있다. 김진향 이사장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개성공단 1단계 사업을 위해 100만 평의 땅을 분양한 뒤, 남측기업에 제공하는 개성공단 토지 값을 물어보자 북측에서는 ‘공짜로 쓰면 된다’고 답을 해 왔다. 북한은 “개성공업지구 사업은 6.15 남북공동선언에 입각한 평화제도 정착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특혜적 조치로써 땅을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남측에서는 오히려 기록을 위해서라도 ‘상징적 수준’에서 토지 비용이 책정 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북한은 개성공단 사업을 위해 기존 개성공단 부지와 인근 지역에 있는 군부대를 후방으로 옮기기 위한 비용이 드는데, 그 비용의 값으로 땅값을 책정했다. 그 땅 값은 1㎡ 당 1달러. 실제로 책정된 토지비용은 1㎡ 당 930원이었다.

북한이 개성공단 사업을 자금줄 확보 때문에 협조한 것이 아니라는 두 번째 근거는 ‘임금’이다. 북한 측과 최초로 임금을 협상하기 전인 2004년, 김진향 이사장은 한국 기업들에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보다 비교우위를 점하기 위해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을 얼마까지 줄 수 있는 지 묻는다. 이에 기업의 대표들은 월 200에서 250달러라고 답한다.

김 이사장은 북측과의 협상에서 월급 200달러를 제안하고, 300달러 안쪽에서 임금협상을 타결하면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협상 자리. 북한 측에서 제시한 기본임금은 월급 50달러였다. 김진향 이사장은 “개성공단 사업을 남한의 ‘퍼주기’라는 소문이 있지만, 노동자 1명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추가 근무 비용까지 합해도 한 달에 6만3000원 정도였다”고 전했다.

끝으로 북한이 개성공단 사업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근거는 ‘임금협상’이다. 매년 7월, 다음 년도의 노동자 기본임금 협상이 진행됐으며, 남측은 최대 5%까지만 임금을 올릴 수 있다는 규정을 못 박았다. 2004년 최초 임금협상을 하기 전, 김진향 이사장은 기업 대표들과의 공청회 자리에서 몇 % 임금을 올릴지 묻는다. 이에 기업 대표들은 5% 최대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이 제시한 것은 ‘임금동결’이었다. 그리고 3년 동안 북측은 임금협상에서 ‘동결’ 제안을 했다. 그 이유는 “개성공업지구 사업은 6.15 남북공동선언에 입각한 평화제도 정착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김진향 이사장 등이 집필한 저서 <개성공단 사람들>. 개성공단의 실재 모습이 기록됐다.

 

개성공단 사업은 무엇을 남겼나

김진향 이사장은 14년간의 개성공단을 통한 남북의 경협을 통해 평화‧안보‧통일‧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먼저 평화에 대해서는 “6만 명의 남북 사람들이 같이 웃고 떠들며, 함께 어울렸다. 개성공단은 이미 한반도 평화의 미래를 보여줬다고”고 설명했다.

안보에 대해서는 “남북이 한 공간에서 거주한다는 점 때문에 휴전선이나 NLL에서 우발적인 충돌이 있었다 하더라도, 2차‧3차 물리적 충돌을 막는 ‘완충역할’을 했다”면서 “물리적 충돌에 대한 ‘심리적 제동장치’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통일에 대해서는 “매일 평화와 통일 사례가 발현되고 축적되는 과정 속에서, 개성공단은 미래 통일의 장이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경제의 긍정적인 효과는 상상이상이었다고 설명한다. 김진향 이사장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1을 투입하면 30의 수익을 냈으며, 이들 기업들이 남한의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하청업체가 많았다는 점에서 남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컸다.”

이러한 상당한 경제 효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로 꼽힌 것은 낮은 임금 때문이었다. 2015년 기준 기본임금, 추가수당, 식대 및 간식 등의 모든 비용을 추산해도 북한노동자 1인당 15만원이 넘지 않았다.

김진향 이사장은 낮은 임금보다 개성공단의 경쟁력을 담보한 것은 ‘낮은 이직률’이라고 설명한다. “북측의 노동자들은 이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숙련노동을 담보했고, 세계최고의 품질경영을 담보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한반도, 특히 남한에 다양한 가치를 남겼던 개성공단은 2016년 문을 닫게 된다. 왜 박근혜 정부에서는 개성공단을 닫았을까. 이 질문의 답을 위해서는 ‘분단’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김 이사장은 설명한다.

 

한반도 분단의 시작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분단됐다. 전범국으로서의 책임을 묻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왜 또 다른 전범국인 일본은 왜 분단이 되지 않았나? 왜 오히려 일본 제국주의의 피해자인 한국이 분단이 돼야 했나? 이 질문에 대해 김진향 이사장은 “한반도의 분단은 국제정치 패권의 질서 아래 강대국들의 이익을 위해 두 동강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외세는 시간이 지나면 한반도를 다시 합쳐줄 생각이 당시 있었을까? 김 이사장은 ‘아니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그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70년 분단체제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단이 가져온 결과

김진향 이사장은 한반도의 분단으로 인해 적대적 긴장감 속에 남북이 살아가야했고, 민족의 정신사‧생각‧사고‧인식‧꿈‧희망‧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해외여행’이라는 단어다. 김 이사장은 “분단은 우리를 ‘섬나라 사람’으로 만들었다. 외국여행을 해외여행이라고 말하는 것이 남한 국민이 섬나라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통일 방안은 이미 존재한다?

분단체제 70년 동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통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남과 북이 서로 합의한 대한민국 공식통일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통일부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1단계부터 3단계로 구성돼 있다. 먼저 1단계는 ‘화해협력’으로 이는 남북의 평화체제구축을 골자로 한다. 그리고 2단계는 ‘남북연합’의 단계로, 2국가‧2체제‧2정부 체제하에서 남과 북이 지금과 같이 국가를 운영하되, 남북정상회의‧각료회의‧평의회 및 공동사무처 등 통일기구를 운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3단계는 ‘완전통일’의 단계로 남북평의회에서 통일헌법 초안을 마련하고, 민주적 방법으로 통일 헌법을 확정 및 공포하고, 이 헌법에 기초해 총선거를 실시한 이후 통일 정부와 통일국회를 구성하게 된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공식통일방안은 1989년 노태우 정부시기 처음 제시됐으며, 1994년 김영삼 정부에 의해 보완‧발전되었으며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정부가 계승한다고 설명되고 있다.

김진향 이사장은 “6‧15남북공동선언에 남과 북이 합의한 것은 1단계와 2단계”라면서 “이미 남과 북은 평화체제구축과 남북의 연합을 합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평화는 통일로 가는 첫 걸음

‘통일’을 말할 때 거론되는 담론이 있다. ‘통일비용’이 그것이다.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들도 통일비용 논리 앞에서는 통일을 주장하길 머뭇거리게 된다.

하지만 김진향 이사장은 통일비용은 이데올로기적 군사적 심리전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통일비용은 북한의 붕괴를 상정한다”면서 “북한의 붕괴 이후 2500만의 북한 사람들의 사회복지를 책임지고, 1인당 GDP를 끌어올리는 비용이 통일비용이다”고 전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공식통일방안대로 오랜 세월에 걸쳐 통일이 진행된다면 통일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며 “현재의 통일비용은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며 상대방을 자극하고, 국민들이 통일로부터 등을 돌리게 하려는 수단”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통일을 위해 오로지 필요한 것은 대한민국 공식통일방안에서 밝히고 있듯이 ‘평화’라고 전한다.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딱 한 가지 필요한 것은 상호존중이다. 국내의 다문화가정을 인정하는 정도로 상대방의 ‘다름’을 이분법적 흑백논리로 보지 않으려는 마음만 있으면 통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일운동은 이 시대의 독립운동이다

김진향 이사장은 “백범 김구는 ‘분단된 동포간의 하나됨을 위한 노력은 이 시대의 새로운 독립운동이다’라고 밝혔고, 독립운동가이자 도산 안창호의 비서인 구익균 선생은 마지막 유언으로 ‘통일운동은 독립운동이다’고 전했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분단의 주체인 남과 북이 잘해야 한다. 이 문제를 미국, 중국, 일본과 풀 수 없다. 이들은 한반도의 분할을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깊숙하게 개입해 반대하고 있다”며 “남과 북이 다름과 차이에 대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으면 이미 통일이다”고 말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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