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도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대한민국 국민”

수어는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갖춘 언어

많은 사람들이 수어를 언어로 인식하고
일상생활에서 활용하는 문화 정착되길

 

[평택시민신문]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통과됨에 따라 기존에 ‘수화’라고 부르던 것을 ‘수어’라고 변경해 부르고 있다. 이는 수어가 국어와 같이 동등한 자격을 갖춘, 농인들의 고유한 언어임을 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비장애인들은 ‘수화’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며, 수어를 또 하나의 언어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청각‧언어장애인에 대한 무관심 때문으로 해석된다.

<평택시민신문>은 지역에서 수어와 함께 청각‧언어장애인에 대한 관심 환기를 위해 이준호 평택시수어통역센터 센터장을 만났다. 그에게 수어통역센터가 하는 일과 함께 수어 활성화 방안 및 청각‧언어장애인의 현실 등을 들었다.

 

수어통역센터가 하고 있는 일은?

의사소통에 지장이 있는 청각‧언어 장애인에 대한 수어통역 및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를 통해 이들의 원활한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청각‧언어장애인이 수어통역을 요청하는 영역에는 의료, 직업, 법률, 관공서, 은행, 보험, 학교, 상담 등 전반적인 일상생활과 관련이 있으며, 2017년 기준 수어통역 영역 중 의료통역이 62%, 일상생활이 23%를 차지하고 있다.

그 외에도 수어통역센터는 청각‧언어장애인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환경을 조성하고 수어보급률을 높이고자 수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수화’라고 했던 것이 지금은 ‘수어’라고 한다. 이러한 명칭 변경 이유는?

2016년 2월 3일 한국수화언어법이 통과되면서 한국수화언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임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수어도 언어라는 인식을 고취시키고자 수화(手話, 손가락말)가 아닌 수어(手語, 수화언어)를 정부 공식용어로 채택하게 됐다.

한편, 한국수화언어법에서 ‘한국수어’란 ‘대한민국 농문화 속에서 시각‧동작 체계를 바탕으로 생겨난 고유한 형식의 언어를 말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난달 28일 진행된 수어학술제에서 농인만의 수어가 아닌 국민이 함께 사용하는 수어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의 역할은 어떤 것이 있나?

수어학술제에서 김경진 한국복지대 교수는 “한국수화언어법은 한국수화언어를 언어로 인정하고 농인들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의사소통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언어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고자 하는 데 있다. 하지만 한국수화언어법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농인들만의 힘으로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한국수화언어를 한국어와 같이 많은 국민들이 인식하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언어환경이 조성돼야 하며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서 수어를 사용한다면 법 제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민들은 소수언어인 수어에 대한 관심이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어에 대한 필요성을 부각하기 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국가와 지자체 차원에서도 수어를 언어로서의 교육으로 체계를 확립해 나아가야 한다.

평택에서는 2015년 12월 평택시 공공시설 내 청각장애인 편의증진 및 한국수어 활성화 지원 조례가 제정된 후 공무원 수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타 시와 비교할 때 수어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실행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앞으로는 농인의 사회참여권을 위해 초‧중‧고교 교육 시 수어를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성하고 장애인을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농인으로서 불편했던 점은 무엇이고, 개선이 필요한 사회시스템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우선 농인의 편의증진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농인에게 가장 불편한 점은 소통의 어려움이다. 청각언어로 소통하는 사회에서 시각언어를 사용하는 농인에게 몇 %가 전달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소리로 안내하는 시스템은 농인에게 무용지물이다. 불안한 마음으로 내릴 곳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음식을 주문할 때, 학교 상담, 의료 서비스, 법률 상담 등 일상생활을 하는 과정에서도 청인이 전달하는 내용을 농인은 어느 정도를 전달 받았을까? 농인도 답답한 마음이 있지만 청인도 마찬가지이다.

그나마 수어통역사를 통해 의사를 전달 하지만 평택지역 내 수어통역사는 5명으로 원하는 시간대에 통역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농인이 언제든지 정보를 전달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농인이 없는 행사에 수어통역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암시하는 것처럼 필요로 할 때만 수어통역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 수어통역서비스가 실시돼야 한다. 이를 통해 농인도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 체감되는 것은 없다. 앞으로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농인도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국민이다. 농인이 소통의 자유함을 느낄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는 더 연구하고 노력해야 하며 농인의 모어인 수어에 대한 연구‧보존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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