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욱 수석교사(안일중)

‘가만 있으라’는 선내 방송 지시 따랐던 참사, 강의식‧주입식 교육에 책임

창의성 바탕한 ‘배움 중심’교육 받았다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했을까

 

노진욱 수석교사(안일중)

[평택시민신문] 2014년 4월 15일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청해진해운 소속)가 4월 16일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침몰해 수백 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만이 생존했고, 300여 명이 넘는 탑승객이 사망·실종됐는데, 특히 세월호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4명이 탑승, 어린 학생들의 피해가 컸다.

해양수산부는 사고 발생 후 즉시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세우고 범 부처 총괄업무를 시작했으나, 곧 관련 업무를 안전행정부의 중앙재난대책본부(중대본)에 넘겼다. 하지만 중대본은 사고 현장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수차례에 걸쳐 잘못된 정보를 발표하는 실수를 저질렀으며, 여기에 경기도교육청도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잘못된 공지로 공분을 일으켰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세월호’를 치면 시사상식사전에 실린 내용이다. 올해로 세월호 침몰 4주기를 맞아 이직도 전 국민이 지난 사건을 뒤돌아보고 슬픔에 잠겨있다. 그러나 정작 당시의 대통령, 정부, 해수부 어느 누구도 자기의 잘못이라고 인정하고 반성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세월호 사건의 책임은 누구인가? 그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그 책임이 있다. 그리고 나는 교사이기 때문에 세월호가 일어나게 된 책임은 대한만국 교사와 강의식 받아 적기 일변도의 우리 교육에 있다고 생각한다.

세월호와 함께 수장된 우리 학생들이 죽은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가만히 앉아 있으라는 선내 방송 지시를 잘 따랐기 때문이다. 또한 그 방송을 믿고 방송에 따라 학생들을 지도한 선생님들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 교육의 큰 문제점이 있다.

세월호 선내에서 학생들을 지도했던 선생님들은 대부분 강의식,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사람들이다. 그들이 만약 강의식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상황에 따라 판단하여 행동하는 배움중심의 창의성 교육을 받았다면 선체가 거의 기울어가는 그 순간에도 선내 방송만을 믿고 학생들에게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지시했겠는가? 선체가 기울어지는 상황이라든가, 밖에서 구조대가 오는 상황이라든가, 구명복을 입어야하는지 벗어야 하는지 등의 상황을 고려하여 학생들을 탈출시키고 자기 자신도 살아나온 교사들이 분명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 위급한 상황에 선생님의 얼굴만 바라보며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들으면 살아남겠지 선생님이 구해 주겠지 믿다가 배는 물속으로 점점 가라앉고 선생님과 자신들이 물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그 마지막 순간에 우리나라와 선생님에게 너무나 큰 실망을 했을 그 아이들의 얼굴, 또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부둥켜안고 물속으로 가라앉는 선생님의 얼굴을 떠올리면 대한민국 교사로서 참담한 책임감을 견딜 수 없다. 일찌감치 우리 교육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토의 토론하고, 프로젝트 수업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주어진 상황에 맞추어 스스로 사건을 해결해 가는 창의성 수업, 학생 중심수업, 배움중심수업을 실행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강의식 주입식 교육으로 수능시험을 잘 받아 좋은 대학에 가야한다는 근시안적인 사고를 가진 선생님이나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이 사람들은 정말 반성해야한다. 좋은 대학을 나와서 좋은 직장을 잡아서 좀 더 잘 먹고 잘 사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떤 예상치 못하는 상황에 닥쳤을 때, 위급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그런 교육은 이 땅에서 빨리 사라져야 한다. 조금 더 많이 벌어서 조금 더 잘 먹고 잘 사는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교육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여 어떤 상황에서도 적응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