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 함께한 아름다운 동행 37년

YMCA총무, 청소년문화센터장 등 거쳐 지난해 62세 정년 맞아

엘린디서 장애청소년 위한 사업 구상하며 다시 새로운 시작

[평택시민신문] 경력이란 것이 어떤 사람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조인진(63) (사)엘린디 이사장을 이야기할 때 그의 경력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인천YMCA 청소년지도자(1980~1985)로 사회활동을 시작한 그는 평택YMCA 회장/총무(1986~2001), 평택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1994~2010), 평택시청소년문화센터 초대관장(2002~2011), 영월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2011~2017), 영월군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소장(2015~2017)을 거쳐 2018년 현재 사단법인 엘린디 하늘바다 이사장을 맡고 있다. 사실 그는 교육과는 관계없는 전기를 전공했지만 군에서의 YMCA활동이 이 모든 경력의 시작이었다.

“아버지의 권유로 들어간 전기과는 적성에 맞지 않았습니다. 군대에서 복무할 때 군종에서 활동했는데 1주일에 한 번씩 고아원에 가서 봉사를 했어요. 이때 청소년들에 대해 알게 돼 청소년과 관련된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대 후 인천에서 YMCA활동을 하다가 평택 YMCA의 상근근무자 제안을 받았어요. 이게 평생 직업이 된 거죠.”

인천 강화도가 고향인 조 이사장은 평택에 내려와 30년을 넘게 보냈다. 강원도 영월에서 7년을 보내기는 했었지만 평택의 집에서 일요일과 월요일을 보냈다. 그에게 평택은 제2의 고향이요, 돌아올 삶의 터전이다. 그는 평택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일구는 동시에 평택의 청소년 활동의 초석을 놓고 사회발전과 함께 그것을 쌓아올렸다.

“일이 좋았고 인복도 있었던 것 같아요. 재밌고 즐겁게 일했습니다.”

물론 굴곡이 없진 않았다. 2011년 평택시청소년재단의 조직이 개편될 때 그는 임기를 채우는 대신 사표를 냈다. 상임이사 제도가 바뀌면서 임원의 위치에서 1급 직위로 내려오게 됐을 때다.

“그때가 56세였고, 법도 바뀌었죠. 2년씩 두 번 더할 수 있었으니 정년을 채울 수도 있었지만 너무 오래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만둘 때가 됐다고 느꼈죠.”

하지만 그는 센터장으로 있으면서도 앞으로 무얼 할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했다고 한다. 특히 그가 생각한 것은 시골출신이지만 정작 시골서 일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을 그만두고 우연히 강원도 영월군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소장을 구한다는 얘기를 듣고 지원해 부임하게 됐다. 거기서 7년을 보내 정년 62세를 맞았다. 그렇게 평택으로 돌아온 조 이사장의 감회는 남달랐다. 그는 청소년들과 함께한 자신의 삶을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시로 표현했다.

‘때마다 일이 나를 찾아왔다/하늘에서 왔는지 땅에서 왔는지 모르게 나를 찾아왔다/그렇게 청소년과 함께 인천에서 오 년/평택에서 이십오 년/영월에서 칠 년을 보냈다/하늘바다가 한 몸인 것처럼 청소년과 한 몸이 되어 아름다운 동행을 했다’

조 이사장은 자신의 경력에 대해 인복이 있었다고 거듭 겸손하게 말하지만 93년에 평택 YMCA 총무로 일하면서 평택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고 97년에는 평택대학 사회개발대학원 졸업, 98년에는 평택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한 이후 2000년대부터 2016년까지 청소년 상담‧활동과 관계된 여러 가지 전문 과정들을 이수하는 등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사회활동 참여도 1999년부터 현재까지 무봉산청소년수련원 설립추진위원/이사, 경기도청소년상담센터협의회 회장, 한국청소년CEO 협회장, 경기도청소년수련원 운영위원,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경영정책자문위원,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가사조정·합의이혼 상담위원 등 다 열거할 수 없이 많다. 어떻게 이런 열정과 헌신이 가능한지 궁금해 거듭 물어보다가 말보다 더 적절한 대답을 찾았다. 원주YMCA 나도 작가 글쓰기 과정을 공부하고 펴낸 동인지에 실린 조 이사장의 시 ‘나를 다시 꿈꾸게 하는 청소년에게’서다.

‘청소년과 함께 한/시간여행을 위해 오늘도 기도한다/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청소년을 사랑하고/청소년을 존중하며/청소년을 닮아가는 내가/청소년지도자의 마음이 담긴 작은액자를 선물로 받았다/작은 꿈들이 나를 푸르게 했다/그 푸르름이 다시 꿈꾸게 한다’

청소년 관련 활동 일을 30년 넘게 하면서 IMF 당시 직원들 월급을 못 주는 위기도 겪고 청소년 활동을 반대하는 부모들을 대면하는 일이 힘들기도 했지만 일에 대한 열정에 비해서는 소소한 일일 뿐이다. 조 이사장은 적성, 재능 그리고 운이 조화를 이룬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천직을 찾아 그 일에 매진하는 사람은 사회일반에 많은 공헌을 하는 법이다.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후배들로부터 엘린디 법인의 이사장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지금 또 다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일반 청소년 위해서만 일했는데 86년도에 평택 동방아동재활원에서 봉사활동을 했었습니다. 그때부터 미혼모와 장애인들에 대해 생각해왔어요. 현재 경증과 중증 장애의 경계에 있는 아이들이 일반학교에 통합돼 다니고 있어 어려움이 있거든요. 엘린디에서 그들을 위한 상담활동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현재 평택에는 1500명 정도의 장애 청소년이 있다. 조 이사장은 장애청소년 부모 교육부터 시작해 장애와 비장애청소년이 함께하는 활동을 계획 중이다. 평택에서 시작한 사업이 경기도로 넓어지고 나아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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