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주인인 문구점…사회적협동조합으로 가능

공유와 상생…모두에게 혜택 돌아가는 경제 배워

[평택시민신문] 학교 내 매점 등 시설을 운영하려면 개인운영자를 모집해 임대료를 받고 사업을 하도록 하는 것이 과거 일반적인 방식이었다. 하지만 사회적협동조합의 등장으로 인해 개인만의 수익형 사업이었던 이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2011년 개교한 청북읍의 청옥초등학교는 초등학교로는 최초로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가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푸른빛나누리’를 설립해 문구점을 만들었다. 약 1년 8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7년 5월 26일 학교건물 3층에 개소한 문구점은 학교에 임대료, 전화비 등 연간시설사용료를 납부하며 운영되고 있다. 푸른빛나누리의 설립을 주도한 박승철 청옥초등학교 교장을 만나 학교 내 사회적협동조합의 운영상황과 의의에 관해 들어봤다.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한 계기는.

학교 주변에 문구점이 없어 학생들이 준비물에 필요한 문구류를 사려면 약 1km 떨어진 청북상가단지로 가야했다. 학생자치회가 문구점이 필요하다고 학교에 건의해와 사회적협동조합 추진을 시작했다. 학교 내 협동조합 설립은 민선 3기 교육감이 2014년 후반기부터 추진했던 사업이다. 또 경기도 교육청의 정책사업인 마을교육공동체 사업 내용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학교의 활동이 내부에 한정돼있었지만 최근 교육경향은 학교울타리를 벗어나 학교, 마을과 지역사회가 서로 도와야한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협동조합을 통해 문구점을 설립·운영하는 것은 이 같은 취지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문구점 형태의 협동조합은 청옥초가 최초다.

2015년 10월에 조합추진 안건이 학교운영위원회를 통과했는데, 당시 몇몇 고등학교에는 이미 협동조합들이 만들어져 주로 매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초등학생들은 조합에 대해 이해하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합원이 되는 과정이 복잡해 어려운 면이 있었다. 조합원이 되려면 부모 양쪽의 동의가 필요하고 미성년자라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다. 조합비가 한 구좌당 만 원인데, 그 돈도 결국 부모를 통해 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합원의 구성은.

185명이다. 그 중에서 115명이 학생들이고, 그 외 학부모, 교직원들로 구성돼있다. 2017년 5월 개소하기 전까지만 해도 학생 조합원은 적은 숫자였지만 이후 홍보와 교육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모집해 현재에 이르렀다. 특히 2016년에 만들어진 사회적경제동아리 ‘생생쿱 가치업’ 소속 학생들이 학생들간 눈높이에 맞는 설명으로 홍보를 하며 회원을 모집을 시작한 것이 많은 효과를 본 것 같다. 조합원도 본래 5, 6학년만 받았지만 올해부터 4학년으로 확대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돈을 들고 올라가 직접 문구를 사는 것을 매우 재미있어한다. 예전엔 준비물을 못 챙겨 와서 혼날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없어 아주 좋다고 얘기한다. 실질적인 편리함은 물론, 학생들이 나만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닌 공공의 이익을 창출하는 이런 경제활동도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계기도 되었을 거라고 본다. 직업에 대한 가치관과 진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는 협동조합 특성상 단체 활동하는 법이나 의사소통능력도 길러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문구점 이용은.

학생, 일반 누구나 와서 물건을 살 수 있다. 비조합원, 조합원 가격차이도 없다. 현재 2000명가량 이용하고 있는데, 학교건물 3층에 있다 보니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아 대개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조합원에게 혜택은 없나.

조합원의 역량강화를 위한 연수와 워크샵을 조합원의 날에 개최하는 것 정도다. 사회적협동조합 설립 취지는 공유와 상생이다. 농협은 농민들의 조합이지만 회원만 가는 게 아니라 누구나 가서 물건을 산다. 문구점도 몇 명이서 만들었지만 목적은 전체를 위한 것이다. 준비물을 가까이서 구입할 수 없어 불편했으나 조합이 만들어지면서 나만 편해진 게 아니라 같이 편해졌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이익금 배당이 없다. 이익이 나면 전부 공동체에 환원하도록 법에 정해져있다. 성격 자체가 공익사업, 공공의 이익추구이기 때문이다.

 

수익금은 어떻게 활용하나.

이익금이 많이 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은 돈이라도 학교 내 전체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운영한다. 수익금으로 마술공연 등을 초청해 전교생이 문화예술공연을 무료로 관람케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마을에 환원한다는 취지로 독거노인 음식대접, 문화지원사업, 12월 정나누기 행사, 경로당 위안잔치, 김치담그기 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판매되고 있는 물품들은 150종정도다. 좀 더 다양한 물품 판매를 소망한다. 하지만 공간이 제한돼있는 게 문제다. 학교 도서관 뒤쪽에 외부공간이 있는데 만약 예산이 지원된다면 문구점을 확장하면서 카페형식으로 만들 수 있다. 1층에다가 눈에 띄는 곳이기 때문에 일반도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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