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문화재단 순기능 위해 문화원·예총 등 문화단체와 의견조정 필요

 

문화재단 핵심 역할은 의견 조율과 정책 창출 및 실행

평택시, “2019년 3~4월경 평택문화재단 설립 계획”

[평택시민신문] 평택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가 주최 및 주관하는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평택시 문화재단 설립 2차 토론회’가 지난 25일 평택시의회 간담회장에서 진행됐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해 12월 실시된 토론회(본지 890호 10면 참고)에 이어 두 번째 마련된 자리로, 평택문화재단의 설립 및 운영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

토론회는 성남문화재단 박지훈 문화기획부장과 부천문화재단 배윤수 문화예술본부장이 주제발표를 맡아 각 문화재단의 운영 모습을 소개하면서 평택문화재단을 위한 제언을 남겼다. 이어 김기성 평택시의회 부의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자리에서 심재걸 시민사회재단 문화예술체육진흥의원회 위원장, 남성진 평택시 문예관광과 과장, 김경호 평택시교향악단 음악감독, 이주훈 평택시합창단 지휘자, 박환우 평택시의회 의원 등 5명이 지정토론자로 나서 평택문화재단이 지역문화 발전 및 활성화를 위한 제언을 발표했다.

주제발표와 지정토론 자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됐던 제언으로는 기존 문화단체와의 소통과 역할 분담이었다. 이들은 문화재단의 출범으로 평택문화원 및 평택예총 등이 반발할 수 있다는 점을 짚고, 이들과 문화재단의 설립 필요성을 함께 공유하고, 나아가 지역문화발전을 위해 함께 협업하는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주제발표 및 지정토론에서 나온 이야기를 요약한 내용이다.

 

■ 주제발표

성남문화재단 박지훈 문화기획부장

지역 간 이질감 해소 위해 문화재단 탄생
문화 사업으로 이뤄낸 지역 네트워크 구축

성남문화재단이 생길 때 성남시의 특징으로 원도심과 신도시의 격차가 두드러졌다. 70년대 서울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형성한 원도심과, 이른바 ‘천당아래 분당’이라고 불리는 분당신도시의 이질적 문화가 팽배했다. 이에 도시간 격차나 이질감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문화를 통해 완화해 보자는 의견이 모아졌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성남문화재단이었다.
2004년 성남문화재단이 출범한 이후 성남 전 지역을 전수조사해 재단의 역할을 찾고자 했다. 조사결과 성남에 문화활동을 하는 동호회가 1000여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중 60%는 분당에 40%는 원도심에서 동호회 활동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후 시민 중심의 문화를 창출하고, 나아가 지역 간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사랑방문화클럽네트워크’ 사업이 시작됐다.
2007년 처음 시작된 해당 사업은 문화‧예술 동호회에 최대 3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동호회의 활동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돕자는 차원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문제점이 발견됐다. 지원을 받는 동호인 스스로 ‘우리가 좋아서 모이고 활동하는 건데, 공공재원을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구심이 표출됐고, 나아가 지역발전에 도움이나 지역 간 네트워크 형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2008년부터는 5~6개 동호회가 한 팀을 이뤄 문화공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재조정했다. 그리고 각 팀에 지원하는 금액은 최대 900만 원으로 조정했다. 그러자 각 동호회 별로 서로 관계 맺기가 시작됐다. 중창단 동호회와 벨리댄스 동호회가 어르신들을 위한 합동 공연을 실시하기도 하고, 오페라하우스에서도 다양한 동호회가 한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즐길 거리 제공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부천문화재단 배윤수 문화예술본부장

문화정책 창출 및 실행이 문화재단 역할
설립 전 문화원‧예총 등과 의견조정 필요

문화재단의 역할은 지역의 문화‧예술과 관련한 의견들을 조정하고, 통합하고, 이를 정책으로 담아내 실행하는 것이다. 평택시는 3개 시군이 통합된 가운데, 각 지역의 특성이나 정체성이 달라 평택시의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평택의 농악이 유명하기는 하지만, 이를 우리의 대표 문화로 추진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있을 것이다. 지역의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함께 공유하고 함께 인지할 수 있는 지역적 정체성, 문화적 정체성을 먼저 세우고 그에 따라 정책을 추진해 나가길 바란다.
다양한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부천시와 같은 경우 과거 농경사회에서 가내수공업도시로 발전하면서 도시의 정체성을 찾기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립예술단 합창단과 필하모니를 추진했다. 부천도 농악을 대표 문화로 내세울 수 있었지만, 확장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합창단과 필하모니를 추진하면서 ‘왜 그런 곳에 돈을 쏟아붓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러한 밑바탕이 있기 때문에 부천이 문화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재단설립 과정에서도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 문화원이나 예총 등 기존의 문화단체가 문화재단 설립에 있어 동의가 없다면 재단 설립 이후 순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부천시에서도 초창기에는 단체 간 사소한 오해가 있었다. 하지만 재단은 문화 정책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문화단체에서 하지 않는 사업을 찾아서 진행하고, 잘 되는 사업이 있다면 문화원과 예총에 해당 사업을 과감히 넘겨주기도 하자 지금은 협업하는 분위기가 조성이 됐다. 평택시는 재단설립 이전에 의견조율을 함께 하며 문화재단의 순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길 바란다.

 

■ 지정토론

시민사회재단 문화예술체육진흥위원회 심재걸 위원장

시민의 문화행복 지수 높이는 계기되길

평택시는 2008년 용역을 의뢰해 ‘평택시 문화예술진흥 중장기 종합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다. 여기서 평택의 문화예술 활동의 진흥을 도모하기 위해 문화재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평택지역의 문화생태계는 ‘신성장 경제신도시’ 건설에 밀려 시민들의 문화욕구 기대치를 만족시킬 수가 없었다. 문화재단 출범도 잊힌 줄 알았다. 그러나 2017년부터 문화재단 설립이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는 가슴 설레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평택시민들이 문화재단에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시민들은 단순한 문화 향유자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문화 주체자이며 생산자인 시대에 살고 있다. 수많은 문화예술 동아리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시민들은 문화예술의 주체자로 자신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성취감을 느끼며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 평택시민의 문화행복 지수를 높이기 위해 먼저 생활예술 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문화재단은 지역공동체 문화활동을 진흥 및 특화시키며, 지역주민 간의 관계와 소통, 정보를 공유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역사회의 갈등과 문제점들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은 문화유술단체 간 이해타산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어 문화예술을 통해 시민들이 통합되기는커녕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앞으로 문화재단을 통해 지역문화예술 전반에 대해 논의되고, 문화예술인과 향유자에 대한 네트워크가 구축되길 바란다.

 

평택시 기획조정실 문예관광과 남성진 과장

2019년 3~4월 재단 출범 예정

평택문화재단 설립이 추진되는 배경에는 평택시민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문화서비스 수요가 증가됨에 따라 지역의 문화 환경도 적극적으로 변화돼야 한다는 논의가 있어왔기 때문이다. 이에 평택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문화재단 설립 타당성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해 7월 5일에는 주민공청회가 개최되고, 같은 달 11일에는 문화재단 설립 타당성 조사 용역 최종보고회가 진행된다. 이어 7월 중순에 용역결과를 공개하고 종합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또한 7월 중순에 경기도와 협의를 거쳐 문화재단 설립 추진 절차가 이행된다. 경기도 협의가 통과되면 내년 3~4월 설립허가 등기 및 재단이 출범될 예정이다.

 

평택시교향악단 김경호 음악감독

지금부터 재단의 정상 운영 위한 방법론 생각해야

문화재단 설립 이전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단 설립과 관하여 여러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 첫 번째가 채용의 공정성이다. 문화재단이 설립되면 조직의 구성원을 채용하게 된다. 현재 평택시의 예산이 지원되는 기관 및 단체에 무분별한 불법채용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채용에 대한 기본원칙이 제시돼야 한다. 그 원칙으로는 ▲위수탁협약에 입각한 정확한 채용 ▲공개채용의 선발 절차 ▲투명하고 분명한 선발절차 ▲지역인재 선발의 원칙 등이 그것이다. 더불어 인사에 있어 명확한 감사의 기능을 통해 조직의 구성원들이 원칙과 절차에 맞게 재단을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문화재단 설립과 관련한 지역 예술단체 등의 의견수렴 및 토론회가 정기적으로 필요하다. 의견수렴 및 토론을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재단설립이 추진된다면, 설립 후 문화재단과 개인 예술인 및 단체 간의 분쟁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지역정서와 동떨어진 문화재단 설립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서도 예술단체와의 토론회가 필요하다.
문화재단이 설립 이후에는 기존 지역활성화 프로그램 발굴이 필요하다. 특히 평택시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육성단체의 경우 합리적인 조례개정과 단체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또한 문화재단은 공모를 통해 투명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며, 축제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 운영을 일원화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평택시합창단 이주훈 지휘자

문화재단 설립으로 행정만 있고
예술은 없다는 평가 사라지길

지금까지 평택의 문화예술에는 ‘예술행정’만 있고 ‘예술’은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는 평택시의 예술단체 지원에 있어 비전문적 행정 정책으로 많은 혼선이 있어왔고, 예술단체들의 활동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담당공무원이 함께 고민하고, 각 예술단체들의 문제해결을 위해 소통한다면 원활한 공연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과도한 간섭과 관여는 불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택시에도 문화재단이 설립되려고 한다. 시민의 편익증진과 지역 문화예술의 진흥을 목적으로 재단이 설립되는 것이다. 문화재단의 집중적 통합관리로 비용을 절감하고, 전문경영평가를 통해 운영상의 문제점과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한 눈에 파악하여 조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공무원 잉여인력을 결원부서와 격무부서로 재배치해 효율적인 인사운영을 할 수 있다. 특히 우수한 예술 서비스를 시민들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 예술인들과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내야 한다는 숙제는 여전히 남는다. 앞으로 평택의 문화재단을 통해 예술적 근간을 바로잡고, 문화재단이 시민들과 예술적으로 소통하는 새로운 창구가 되길 바란다.

 

평택시의회 박환우 의원

기존 문화예술단체와 문화재단 필요성 공감대 형성해야

상당히 긴 시간동안 문화재단을 준비했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면 집행부가 소극적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문화원이나 예총과 같은 단체들로부터 물밑에서 문화재단에 대한 부정적 의견들을 집행부가 전달받은 결과가 아닌가 의심스럽다. 오늘날 평택의 문화예술과 관련한 문제는 산적해 있다. 따라서 새로운 문화정책을 통해 평택의 문화예술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문화원과 예총이 문화재단 설립과 관련해 걱정하는 부분은 이해가 된다. 따라서 초기에는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시켜주는 상태에서 재단을 설립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향후 재단이 만들어지면 각 단체와 역할을 조율해 가면서 평택시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함께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문화재단은 생활문화단체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나가야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기존의 문화예술 단체들과 논의하며 재단 필요성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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