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삼 수석교사 (비전고)

“판단 없이 가르치기만 하는 수업은 매우 위험

성실이 미덕만은 아닌 시대, 교사도 예외 아냐“

임종삼 수석교사 (비전고)

[평택시민신문] 선생님! 벌써 한 학기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네요. 많이 바쁘시지요? 오늘은 선생님과 다른 이야기를 나눌까 합니다. 무능한 교사에 관해 잠깐 말씀을 드리려고요. 그동안 저와 선생님이 나누었던 이야기와는 다른 내용이라서 조심스럽네요. 늘 수업을 고민하며 배움과 연구 활동에 열정적이신 선생님과 한 번 쯤은 이런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습니다. 선생님은 무능한 교사를 어떤 선생님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생각하는 무능한 교사는 4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급조된 내용입니다.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재미 삼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첫 번째가 초지일관(初知一貫)형입니다. 훌륭한 교사 아닌가요? 아닙니다. 처음에 알았던 내용이나 수업 방식을 바꾸지 않고 늘 똑같이 가르치는 교사를 말합니다. 좀처럼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교사지요. 매번 교육과정이 바뀌고 시대가 변해서 학생들이 달라져도 가르치는 내용은 변함이 없고, 가르치는 방법도 정해져 있습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새로움과는 담을 쌓고 사는 끈질긴 교사입니다.

두 번째는 박학다식(薄學多識)형입니다. 뛰어난 교사 아닌가요?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박'은 한자 그대로 '넓을 박'이 아니라 '얇을 박'입니다. 조금 알고 있는 것을 본인이 다 알고 있는 양 과대 포장하는 교사지요. 교사라면 걸려들기 쉬운 유형입니다. 아이들 앞에서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척 해야 하고, 잘 몰라도 아는 척 하는 허풍이 몸에 밴 교사입니다.

세 번째는 표리부동(表裏不同)형입니다. 겉과 속이 다른 교사입니다. 외양을 보면 뭔가를 많이 알고 있는 듯 남다른 포스가 느껴지지만 정작 교실에 들어가서는 능력 발휘를 못하는 교사를 말합니다. 많이 아는 교사가 잘 가르친다고 볼 수는 없겠지요. 가르친다는 것은 아는 것과 다른 문제입니다. 수업에서 학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교수 방법을 찾지 못한 외로운 교사입니다.

마지막은 구제불능(救濟不能)형입니다. 어떤 교사를 말하는 것일까요?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왜 구제가 불가능할까요? 고집불통이기 때문입니다. 아집에 빠져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교사입니다. 동료나 아이들 앞에서 자신이 어떤 실수와 잘못을 하는지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평소 열심히 가르치는 것을 본인은 자랑스러워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아이들에게 해가 될 수 있는 병적인 교사입니다.

선생님, 말씀드린 무능한 교사의 4가지 유형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이따금 박학다식형이 아닌지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어쩌다 주워들은 얄팍한 지식을 마치 내 것 인양 꾸미지는 않았는지 살펴보게 됩니다. 수석교사로서 선생님들 앞에 나설 때면 더욱 그렇습니다. 때론 일상의 반복되는 일과에 묻혀 살면서 변화를 모르는 초지일관형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하고요. 이런저런 핑계로 게으름을 피우다가 아이들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표리부동형 교사가 되어가고 있다는 자책을 할 때도 있습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지식이나 가치관을 학생들에게 목소리 높여 강요하는 구제 불능의 교사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기도 합니다.

선생님, 새삼 교사는 가르침보다 배움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되새깁니다. 판단 없이 열심히 가르치기만 하는 수업은 얼마나 위험한지요? 왜? 라는 질문 없이 진행하는 교육은 얼마나 무책임한가요?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이제 무조건 성실한 교사는 우리 공동체의 미래와 아이들을 위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유능한 선생님에게 뜬금없이 무능한 교사 이야기를 했네요. 선생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내용입니다. 선생님은 유능하십니다. 좋은 선생님이시고요. 그동안 보여주셨던 것처럼 교육에 대한 선생님의 철학과 신념을 지켜 나가시기 바랍니다. 부족한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선생님, 오늘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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