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의 결과가 세계적이었던 만큼 6·25전쟁에 대한 종전선언도

한반도를 넘어 세계평화와 번영의 전기가 될 것이 틀림없다.

김남균 평택대 미국학과 교수

[평택시민신문] 2018년 6월 12일 북미정상이 만났다. 68년 이상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두 국가의 정상이 만났다. 만남 자체가 역사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최대의 의제는 북한의 비핵화였다. 두 정상간 협상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큰 그림은 그려진 셈이다. 그렇다면 비핵화 회담이 곧 한반도의 평화를 의미하는가? 북미회담 한번으로 평화가 왔다고 믿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핵폭탄만큼이나 위협적인 6·25전쟁의 유산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6·25전쟁은 참혹한 민족상잔의 살육전이었다. 남북 모두 무수한 인명 피해를 보았다. 전쟁의 피해자들은 지금도 많이 생존해 있다. 6·25전쟁은 깊은 원한을 남겼다. 지난 68년 동안 남북한의 적대감은 줄지 않았다. 거기다 6·25전쟁은 여러 국가의 이해가 얽힌 국제전이었다. 러시아(구 소련)는 북한의 남침준비 단계에서부터 전쟁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지도했다. 러시아는 북한에 대해 무기만 지원한 것이 아니었다. 남침을 위한 군사전략 자체도 러시아 고문단에 의하여 수립되었다.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기 위하여 미국은 즉각 유엔 안보리를 소집하여 참전을 결정했다. 역사상 최초로 유엔군이 결성되어 한반도에 파견되었다. 유엔군이 38선을 넘어 북진하자 중국군이 참전하면서 전쟁은 더욱 복잡한 국제전으로 발전했다. 6·25전쟁의 영향은 한반도에만 그치지 않았다. 전쟁발발 시초에 미국은 타이완 해협에 7함대를 파견했다. 1949년 10월 이후 타이완 점령을 준비 중이던 중국 공산당에게는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타이완의 국민당 정부에게는 기사회생의 기회였다. 타이완 침공을 포기한 중국군은 한반도 접경지역으로 이동했다. 이후 6·25전쟁에 중국군이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한반도에서 충돌한 중국과 미국은 1970년대까지 적대관계를 유지했다. 미중 간 국교정상화는 1979년에 가능했다.

한편 일본에게 6·25전쟁은 기회였다. 2차 대전의 패전국으로 연합국의 점령통치 아래 있던 일본은 미군의 군사기지로 돌변했다. 6·25전쟁에 참전하는 미군들은 일본 기지를 거쳐 한반도에 배치되었다. 공군 폭격기는 일본 기지에서 폭탄을 싣고 한반도에 날아와 폭격하고 돌아갔다. 일본은 미군들의 휴가지 역할도 했다. 일본은 전쟁특수를 누리면서 경제재건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6·25전쟁은 일본의 국제적 지위 변화에도 기여했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9월에 조인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으로 일본은 국제사회로 복귀할 수 있었다. 미국과 안보조약도 체결했다. 일본 수상 요시다 시게루는 6·25전쟁을 ‘하늘이 준 기회’라고 말했다.

6·25전쟁은 미국에게는 대외정책의 전환점이 되었다. 미국은 유럽의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를 경제공동체에서 군사동맹체로 전환시켰다. 유럽을 미국의 군사적 영향권에 묶어 둘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국가안보문서 68(NSC 68)에 따라 국방비를 대폭 증액했다. 6·25전쟁이 아니었으면 NSC 68에 건의된 군비증강정책들이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 6.25전쟁으로 미국은 군사대국이 되었다. 6·25전쟁은 한반도를 넘어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 깊은 영향을 남긴 것이다.

6·25전쟁이 발발한지 68년이 된 올해, 그것도 6월에 북미정상이 만났다. 그동안 6·25전쟁 참전국들은 대부분 서로 화해하였고 국교도 정상화되었다. 우리와 중국의 국교가 정상화된 지도 25년이 넘었다. 그러나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과 북한은 여전히 적대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6·25전쟁의 핵심 당사국 사이에는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최근 북한이 핵을 개발하며 긴장은 더욱 높아졌다. 그런데 갑자기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개최되었다. 비핵화를 넘어 종전선언과 평화조약으로 갈 수 있는 첫 단추가 꿰진 것이다. 아예 휴전 65주년을 맞는 7월 27일 종전선언이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인가? 6·25전쟁의 결과가 세계적이었던 만큼 6·25전쟁에 대한 종전선언도 한반도를 넘어 세계평화와 번영의 전기가 될 것이 틀림없다. 북미정상회담을 보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6·25전쟁에 대한 종전선언과 평화조약도 성공리에 체결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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