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 참을성 갖고 노력하면 좋은 결과 있을 것”

운과 인내심, 노력이 가져다준 시설관리공무원 26년

[평택시민신문]공무원은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다. 근무시간이 정확한 데다 정년과 수입이 보장되고, 시험을 통해 공정하게 선발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승구(57) 씨는 복창초등학교 시설관리 6급 공무원으로, 1992년 기능직 교육공무원으로 평택초교에 첫 발령을 받은 뒤 26년간 줄곧 같은 일을 해왔다.

“그때는 사실 공무원 되기 쉬웠던 시절이었지요. 주변에 아는 사람이 이런 직장이 있다고 알려줘서 지원을 했고, 당시 특별한 기술이나 시험 없이 들어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운이 좋았죠.”

시설관리란 학교의 건물, 조경, 환경을 유지·보수하는 일이다. 간단한 것은 직접 손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외주를 준다. 학교를 둘러보니 평화롭고 매일 뭔가 고장나겠나 싶어 여유가 있으시겠다고 했더니 손사레를 친다.

“할 것이 많아요. 대지가 1만900㎡고 건물이 4000평에 달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다보니 고장이 잘 나고 평상시에도 관심을 많이 갖고 살펴야 적은 돈으로 큰 공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요.”

복창초등학교는 넓은 운동장을 가운데 두고 여러 시설들이 얕은 언덕 위에 올라있다. 정문 오른쪽으로 조성된 정자를 따라 한 바퀴 돌면 체육관, 수목, 운동기구, 농구코트 등 제법 시설이 많다. 이 모든 시설을 정 씨 혼자 관리한다.

“복창초에 근무하기 시작한 건 올해 1월부터예요. 오자마자 하수구 곳곳에 망을 씌워 낙엽이나 쓰레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방지했죠. 1층 본관 복도에 물이 새어 들어왔는데 콘크리트 턱을 둘러 보수했습니다. 쓰레기봉투를 내놓으면 고양이들이 물어뜯어 지저분해지는데, 창고에 있는 철망을 가져다가 작은 바리케이트를 만들었습니다. 그 이후부턴 아주 깔끔해요.”

정 씨는 누가 일을 시켜서 하기보다 찾아서 하는 편이고 일은 미루지 않고 바로바로 처리한다. 이는 올곧은 성격 때문이기도 하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하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였다고 한다.

“사실 처음 취업하고 급여가 너무 낮아 고민을 했어요. 당시 35만원이었는데, 이전 직장인 동아출판사에서 75만원을 받았거든요. 3년간 그만두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주변서 앞으로 좋아지지 않겠냐고 말해줘 묵묵히 참고 견뎠습니다. 그러다 40대 후반즈음 되니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이러한 생각과 노력이 보답을 받아 그는 1995년 평택교육장 상, 2007년 경기도 교육감 상, 2015년 모범공무원상을 받았다. 교육공무원 대상 연 2회 주어지는 상으로 단위 부서에서 추천받아 최종 수상하게 되는 상이라고 한다. 우연한 계기로 인해 입사했지만 묵묵히 인내하고 노력해서 그만큼의 보답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는 계속해서 운이 좋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변화된 세태 때문이다.

“어느 때부턴가 학교에서도 비정규직을 뽑기 시작했고 지금 시설관리는 아예 뽑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공무원 되기도 어렵고 취업도 어렵죠. 젊은이들도 취업해도 금방 그만둡니다. 제 아들의 경우 중소기업에 취직했다가 적응을 못해 퇴사를 했어요. 처음엔 일을 모르고 서투르니까 윗사람이 잘 가르쳐주고 보살펴주면 좋은데 지금은 개인 이기주의가 팽배해서 그렇게 안 하는 것 같아요. 젊은이들도 참을성이 없어요. 우리는 어렵고 힘들어도 묵묵히 참고 견디는 세대였죠. 사회도 각박해진 건 맞지만 젊은 세대들이 마음을 다 잡고 문턱을 낮추면 얼마든지 좋은 직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피하다보니 좋은 일자리도 놓치고 그러다보니 기회도 없죠.”

그는 실제로 자신이 동아출판사의 한 대리점에서 일하다가 본사직영으로 전환돼 본사직원이 된 이야기, 일하다가 사고가 나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지만 이후 시설관리직으로 입사했던 일들을 설명한다.

“조건을 보고 대리점에 입사를 하지 않았거나 시설관리직을 중도에 그만두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하는 점을 생각해보는 거죠. 인내심을 갖고 해보세요. 젊은이들이 참을성을 길러 일하다보면 좋을 결과가 있을 겁니다.”

90년대 말까지 있던 숙직업무 때문에 아이들과 잘 놀아주지 못해 미안한 것 외에는 시설관리 공무원으로 살아온 것에 후회 없고 자부심을 갖는다는 그는 앞으로 퇴직하면 요리를 배워서 아내한테 식사를 차려주고, 시설관리를 하며 익힌 기술로 봉사활동에 나서고 싶다는 작은 바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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