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진 규<시의원·비전2동>

번역하면 “인디언 보호구역”이다.
빠르면서 격정적인 음률로 빼앗긴 인디언의 삶을 절규하듯 노래하는 이 팝송은 왠지 모르게 심연을 흔드는 느낌을 주어 자주 듣곤 했다.
가사를 요약하면, “인디언은 땅을 전부 빼앗기고 보호구역에 갇혀서, 언어를 빼앗기고 어린 얘들은 영어를 배워야 하며. 인디언들은 자기들이 수제품으로 만들던 목걸이도 못 만들게 되고 일본인들이 만들고 있으며. 비록 양복을 입고 있지만 여전히 벌거벗은 인디언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다시 인디언의 나라가 회복될 것이다.”라는 내용이다.
얼마 전 난생 처음으로 미국 서부 방문 길에 올랐던 나는 인디언의 최후의 항전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하와이에서는 오하우섬 동쪽 지역에 위치한 원주민 인디언 보호구역을 구경했다.
주름진 인디언들의 얼굴은 영락없는 우리 시골 노인네 모습이다.
따지고 보면 그들은 우리와 혈통이 같은 몽골리안 종족이다. 먼 옛날 태평양을 표류하다 미 대륙과 대양 여러 군도에 정착한 우리 옛 조상의 형제 족속들이다.
천년이 넘게 미 대륙의 주인이었던 인디언들은 백인들에게 영토를 빼앗기고 도륙을 당했다.
지금은 인디언 보호구역에 유폐되어 정부에서 주는 돈으로 무위도식의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직장을 가지면 안되고 사업하는 것도 금지된다.
그들은 심심해서 술과 마약에 취해 살아간다. 그래서 건강을 잃고 일찍 죽어간다.
이게 인권의 천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디언 멸종 정책이다.
1492년 컬럼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한 이래 40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인디언들은 스페인과 앵글로색슨을 비롯한 유럽 백인들의 야만적인 탐욕에 의해 무참히 짓밟혀갔다.
우리는 미국 서부 영화를 재미있게 감상한 경험이 있다.
그 영화들은 으레 정복자 백인이 선량한 주인공이고 붉은 인디언은 무자비한 야만족으로 나온다.
곤경에 빠졌던 백인 주인공이 인디언 침입자를 물리치면 관객들이 박수를 치곤 했다.
6.25 전쟁 때 우리를 구해준 양키들이니 당연히 우리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뿔싸, 벌거벗은 그 용맹한 인디언들은 자기네 땅과 동족을 지키기 위한 거룩한 전쟁을 치르는 것이었음을 그 때는 몰랐던 것이었다.
인디언들은 원래 드넓은 산천과 조화를 이루며 자연과 호흡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던 선량한 사람들이었다.
컬럼버스도 에스파니아 왕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이들은 아주 평화롭고 유순해서 전하께 맹세하오니 세상에서 이보다 더 나은 백성은 없을 것입니다.
이들은 이웃을 제 몸같이 사랑하며 말은 부드럽고 상냥할 뿐 아니라 언제나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벌거벗고 있지만 이들의 태도는 예절바르고 훌륭합니다.”라고 적고 있다.
그러나 스페인 사람들은 미 대륙 발견이후 10년도 못 되어서 인디언 부족 수십만 명을 몰살했다.
나중에 상륙한 앵글로색슨 영국인들은 훨씬 더 교묘한 방법으로 인디언을 약탈했다.
노예 해방론자인 링컨 대통령마저도 남북전쟁의 와중에서 미네소타의 삼림 수우족 인디언 사형수들을 처형하라고 명령했다.
우리 귀에도 낯설지 않은 나바흐족, 코만치족, 아파치족 등 인디언들은 서부로 내몰려 멕시코와 양키들에게 항전하다가 죽어 갔고 1890년에는 사우스 다코다주 파인 릿지의 운디드니 샛강에서 수우족 인디언들은 최후의 전투를 맞아 전사 300명이 순사했다.
“운디드니 학살”은 인디언들에게 자유의 종말을 의미했고 그들의 꿈은 운디드니에 묻혔다.
그로부터 살아 남은 인디언들은 유폐지역인 “인디언 레저베이션”에 갇히게 됐던 것이다.
하긴 세계역사를 훑어 내려오다 보면 지구의 땅은 정해진 임자가 따로 없었다.
시대 시대마다 힘있는 나라가 차지하면 그만이었다.
인디언은 문화는 있었으나 고립되어 문명의 진전이 없었으니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인디언 멸망사는 남의 일이 아니다.
9.11 테러를 당한 미국은 페이스를 잃어버린 것 같다.
UN도 무시하고 침략전쟁도 불사하는 등 오버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애국법(US Patriot Act)을 만들었다.
이주민으로서 국익을 해치는 혐의가 있는 사람이면 시민권이 있어도 기본권을 무시하고 구속하고 추방한다고 한다.
미국의 이 같은 패륜적 행태는 이 나라 건국의 기반이 되는 인디언에 대한 침략과 만행을 자행했던 백인종 우월주의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요즈음 미국이 우리를 몰아치는 것을 보면 우리를 마치 인디언 취급하는 게 아닌가하는 느낌이 든다.
만일 우리나라가 하와이 군도 가까이 있었다면 우리도 땅을 빼앗기고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어 보호구역에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쓸데없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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