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의 변화 주체…공무원 아닌 일반 시민”

옛 경험 바탕…교통문제 해결사 자처

[평택시민신문]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과 직접 상관이 없는 일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어떤 일이 문제가 되더라도 바로 잡으려면 골치 아프고 귀찮기 때문에 대개 방관한다. 그런데 자기와 상관없는 문제도 열심히 알아보고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김홍식(58) 평택농협 이사도 그런 사람이다. 그의 관심사는 주로 교통문제와 관련이 있다.

“평택은 1번 도로를 기준으로 이정표를 표시해놔 관내 중심으로 차량이 몰려요. 시내로 불필요하게 차량을 유도해 교통체증이 늘어납니다. 교통체증이 늘어나면 브레이크를 많이 밟는데 그때마다 라이닝패드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환경을 오염시키죠.”

김 이사는 핸드폰에 든 문서를 보여주며 평택시의 교통문제에 대해 열심히 설명한다. 알기 어려운 것도 있고, 납득이 가는 것도 있다.

“교통량이 많은 곳에서 신호연동제를 하면 교통체증을 줄일 수 있어요. 동시신호와 함께 비보호좌회전을 허용하는 것도 방법이죠. 또 앞으로 신설될 도로를 격자형으로 하지 않고 유선형으로 만들면 화물차, 대형차가 코너를 돌 때 훨씬 편해집니다. 교육청 낙촌과 기계공고사거리 정류장을 보면 언덕에서 우회전하고 바로 옆에 버스정류장이 있어요. 버스 때문에 자동차가 서야 돼서 회전차로가 마비되기 십상이죠.”

그는 이러한 사항들을 수차례 시의 교통행정과에 건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되돌아온 답변은 알고 있다는 말이 전부였다고. 교통문제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바꾸면 바꾸는 대로 또 민원이 들어온다고 한다. 그는 왜 이렇게 골치 아픈 일을 하는 걸까.

“부엌을 입식으로 바꾸고 주부들이 편해졌어요. 2000년대부터 문지방을 없애기 시작했는데, 그건 박사나 교수들이 제안한 게 아니라 기능공들이 삶속에서 터득해 바꾼 것입니다. 공무원과 일반시민의 생각은 격차가 큽니다. 공무원은 학문적이지만 시민들은 생활밀착형이라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죠.”

그는 일상생활에 변화를 가져오는 주체는 일반 시민이라고 믿는다. 천착하는 문제가 교통과 관련된 것은 그가 교통전문가이기 때문이다.

“5학년 때부터 농사를 지었어요. 그러다 스무 살 무렵 경운기 사고가 났죠. 그때부터 교통사고를 예방하는데 관심을 가졌고 교통안전관리자를 취득해 버스회사 사고처리 전문반으로 입사를 했어요.”

그는 사고처리뿐만 아니라 예방을 위해 운전기사들이 제기한 문제점을 해결하러 다녔다. 신호를 가리거나 도로에 쓰러진 나무를 제거하기위해 시청에 민원을 넣는 것도 업무의 일환이었다. 회사는 퇴직했지만 그때 일하던 습관이 남아있는 것일까? 그는 아직도 오가다가 도로나 교통상황을 보며 느낀 점을 시민들 대신 민원 한다.

“일반인으로 민원을 넣으면 어려워요. 신호등 없는 동네서 살았는데 해결하는데 2년이 걸렸습니다. 이장이 되면 쉬워요. 그래서 일부러 지금 살고 있는 곳의 통장이 됐죠.”

실질적인 성과도 있었다. LH가 시공한 한 아파트 도로 코너가 격자로 돼있었는데, 설계가 잘못돼 모든 차가 코너를 돌다 중앙선을 넘어가는 문제가 있었다. 그의 지적에 LH는 잘못을 인정하고 격자 모서리를 유선으로 바꾸었다.

“사람들은 자기가 운전을 잘못해서 사고 난 줄 아는데 환경적 영향도 있거든요.”

최근 그는 지난 4월 창립한 시민사회재단에 참여해 산업교통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시민사회재단은 사회불평등 해소와 공공성 강화를 목적으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단체다. 18개 분과가 있는데 산업교통안전위원회는 교통안전관련 문제점을 찾아 사고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한다.

“직업상 사고를 줄이는 방법을 늘상 생각했고, 지금은 환경을 많이 생각하는 편입니다. 개선해야할 점을 누군가는 알려줘야 하는데, 제가 기술적·실무적인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나서게 된 거죠.”

그가 평소 하는 일은 농사를 짓고 농협 이사로서의 안건을 처리하는 것이다. 위원회 활동은 일종의 사회를 위한 재능기부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이 일을 하는 원동력이 뭘까 궁금해진다.

“나 때문에 바뀌었구나 하는 성취감이 있어요. 또 울지 않으면 젖 주지 않잖아요? 민원을 계속 내면 공무원들이 그걸 취합해서 결국 살기 좋은 평택시가 되겠지요.”

간단한 답변이 오히려 낯설다. 나만을 위해 살지 않는 삶이 흔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남과 사회를 위해 쓰는 사람이 있기에 세상이 점점 살기 좋게 바뀌어가지 않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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