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재 식<평택외국인 노동자센터 소장>

정부는 오는 11월 15일까지 자진출국하지 않은 약 12만명의 불법체류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해 16일부터 일제단속과 강제추방을 할 것임을 강력하게 내비치고 있다.
지난 10월 31일까지 전국 69개 고용안정센타에서 한국에 입국한지 4년 이하의 불법체류자 22만7000명을 대상으로 체류확인을 받은 결과 83.53%인 18만9615명이 등록을 마쳤다.
4년 이상불법체류자와 03년 3월 31일 이후 불법체류자 8만여명, 이번에 체류확인을 하지 않거나 취업을 못한 3만여명, 밀입국자 1만여명 등 총 12만여명은 대부분 국내에 남아 단속반과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을 벌이게 될 것이다.
이번 고용허가 신청은 불법체류자 수치를 줄이는데 약간의 성과를 거두었을 뿐, 정부에서 원했던 장기체류자 정리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를 남기고 있다.
고용허가제도를 실시하는데 있어 그 내용상 합리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절차상의 문제가 심각하게 모순되었기 때문이다.
첫째, 산업연수제와 병행 실시토록 함으로써 고용허가제도의 실시 의미를 애써 반감시켜 버렸다.
둘째, 세계 어느나라에도 불법체류자 양성화 과정에서 그 유래가 없는 연차별선별허가 방식은 외국인노동자들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법의 권위를 거부케하여 행정력에 도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셋째, 산업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여 영세 사업장을 중심으로 중견기업에 이르기까지 생산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기계가 멈추고 심지어 공장 문을 닫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12만명에 이르는 불법체류자를 단속하고 수용할 시설과 인력이 충분히 준비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단속과정에서 벌어질 강압수색과 연행, 강제수용, 강제출국 등의 인권침해 문제들은 고용허가제도 도입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것이다.
정부에서는 고용허가제도시행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 온 외국인노동자관련단체들의 목소리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일단 시행 후 보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해 왔다.
그런데 불과 두달간 실시한 고용허가신청기간에도 정부가 발표한 신청기준은 날이 바뀌면 기준도 바뀌어 신청 대상 외국인들은 물론 각 외국인노동자관련단체에서도 매일 변해가는 기준을 이해하고 설명하느라 여간 혼란스러움을 겪은 것이 아니다.
며칠전에는 자진출국자의 출국율이 떨어진다 하여 임금체불업체를 강력 단속하고, 자진출국대상자 중 임금체불자는 신고 후 출국하면 송금해 주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번 고용허가제 신청이 시작된 후 의도적인 임금체불과 임금 삭감, 임대보증금 미지급 등 우리 사회의 추악한 모습들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그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신고 받고 대신 추징하여 송금할 수 있다는 것인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
큰 틀에서 멀리 보고 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해야 하는 국가정책을 임기응변식으로 그때 그때 부딪히는 상황에 따라 해결 해 간다면 그 혼란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불행들을 어떻게 책임지려 하는가.
12만명의 불법체류자들에게도 그들 스스로 한국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주어야 한다.
출국 후 일정기간의 재입국을 보장한다든가, 최소한의 체류기한 연장 등 많은 방법이 있을 것이다.
모두가 수긍하며 원칙에 동의를 이루어 법을 시행한다면, 누구도 반대할 명분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지만, 이제는 잘못을 더욱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몰아가지 말고 합리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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