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문제를 모두 인구 크기로 결정한다면 지방분권은 실패로 끝날 것
인구의 규모와 상관없이 각 지방의 역사와 전통이 존중되는 지방분권 실시돼야

김남균 평택대 미국학과 교수

[평택시민신문] 개헌문제로 여야가 정치적 샅바싸움을 하고 있다. 개헌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이가 크다. 현격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의견 절충이 쉬워 보이는 분야도 있다. 지방분권문제가 그렇다. 여야 모두 지방분권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개헌에 대한 여야 합의가 추진된다면 지방분권은 당장 실현될 전망이다.

그런데 지방분권 논의에서 제외된 부분이 있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심화될 지역불평등문제이다. 이미 지역 간 인구 규모의 차이가 크다. 거기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인구는 최근 급속하게 줄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인구 때문에 없어질 지자체도 속출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분권은 인구가 적은 지역에는 독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정치문화에서는 인구비례에 따른 다수결방식이 유일한 의사결정방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구비례에 따른 단원제 국가이다. 국회의원은 해당 지역민의 의견을 대변한다. 인구가 많은 곳은 상대적으로 국회의원 수가 더 많기 때문에 중앙정치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현존 인구까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분권이 해당 지역에 무슨 실익이 있을 것인가? 지방분권논의 때 꼭 짚고 넘어 갈 문제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연방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 연방의회의 구성 원리를 살펴보기로 한다. 1787년 헌법을 제정할 당시 연방 헌법 초안으로 처음 제시된 것은 ‘버지니아 안(Virginia Plan)’이었다. 버지니아 안은 각 주의 인구 규모에 비례하여 연방 의회의 의원을 각 주에 배정할 것을 제안했다. 즉각 뉴저지 주를 비롯하여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주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대신 뉴저지 주는 인구와 상관없이 각 주에 대해 동수의 연방 의원의 배정을 주장했다. 소위 ‘뉴저지 안(New Jersey Plan)’이었다. 주가 모여서 연방 정부를 창설한다면 당연히 각 주에 대해 동등한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인구가 적은 주들은 제헌의회의 참여를 철회할 기세였다. 인구가 많은 주들도 양보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제헌의회는 위기에 빠졌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나온 절충안이 ‘코네티컷 안(Connecticut Plan)’이었다.

결국 코네티컷 안이 최종안으로 채택되었다. 연방 하원은 각 주의 인구에 비례하여 의원을 배정하고, 대신 상원은 인구와 상관없이 각 주에 2명씩 의원을 배정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지금도 미국의 연방 하원과 상원은 위와 같은 이런 방식으로 구성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 주의 인구는 3000만 명이 훨씬 넘는다. 하원의원은 53명이 선출된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에서 선출되는 연방 상원의원은 2명이다. 반면 미국 50개 주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와이오밍 주의 총 인구는 약 60만 명이고, 하원의원 1명이 선출된다. 또한 와이오밍의 연방 상원의원은 2명이다. 순수하게 인구비례원칙에 따른다면 와이오밍 주는 하원의원이나 상원의원을 각각 단 1명도 선출할 자격이 없을 것이다. 미국 인구를 3억으로 볼 때 100명의 상원의원을 인구 비례로 배정한다면 적어도 인구가 3백만 명은 넘어야 하고, 435명을 선출하는 하원의 경우는 하원 1명 당 지역구 인구가 적어도 71만 명은 넘어야하기 때문이다.

인구의 규모는 민주정치에서 결정적이다. 다수결방식이 민주정치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지역의 문제를 모두 인구 크기로 결정한다면 우리의 지방분권은 실패로 끝날 것이다. 승자독식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고 있는 지방의 문화적 정체성과 역사적 전통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문화와 역사는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각 지방의 역사와 전통은 문화적 다양성의 자산이자 뿌리이다. 현재와 같이 인구비례에 따른 단원제 국회에서 획일적 다수결방식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면 인구가 줄고 있는 지역의 문화는 소멸되고 말 것이다. 지방의 인구불균형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인구의 규모와 상관없이 각 지방의 역사와 전통이 존중되는 지방분권이 실시되어야 한다. 미국이 상원을 설치한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외부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