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라이온스협회 354-B지구 5지역 최인규 부총재 북녘 기행기

평양의 문이 완전 개방되었다. 민간인들의 교류가 이어진다. 지난 10월 2일부터 6일까지 대한항공에서 처음으로 민간인들의 평양방문 일정을 실행했다.
평택지역에서는 국제라이온스 354-B지구 5지역 최인규 부총재와 그의 어머니 인금분여사, 동일공업고등학교 김고규교장이 방북의 길에 올랐다.
반세기 이상의 분단 역사를 극복하고 통일에 한발 더 가까이 가자는 차원에서 본지는 최인규 부총재의 북녘 기행기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 평화자동차와 주택정책
평화자동차 공장은 33만평. 전에는 중고자동차를 수입해서 판매했지만 지금은 이태리 피아트를 전량 조립하여 북한에 판매하고 있다.
연 1만대 생산능력이 있으며 휘파람은 12,500달러, 뻐꾸기는 16,000달러에 판매된다. 지금까지 총 300대를 판매했다 한다.
지분은 문선명 총재의 통일그룹과 북한 정부가 50%씩 갖고 있고 휘파람, 뻐꾸기 이름은 김정일 장군이 직접 지었다 한다.
전 기아자동차 사장 김선흥씨가 현재 평화자동차 고문으로 있다.
박상권 이사장이 대표로 있으며 박사장의 포부는 대단히 커 유럽으로 수출할 뿐만 아니라 남한으로의 판매도 검토하고 있다.
또 평양시내에 북한에선 처음으로 6개 광고탑을 설치할 예정이다.
북한의 주택은 국가에서 지어주는데 농촌은 주택사용료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평양시내는 받는 봉급의 2%를 주택 사용료로 내고 있다. 의사는 20∼30명당 1명으로 주민 당 병력기록부가 있어 평생 따라 다닌다고 한다.
평균수명은 76세로 우리와 비슷하고 산전산후 기간은 1년이며 이 기간동안 100%의 봉급이 지급된다.
교육정책에 있어 학생에 대한 체벌은 전혀 없으며 교육자 정년은 60세이고 정년 후 연금은 봉급의 80%를 받는다고 한다.
■ “선(禪)은 부처의 마음이고 교(敎)는 부처의 말씀이다”
모란봉의 옛말은 ‘금수산’이다.
정상 을밀대에서 바라본 대동강은 가수 나훈나씨의 노래를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게 만든다.
내려오면서 보인 북녘 아주머니들의 풍악과 춤은 다소 혼란스러웠지만 ‘반갑습니다’라는 노래를 부르며 같이 손잡고 춤추자고 한다.
자유스럽게 보이고 치열함 속에서 사는 우리에게 부러움을 느끼게 한다.
다닐 때도 차량이 거의 없어 도로 전체를 전세낸 기분이 든다.
‘잔잔한 가슴에 파문이 일때’라는 책을 쓴 루이제린제는 평양을 천국이라 칭했다.
아마도 사람들의 자유스러움과 여유로운 생활을 뜻하는 게 아닌가 싶다.
가이드와 대화 중 굶는 어린이가 없느냐라는 질문에 1994년 가뭄과 질병으로 인해 3년간 많이 어려웠고 굶었으나 그 뒤 남한의 도움과 국제사회의 관심으로 인해 굶는 일은 없단다.
가는 길의 용문대굴은 고수동굴만 못한 것 같고 굴 관람 중 정전이 여러 번 있었다. 중국관람객이 많아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조선왕조 500년을 대표할 스님은 무엇으로 보나 서산대사 휴정(休廷 1520-1604)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나라에서 머슴취급이나 받던 스님들을 불러모아 국난극복에 서게 하고 그로 인하여 전란 뒤에는 불교가 다시 민중 속으로 파고들어 오늘의 불교로 살아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니 현대 불교의 시조는 마땅히 휴정으로 모셔야 할 일이다.
“선(禪)은 부처의 마음이고 교(敎)는 부처의 말씀이다”라는 말에서 보듯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높은 경지에 있는 휴정의 호는 청허(淸虛)로 평안도 안주에서 태어나 20세에 출가하였다.
사명당(1544∼1610)이 서산대사를 찾아왔던 때의 일화를 보면 금강산의 사명당이 묘향산의 서산대사의 학식이 깊고 수행이 높다는 말을 듣고는 높으면 얼마나 높고 깊으면 얼마냐 깊을 것이냐고 은근히 시험해 보았단다.
“대사님, 여기 오다가 고운 새 한 마리를 잡았는데 이걸 대사님께 드려야 좋을 지 놓아야 좋을 지 모르겠습니다.” 이에 서산대사는 빙그레 웃으며 답했는데 “나는 대사께서 소승을 찾아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을 텐데 밖에 나가 마중을 해야 할 지 안으로 모셔 들여와야 할 지 몰라 망설이고 있소이다.” 이 한마디에 사명당은 무릎을 꿇고 서산대사의 제자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임종전 대사는 생사의 유무를 뛰어넘는 절명의 게송(偈頌)을 이렇게 읊었다.
千計萬思量 紅爐一點雪(천계만사량 홍로일점설)
泥牛水上行 大地虛空裂(니우수상행 대지허공렬)
생각하고 꾀하던 온갖 것들 화롯불에 떨어진 흰 눈 한송이
진흙으로 만든 황소가 물위로 가고 대지와 허공에 꺼져 버렸네
■ “역사를 잃어버린 민족은 미래도 잃어버린다”
북에서의 마지막 밤, 곰곰히 되새겨보면 우리 관광객이 북한을 여행하는 것에 대해 북쪽을 동경하고 김정일 위원장을 흠모하는 것으로 착각하여 일반인들이 우리를 반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얼마 전 대구유니버시아드 때 미녀 응원단이 비에 젖는 김정일 위원장 플래카드를 울면서 걷을 때 이것은 보이기 위한 과잉충성이 아니었나 생각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자발적인 행동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하지 않는 우리는 이상히 여기고 불쌍히 쳐다보고 있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짧은 여행이었지만 그 동안 느껴왔던 북에 좀더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
그들에게 처해진 상황과 북핵에 집착하는 모습 등이 그럴 수 도 있겠구나라는 점이 연민으로 다가온다.
■ 기회와 모험의 땅 평양!
남북 국민 모두는 통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 때문일 것이다.
흥하든 망하든 이 남북한에 산적한 많은 문제들도 통일을 기화로 모든 갈등이 해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남한의 경제 규모는 세계 11위. 통일되면 세계 7위로 올라선다고 한다.
북의 정비된 SOC와 노동력, 남의 자본과 기술 및 정보력의 시너지가 21세기 동북아의 꽃으로 활짝 필 것을 의심치 않는다.
그렇다면 통일의 방법은 어떻게 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남쪽이 북쪽을 흡수 통합해야 남북한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고려연방제, 1국가 2체제, 이 모든 것은 또 다른 갈등과 혼란만 야기할 뿐 진정한 통일 방법은 아닌 것이다.
북 사람들의 사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접수할 것인지가 큰 과제다.
차라리 통일이라는 단어를 접고 자유왕래, 자유투자의 기간을 오랫동안 견디다 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그리고 바로 이 자체가 통일을 앞당기는 방법일 것으로 본다. 반세기 시간의 갭을 좁히기에는 그만큼의 인내와 또 다른 희생이 있어야 되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
나의 형제, 나의 땅, 그곳에도 눈물이 있고 웃음이 있다. 그리고 미래도 있고 희망도 있다.
헤어진 긴 세월이었지만 풍습도, 사랑하는 모습도 같았다.
이제는 활짝 열린 북녘 땅. 우리에게 다시 한번 모험과 기회의 땅으로 다가오고 있다.
돌아오는 날 순안 비행장의 하늘은 유난히도 파랗고 맑았으며 다시 눈에 들어온 코스모스가 가을의 강한 정취를 느끼게 해주었다.
오늘의 작은 만남이 내일의 큰 만남으로 이어지기를 다시 한번 기대하면서 동행한 분들과 함께 묵직한 희망을 갖고 평양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끝>
<북한기행기>
평택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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