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과 슈베르트의 사랑과 그리움 시로 표현하고 싶어
뮤지컬 배우 꿈, 합창 지도하면서 풀어

“붉은 바위 흔들던 바람을 기억한다// 반딧불이 춤추듯/ 잠시 반짝이다 사라진/ 바람의 얼굴을 기억한다//... 중략... 무언가 말하고 싶어/ 곱게 쌓아올린 삶으로/ 너를 초대했었지// 붉은 바위를 흔들다/ 떠날 바람인지도 모른 채” - 장진희 ‘바람 같은 너’ 중에서

“35년간 음악교사로 살아온 제게 슈만과 슈베르트의 사랑과 그리움은 매순간이 시였어요. 기쁨도 아픔도 시였어요. 어느 날 문득 이 느낌을 시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잠 안 오는 새벽에 한 편 한 편 쓰면서, 이러다말겠지 했는데 어느새 여러 편이 쌓이고 시집을 내게 됐어요.”

문학잡지 ‘문학바탕’ 올해 1월호에 ‘바람 같은 너’외 시 4편이 실리면서 장진희 시인(57)이 문단에 올랐다. 틈틈이 써온 시 90여 편을 묶어 시집 ‘샤갈의 집’도 펴냈다. 장진희 시인은 중고등학교 음악교사로 재직하다 지난달 평택마이스터고등학교를 끝으로 명예 퇴임하고, 앞으로 펼쳐질 제2의 인생을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설레임 속에서 지내고 있다.

“항상 마음 속에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2016년부터 쓰기 시작했어요. 머리에 시상이 가득했나 봐요. 어느 날은 하루에 열 편 씩 써지기도 해서 천천히 쓰려고 일부러 누르기도 했어요. 제가 에너지가 많거든요. 청소년 시절에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이탈리아 유학을 꿈꿨죠. 집에서 유학까지 보낼 상황은 아니어서 외교관이라도 만났으면 했어요(웃음). 사범대를 졸업하고 음악선생을 하면서도 수업하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어떤 아쉬움이 계속 남아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합창을 가르치면서 해소가 되더라고요. 합창 지도하려면 에너지가 많이 들잖아요. 90년도부터 2000년 중반까지는 학교들에 합창 붐이 일어 합창이 인기가 많았어요. 그래서 더 재미있었죠.”

장진희 시인은 교직에 있을 때 충북과 경기도에서 교육장상 다섯 번, 교육감상을 네 번이나 받았을 정도로 합창지도에 열정을 쏟았다. 수원 수성중학교 재직 시절에는 음악교사들이 버거워하는 변성기 남자중학생을 지도해 경기도학생예능발표회 합창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중2학년 때부터 성인 성악 발성을 연습시켜 중3때 대회에 나가 오페라 ‘히브리노예들의 합창’을 불렀다는데 중학생들이 소화하기 쉽지 않은 곡이다.

“이제 성인들 합창을 본격적으로 지도해보고 싶어요. 지금도 교회 성가대 지휘는 계속하고 있고 직장 합창단도 지도한 적이 있어요. 직장에서는 다들 바빠서 시간 내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자투리 시간들이 있어요. 일단 시작해서 연습하다보면 화음이 맞아가니 재미있고 발표회라도 하고 나면 만족도가 아주 높아지죠. 평택에 성인 합창 붐을 일으켜보고도 싶어요(웃음). 여긴 평택이니까 한국사람과 미국사람이 함께 부르는 합창도 좋겠죠.”

누군가 사람의 목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라 했던가.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자제하면서 조화롭게 높아지면서 이루는 화음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은 때로 다른 악기가 주는 감동을 성큼 넘어선다. 조화로운 아름다움, 장진희 시인이 합창을 좋아하는 이유다.

“오랜 시간 학생들과 노래하며 웃으며 보낸 시간들 모두가 시를 위한 노랫말이었다는 걸 알았어요. 사랑, 그리움, 별과 꽃에 대해 나눴던 이야기들이 제 시가 되어 먼 훗날 멋진 노랫말이 될 거라 믿어요. 시간은 걸리겠죠. 시집을 내고 다른 사람들의 시를 깊게 읽어보니 공부할 게 많더라고요. 성악에서 반드시 표현할 것과 생략해도 되는 것이 있는데 시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진희 시인의 시에서는 출렁이는 리듬감이 느껴진다. 시를 쓰는 즐거움에 잠 못 이루는 밤이 기다려진다는 장진희 시인의 시가 노래가 되고 합창이 될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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