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을 열망하는 사람들의 꿈 이뤄주는 것이 소망”

3월 2일부터 중학교 학력 공식 인정받는 ‘성인 중학과정’ 시작

문해교육부터 시작해 초등과정교육, 검정고시 대비 교육 등 진행

교장으로서 대외활동 하며 학교 운영될 수 있도록 든든하게 지원

이안칠 교장(왼쪽)과 부인 김영임 씨

올해로 25년째 시민 평생학습에 힘써온 평택시민아카데미 상록수평생학교(이하 상록수학교)가 올해부터 중학교 학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상록수평택학교 성인 중학과정’을 3월 2일부터 실시한다. 만19세 이상의 성인 중 중학교 졸업을 원하는 사람은 검정고시 없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1년 만에 중학교 졸업장을 취득할 수 있게 됐다.

<평택시민신문>은 개강 전 이한칠(58) 상록수학교 교장을 만나 상록수학교의 전반적인 운영상황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상록수학교의 출범 및 운영 과정은?

1988년도 1월에 회사 때문에 평택으로 오게 됐다. 그리고 그 해 결혼을 하고, 사물놀이를 교육하는 아카데미를 시작했다. 당시 송탄지역은 미군부대로 인해 미국문화가 다른 지역에 비해 널리 퍼져 있었고, 이러한 지역일수록 우리의 전통을 계승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물놀이를 시민들에게 가르쳤다. 하지만 전통문화만으로는 한계점이 있었다. 교육의 다변화도 어려워 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한정돼 있었다. 1993년도, 이렇게 전통교육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을 때 현재 상록수평생학교 황우갑 회장을 만나 문해교육사업을 해보자는 제안을 받고,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한글을 모르는 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지만, 점차 초등학교 과정 및 검정고시 교육 등을 필요로 하는 시민들이 많다는 것을 파악해 관련 교육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단순히 한글을 배우는 것을 넘어 학교 졸업장을 취득하는 등의 큰 목표를 세울 수 있었고, 학생들은 더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한국은 중학교 과정까지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중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상록수학교를 중심으로 작년에 ‘평택시 성인문해교육 지원조례’를 제정하게 되었고, 올해부터는 중학학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상록수평생학교 성인 중학과정’을 진행하게 된다. 중등과정은 3월 2일부터 15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교장으로서의 업무는?

실무적인 일보다는 대외적인 활동에 중점을 둔다. 특히 대외 활동을 통해 학교의 경비를 충당해야 할 때가 많았다. 90년대 상록수학교의 사무용품이 부족하고, 이를 위한 재원이 없을 때 다니던 회사로부터 사무용품을 지원받기도 하고, 학교의 책‧걸상이 심하게 낡아 사용하기 어려웠을 때는 ‘의자 한 개 기증운동’을 펼쳐 기금을 마련해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책상과 의자를 마련하기도 했다.

대외 활동을 통해 학교에서 필요한 자금을 모으지 못했을 때는 개인 비용을 들여야 했다. 상록수학교를 위한 공간을 얻어야 할 때 전세금이 부족한 적이 있었다. 당시 아내와 상의한 끝에 대출을 받았고, 이를 통해 학교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해 주는 선생님들에게 작은 보답이라도 하고 싶어서 7년여 동안 교사모임을 갖고, 식사를 대접하는 일도 했다. 당시 아내가 고생이 많았다. 단순히 식사를 대접하는 일 외에도 다양하게 학교를 위해 헌신해 준 아내에게 지금도 감사하다.

 

이렇게까지 문해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어머니가 자식들의 교육에 열정적이었다. 그런 어머니였지만 글자를 읽는 것은 가능해도 글자를 쓰는 것은 못하셨던 것 같다. 지금도 어머니처럼 한글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하시는 어르신들이 많고, 글자를 몰라 큰 불편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문해교육에 열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일종의 봉사 차원에서 이런 일을 하게 된 이유도 어머니 때문이다. 어릴 적 어머니가 동네에서 배곯는 아이들에게 젖을 나눠주시는 것을 자주 봤다. 이렇게 이웃을 위해 베푸는 모습을 보면서 자라다보니 작지만 타인과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외국계 회사를 다녔던 것도 주요했다. 미국계 기업인 퓨리나사료에 다녔었는데, 이 기업은 지역을 위한 환원 사업을 다채롭게 진행했다. 이 속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머뭇거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30년 동안 학교를 이끌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문맹률이 낮은 대한민국에서 한글을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기에 한글을 깨치지 못한 어르신들은 글을 몰라 불편한 삶을 감수해야 하면서도 그 불편함을 자식들에게 내비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분들이 알음알음 학교를 찾아와 글을 깨우치고, 나아가 학교 졸업장까지 취득하는 것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상록수학교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또한 아무리 작은 단체라도 그곳에서 30여년 동안 리더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다. 뒤에 든든히 지원해 준 아내의 힘이 컸다. 또한 학교의 운영을 위해 뛰어다니는 관계자들,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자원봉사 선생님들 때문에 상록수학교가 존재할 수 있었다. 이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단기적으로는 오래돼 사용하기 어려운 의자를 다시 한 번 교체하고 싶다. 이를 위해 과거에 했던 ‘의자 한 개 기증운동’을 올해에 다시 진행해 보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평생시민아카데미의 교육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것이 계획이다. 중학교육까지가 의무교육이지만, 초등 및 중등학년 과정 교육을 실시하는 상록수학교의 재정적인 어려움은 상수로 남아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국가나 도, 시로부터 지원을 받아 배움을 열망하는 사람들의 꿈을 이뤄줄 수 있는 것이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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