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상황을 넉넉하게 품고 이룬 ‘성공’, 더욱 축하 받을 일

미용실과 음식점 운영은 내 맘대로 디자인 가능한 공통점 있어
이미용 봉사와 함께 어르신들한테 음식대접 봉사 하고 싶어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기 위해 기준을 정하고 표준화된 방법으로 관리하는 자기계발이 인생 최고의 덕목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굳이 무엇을 이루려고 목표를 세워 내달리지 않아도, 내게 주어진 상황들을 넉넉하게 품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성공’을 이루었다면 더욱 축하 받을 일이다.

평택시북부기관단체 사무국장, 평택시북부여성자원봉사대장 서강분(59) 씨는 미용사다. 83년에 미용 일을 시작해서 송탄지역 700개 미용실이 회원으로 있는 미용협회 송탄지부장을 17년째 맡고 있다. 경기도지사 미용경연대회 심사위원을 두 번 역임했고, 엄격한 자격기준을 통과한 미용협회 중앙회의 기술 강사이기도 하다.

“미용은 결혼하고 배웠어요. 아들이 한 살 때 남편이 실직을 했는데 그 퇴직금으로 손아래 시누이 미용실을 차려줬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시누이가 가게를 두고 나가버리는 바람에 애를 들쳐 업고 미용을 배우기 시작했죠. 처음부터 손님이 많았어요. 그땐 미용실 원장님들이 대부분 40-50대 분들이었는데 제가 20대였으니 우리 미용실이 인기가 좋았죠. 저한테 머리 깎은 친구들이 지금도 만나면 누나라고 하면서 반가워해요. 그땐 누가 미용실 문을 두드리면 자다 말고도 드라이해주는 시절이었죠.” 20대를 회상하는 서강분 씨 얼굴이 밝다.

“미용실 이름이 ‘새시대’에요. 처음에 시아버님이 지어주신 건데 지금도 그래요. 83년이면 전두환 때인데 ‘새시대 정의구현’이라는 구호가 있었죠. 그 말이 좋으셨는지... 2000년대는 영어 이름이 대세인 때라 너무 촌스러워 바꾸려하다가 바꿔서 뭐하나싶어 지금까지 왔네요.”

서강분 씨는 26년 동안 미용실이 세 들어 있던 건물을 5년 전에 매입했다. 1층은 음식점 훈’s 그릴, 2층은 미용실, 3층이 집이다. 요즘은 1층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들이 호텔조리를 공부하고 메리어트 호텔에서 7년을 일하고 내려왔어요. 일은 잡지에 날 만큼 잘해요. 서양요리 음식점을 내줬는데 요즘은 음식만 파는 레스토랑이 잘 되는 추세도 아니고 노인네들하고 사는 것도 재미없다고 서울로 가는 바람에 제가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음식점 일에 집중하다보니 미용실 손님이 많이 떨어졌어요. 예약하고 오는 분만 해주니 단골들만 남은 거죠. 주위에선 미용실이나 운영하지 식당 아줌마로 변해가는 게 좋으냐고 하지만 식당 일이 매력 있어요. 제가 워낙 나물 채취를 좋아하고 나물로 반찬 만들고 장아찌 담는 일을 좋아했어요.”

미용실과 음식점이라는 별개 같은 일을 두고 서강분 씨는 이렇게 말했다. “ 자주 오시는 손님들이 저희 집 반찬에 식상해하지 않도록 자주 반찬 메뉴를 바꾸려고 노력해요. 저녁마다 네이버에서 찾아보기도 하죠. 레시피에 없는 새로운 음식을 내 맘대로 만들어 냈을 때 손님들이 맛있다고 하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음식에 원칙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미용도 그래요. 정해진 원칙이 없어요. 손님에 따라 어울리게 내 맘대로 디자인 할 수 있다는 게 공통점인거 같아요.”

서강분 씨는 20년 넘게 이미용 자원봉사를 해오고 있다. “많은 분들 머리를 깎아드렸는데 인수원이라는 요양보호시설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104세 되신 할머니도 계셨는데 그 분들을 보면서 제 노후를 봤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움직이고 스스로 건강을 챙겨야한다는 생각을 했죠.”

봉사를 하면서 더욱 성숙해졌다고 말하는 서강분 씨는 “노인들한테 섭생이 중요해요. 돈을 드린다고 만들어 드실 수 있겠어요? 사 드실 수 있겠어요? 좋은 복지가 되려면 음식을 잘 챙겨드려야 해요. 앞으로도 이미용 봉사는 꾸준히 하겠지만 음식점을 시작했으니 웬만큼 자리가 잡히면 홀몸 노인들을 초대해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요.” 새로운 일에 대한 재미와 함께 새로운 봉사에 대한 기대로 반짝거리는 눈빛이 59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힘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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