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사람 만나는 일 행복해요”

꽃으로 만든 음식(花食)이 사치스러운 일상의 단면처럼 느껴지는 시간은 지났다. 식탁 한 켠을 정물로 장식하던 꽃들이 차가 되고 음식이 되어 보통사람들의 지친 마음과 몸을 달래주고 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꽃차를 만나 행복한 생활

 

“이 노랑 코스모스 차를 보세요. 우리가 이렇게 아름다운 색을 어떻게 만날 수 있겠어요? 햇빛으로 받은 모든 색들을 꽃차로 낼 수 있어요. 무지개색 모두요.”

평안꽃차연구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란(62) 대표가 안성 원곡면 지문리에 있는 연구원 정원에서 꽃차를 따르며 감탄을 연발했다. 늦가을 햇살아래 따듯한 오렌지빛 꽃차 잔을 두 손에 받아들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꽃차에는 건강에 좋은 항산화 물질이 많이 들어있어요. 우리 몸은 수분을 필요로 하니 많이 마시면 몸의 정화에도 도움이 되요. 꽃차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해도 색이예요. 색을 가지고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지금도 치유가 진행되고 있어요. 꽃차를 마시고 만들면서 우울했던 사람들 얼굴이 환해지는 것을 많이 봅니다. 꽃으로 사람 만나고 차 마시는 일이 정말 행복해요.”

20대 초반부터 30대까지 평택에서 이름을 날리던 꽃꽂이 강사였던 김영란 대표는 결혼 후에 집에서 하는 요리 선생으로 사람들을 초대해 음식을 나누다가 7년 전부터 꽃차에 매료되어 연구하고 있다.

“오랫동안 음식을 하다 보니 음식에 꽃의 색을 쓰고 싶어졌어요. 그런데 자연은 우리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 손을 대니 색이 날아가는 거예요. 꽃을 우려 넣어도 색이 날아가고 갈아넣어도 색이 변해 원래 색을 쓸 수가 없어요. 색깔 그대로 쓸 수 있는 방법이 꽃차였죠.”

 

항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노랑 코스모스차

떡만들기로 대통령상 받아

 

“결혼하고도 몇 년 동안은 꽃꽂이 강사를 했어요. 건축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남편(천종호 고려건축 대표)을 도와 열심히 일하고 있던 어느 날, 가위로 꽃대를 자르는 일을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꽃가위를 놓았어요. 다행히 남편이 곧바로 건축사 시험에 합격해주었죠. 그러면 뭐해요. 지금은 꽃차 만들려고 꽃 목을 똑똑 따고 있는 걸요.”

내조하기로 마음먹고 대외활동을 접었으나 색과 맛에 대한 김영란 대표의 타고난 끼는 요리 선생으로 다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하고 맛을 잘 봤어요. 옛날엔 갈치가 흔했죠. 엄마가 갈치조림 하실 때에 갈치를 기름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 조려 달라 하면 맛이 훨씬 고급스러워져요.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리를 하다 보니 배움의 필요가 느껴지더라고요. 전국에 큰 요리선생님은 안 거친 분이 없을 만큼 많이 배웠어요. 그분들의 요리는 어떤가. 내 음식과 무엇이 다른가가 궁금해서 많이 다녔습니다. 배우고 싶은 것에 돈도 시간도 아끼지 않고 투자한 일은 참 잘한 거 같아요.”

50대 중반에 다시 대외활동을 시작한 김영란 대표는 떡으로 장관상, 국무총리상,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지난달에는 서울시가 주관한 떡만들기 행사에 모양떡의 최고 권위자인 최순자 선생과 참여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떡을 만들기도 했다.

 

평택에 꽃차소믈리에 자격증 과정 있었으면

 

최근 꽃차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나면서 꽃차의 재료가 되는 식물의 특성과 제다법을 익히고 꽃차의 색과 향과 맛을 분별하고 평가하는 꽃차소믈리에 자격증에 전국적으로 관심이 높다. 평택에서는 지난 9월 농업기술센터 농촌문화체험관이 취미 꽃차반을 열어 김영란 대표가 지도했다. 30명 정원에 10명 이상이 대기했을 만큼 인기가 있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취미반을 두 번 지도했는데 관심도나 수요를 보면 평택에도 지격증반이 개설될 때가 되었어요. 자격증 받으려고 서울로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요. 지금은 유럽에서 꽃을 음식에 많이 활용하지만 우리나라 꽃차의 역사도 길어요. 삼국시대에 꽃차와 꽃을 이용한 술을 마신 기록이 있고요 조선시대에는 차와 음식에 대중적으로 꽃을 쓴 기록들이 있어요. 우리나라 꽃차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젊은 사람들이 자긍심 갖고 일할 수 있는 직업이죠.”

꽃차특급마이스터, 색채관리사, 발효효소관리사 자격이 있는 김영란 대표는 꽃차를 배우고 싶은 평택시민들이 경제적으로 큰 부담 없이 자격증을 취득해서 좋은 일자리를 갖기를 희망하며 곱게 웃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사진 박연우 작가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