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하고 깔끔한 집밥이 그리울 땐, 곤드레 박

고기 없이 야채로만 한상 가득, 속 편안한 한 끼 식사

강원도에서 직접 공수해오는 각종 재료로 신선함 더해

운동선수 출신의 부부, 식당개업으로 인생의 전환점 맞아

“집밥이 그립다.” 짜고, 맵고, 달달한 맛에 매료되어 자극적인 맛을 찾을 수밖에 없는 오늘날의 음식문화이지만, 그런 와중에도 때로는 정갈하고, 깔끔한 집밥이 그리울 때가 있다. 이렇게 집밥 같은 엄마의 정성이 그립다면 건강한 나물로만 한 상 가득 채운, 나물 전문 식당에서 속 편안한 식사 한 끼 해 보는 건 어떨까? 메뉴부터 음식을 준비하는 마음까지, 정말 내 식구를 대접하는 마음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는 ‘곤드레 박’에서 집밥의 그리움 달래보자.

소사벌상업지 맞은편 골목에 위치한 ‘곤드레 박’을 방문하니 주인장 박용제 사장이 넉넉한 미소로 환하게 맞아준다. 고급스런 인테리어와 깔끔한 실내 구성은 ‘내 집’보다 더 아늑한 느낌을 연출하고 있다. 그런 편안함 속에서 맛보는 나물밥의 맛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곤드레 박’의 주 메뉴인 ‘곤드레 밥’을 주문하자 정갈하고 깔끔한 한 상이 푸짐하게 차려진다. 직접 강경에서 공수해 온다는 젓갈, 전라남도 순창의 된장으로 만든 된장찌개, 아삭아삭한 식감을 자랑하는 연근 샐러드, 팽이버섯이 가득 들어간 버섯전까지. 마치 잘 차려진 한정식 집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그 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역시 곤드레 밥.

정력 증강과 지혈 작용, 혈압 조절에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곤드레를 밥에 비벼먹는 건강한 메뉴다. 아침마다 부추를 넣고 직접 만든다는 간장에 쓱싹쓱싹 비벼 한 숟갈 떠먹어 보니 부드러우면서도 은은한 나물향이 입안에 퍼진다. 밥과 반찬까지 고기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한상차림을 보고 있자니 속이 절로 편안해 진다. 이렇게 속 편안한 밥과 각종 야채로 만든 반찬은 이집이 왜 건강한 식당인지 증명하는 셈이다.

거기다 서비스로 제공되는 겨우살이 차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준다. 이 차를 내오기 위해 직접 강원도 정선까지 갔다 온다는 주인장 부부의 마음씀씀이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속 편안하게 부담 없이 한 끼 식사를 즐겨도 충분하지만, 입이 조금 심심하다면, 메밀전병이 제격이다. 곤드레와 김치가 들어가는 메밀전병은 쫄깃쫄깃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낸다. 이 메밀전병에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니 환상의 조합이 따로 없다.

나물밥과 신선한 야채로 만든 반찬, 거기에 겨우살이 차와 메밀전병까지, 모두를 갖추고 있는 이집에는 유독 중·장년층 손님이 많다. 평소 건강을 생각해 기름진 음식이나 고기를 잘 즐기지 않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 건강한 메뉴에 손님을 대접하는 정성까지 더해져 개업 6개월 만에 벌써 자리를 잡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주인장 부부가 식당을 처음 운영한다는 사실. 원래 부부는 운동선수 출신 커플로 지난 20여 년 동안 운동에만 매진해 온 전문 스포츠인이다.

남편 박용제 사장은 포스코특수강 배드민턴팀 초대감독으로 활약하며 국내 유수한 선수들을 양성한 유명인사이기도 하다. 삼성전기 선수·트레이너 출신이기도 한 그는 20여년의 운동생활을 접고, 이곳 평택에서 제2의 인생을 맞이하고 있다. 역시 운동선수 출신인 아내 나수진 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농구를 시작한 농구선수출신으로 코오롱에서 선수생활을 하기도 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소속 실업팀으로 감독과 선수로 활약해 온 부부는 어떻게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된 걸까? “올해 딸이 안성 중앙대 캠퍼스에 입학하면서 가족 모두가 이곳에 내려오게 되었다. 딸 역시 배드민턴 선수인데, 함께 생활하면서 조금 더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고 박용제 사장은 말한다. 그렇지만 운동으로만 한 길을 걸어온 두 부부에게 식당운영은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 “역시 운동이 더 쉽더라. 그러나 운동을 할 때 가졌던 스포츠맨십으로 음식을 만들 때에도 최선을 다해 정성껏 만들고 있다”며 아내 박수진 씨가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선수시절부터 요리를 통해 선수와 선수 가족들을 대접하기를 즐겼다는 박수진 씨는 식당오픈을 통해 자신의 또 다른 적성을 살리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모든 것들을 챙기며, 식당의 안방을 책임지고 있다.

이렇게 가족 간의 끈끈한 정으로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부부가 전하는 정성의 맛, 그 깊은 맛을 마음껏 즐겨보자.

■ 경기 평택시 비전9길 70(031-618-5855)

■ AM 11:00-PM 8:30 (매주 토요일 휴무, 50석 구비)

■ 곤드레 밥상 9000원 / 메밀전병 5000원(김치·곤드레)

 

배두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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