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거꾸로 가는 전력정책, 석탄화력발전소 증설을 막아라

신규 석탄화력발전 1기…경유차 18만6000여대분 초미세먼지 발생

<편집자 주>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했던 미세먼지가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를 중심으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있는 역할과 대책 마련 요구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미세먼지는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납, 오존, 일산화탄소 등이 포함된 대기오염물질로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면 PM10, 지름이 2.5㎛ 이하면 PM2.5인 초미세먼지로 구분한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에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할 만큼 우리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계절적 영향에 따라 그 양의 차이는 있지만 중국과 몽골에서 발생해 계절풍을 타고 유입되는 국외요인 못지않게 국내 화력발전소, 산업단지, 폭발적으로 증가한 차량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적지 않다.
특히, 값싼 원가로 전력을 생산해 기업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대형화 설비 석탄화력발전소는 이미 모두가 우려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내 오염원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에 전국에 분포된 주요 화력발전단지를 둘러보고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대안으로 태양열과 풍력 등 재생 가능한 친환경적 에너지인 신재생에너지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보령화력발전소 홍보관에서 바라본 발전소 내부 모습

국립환경과학원이 발전사업자의 환경영향평가서를 분석한 ‘최신 석탄화력발전소와 최신 LNG발전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예상량’에 따르면 이미 착공했거나 인허가 대기 중인 9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전력 1MWh를 생산할 때 초미세먼지가 0.031~0.034㎏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발전소 1기가 연평균 석탄화력발전소 발전량인 3500GWh의 전력을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배출되는 초미세먼지는 평균 112톤에 달한다. 경유 RV차량이 연평균 0.602㎏의 초미세먼지를 배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발전소 1기당 경유차 18만6047대분의 초미세먼지를 뿜어내게 되는 것이다.

반면 최근 가동에 들어간 LNG 발전소는 전력 1MWh 생산 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가 평균 0.008㎏으로, 1기당 연간 배출량은 약 28톤에 그쳤다. 석탄화력발전소 배출량의 약 25%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전사업자들은 새로 만들어지는 석탄화력발전소를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혁신적으로 줄인 친환경 발전시설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직접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의 배출량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미세먼지는 직접적으로 배출하는 1차 배출뿐 아니라 공기 중에 배출된 질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성하는 2차 초미세먼지가 있다. 문제는 이 2차 초미세먼지로 생성된 양의 정확한 산출이 어렵고 확산 반경도 넓다.

당진제철단지

국책연구원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화력발전소와 계획된 신규 화력발전소가 모두 가동할 경우 초미세먼지가 1㎥당 최대 24.56㎍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환경기준치의 무려 49%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초미세먼지 발생양의 절반가량이 화력발전소에서 생성되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는 화력발전소에서 1차 배출되거나 2차로 생성된 초미세먼지로 인해 연간 국내 조기사망자 수를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예측했던 숫자와 유사한 1144명으로 분석했다.

 

그린피스, 석탄화력발전 증설되면 매년 2800명 조기사망

석탄화력발전, 국민 생명 위협하며 대기업에 값싼 에너지 공급

10대 대기업 산업용 전기 21% 독식…한전 매년 손실액만 5조원 대

 

그린피스는 하버드대학 다니엘 제이콥 교수 연구팀과 함께 연구한 결과, 현재 국내 운영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기 오염 물질로 인해 매년 최대 1600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24기의 계획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모두 증설한다면 조기사망자 피해는 매년 최대 28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환경공단의 에어코리아 통계에서는 미세먼지가 많은 올해 1월부터 3월 말까지 발령된 초미세먼지주의보가 86회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발령된 47회보다 발령횟수가 83% 늘어난 것으로 거의 하루에 한번 꼴로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된 것이다.

산업용 전력사용 10대 기업 중 하나인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 전경(사진 삼성전자 제공)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5km 이내 주변지역의 호흡기계 질환 입원 유병률(인구 10만명당)이 최대 5%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5세 미만의 연령에서 유병률은 최대 17.2%에 달했다. 특히 15세 미만의 유병률은 전국 평균(5.2%)보다 호남발전은 3.1배, 삼천포발전은 3.3배, 여수발전은 2.7배, 하동발전은 2.3배나 높았다.

해마다 전기를 생산하는데 들어간 돈은 42조원 가량인데 이 가운데 석탄발전이 40%를 차지한다. 연료면에서 석탄발전의 비중이 가장 큰 상황으로 정부는 당초 2025년까지 20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추가 증설할 예정이었다. 현 정부가 지난 9월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공정률이 낮은 4기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전환했다 하더라도 계획된 시설이 추가로 지어지면 모두 69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된다.

태안화력발전소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줄이라는 국민들의 요구와 정부의 시책에 반대하는 발전업자와 대기업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전기요금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발전원가 면에서 원자력발전소가 가장 낮은 4~7원 정도로 가장 낮고 석탄발전소 31~56원, LNG 80~120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기업 정책으로 값싼 전기를 공급해온 탓에 방만하게 전기를 사용해온 대기업의 전력남용 체질 개선을 통해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면 일반 가정의 전기료 부담을 늘리지 않아도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해마다 여름과 겨울철에 에너지 사용이 늘어 전력경보가 내려질 때에도 대기업들은 오히려 평소보다 전기를 더 많이 사용해왔다. 이들이 전력난에 무감각한 이유는 바로 친기업정책으로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전기요금 탓이다. 우리나라 전체 전기사용량의 53%가 산업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중 삼성전자와 현대재철 등 10개의 대기업이 산업용 전기의 21%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1인당 주택용 전기 사용량이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데 산업용 전력 소비량은 2배에 이른다.

이런 이상한 현상은 한여름과 겨울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옷차림에서 더 잘 나타난다. 대다수 서민들이 전기요금 누진제가 무서워 냉난방을 주저할 때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여름철에 자켓을 입고 겨울이면 가벼운 옷차림으로 근무한다.

에너지 비효율성의 주범인 대기업이 전력사용 체질을 개선한다면 국민들의 전기요금 추가부담 없이도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일 수 있다. 2013년 감사원의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에 적용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책정해 한전이 입은 손해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5조 23억원에 달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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