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에 아버지 사진을 구할 수 있다고 하면 그 1억 아깝지 않을 것“

전쟁 중에 돌아가신 아버지 ... 고아처럼 힘겹게 살아온 나날

안보의 중요성 인식하지 못하면, 지금의 평화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전쟁은 그 자체로도 인류를 절망에 빠뜨리지만, 전쟁이 끝나고도 그 상처가 아물지 않아 끈질기게 인간을 괴롭힌다. 특히 전쟁 속에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총성 울리는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슬픔과 빈곤으로 가득 찬 삶 속의 전쟁을 계속 경험해야한다. 유년시절,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전쟁 중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하면서도, 오늘 먹을 것을 걱정했던 전몰군경유족회 회원들을 만났다.

함께 자리한 정병화 전몰군경유족회 지회장, 남범우 지도위원, 편도경 지도위원, 서경덕 지도위원은 모두 6.25 중에 아버지를 잃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전몰군경유족회에 대해서 설명했고, 전쟁 이후의 끔찍했던 일상을 덤덤하게 들려주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안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왼쪽부터 서경덕 지도위원, 정병화 지회장, 남범우 지도위원, 편도경 지도위원

전몰군경유족회란?

(정 지회장) 전몰군경유족회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군인과 경찰 등의 유족들로 구성된 공법단체다. 설립목적은 회원들이 상부상조하여 자활능력을 배양하고, 순국선열과 호국전몰장병의 애국정신을 이어받아 국민의 애국정신을 함양시키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조국의 평화통일과 국제평화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됐다. 전몰군경유족회 평택지사에는 현재 430명이 등록돼 있다.

 

전쟁 이후의 삶은 어땠는지?

(편 지도위원) 6.25 전쟁에 참전한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었다. 전쟁 이후 어머니도 재혼을 했기에 급기야 고아 아닌 고아가 되었다. 당시 버려지고, 입양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그래도 운좋게 수원에 위치한 원호원이란 곳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생활하며 고등학교까지 나왔고, 고등학교 졸업 이후 취직해 그곳을 나오게 되었다.

(남 지도위원)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은 1살 때였다. 가장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집안이 어려웠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도 일쑤였다. 그래도 나는 고등학교라도 나올 수 있었는데, 당시 전물군경 자녀는 무상으로 고등학교까지 나올 수 있음에도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남자들보다 여자들의 처지는 더 처참했다. 학교공부는커녕 남의 집에 식모로 팔려가다시피 하는 등 유족들에게는 괴로운 삶의 연속이었다.

(정 지회장) 학교에서 소풍을 가면 도시락을 싸오는 아이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또, 부모와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 나는 아버지 얼굴조차 모르는데, 그들에게는 살아있는 아버지가 있다는 것이 좋아보였다. 지금도 1억을 줘 아버지 사진을 구할 수 있다고 하면 그 1억을 선뜻 내놓을 것 같다. 아마 전몰군경유족회 회원들 모두가 이러한 심정일 것이다.

 

전쟁에 대해서는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남 지도위원) 그렇다. 전쟁 이후의 참혹함을 있는 그대로 겪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전쟁의 무서움을 아주 잘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전쟁 그 자체도 끔찍한 것이지만, 전쟁 이후 남은 사람들이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도 괴로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전쟁이 다시는 이 땅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편 지도위원)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들에게 안보의 중요성이 피부에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경험을 하지 않았더라도 교육을 통해서 안보의 필요성을 확인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국가나 시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오늘날 학생들에게 평화와 안보에 대해 그들의 동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교육이 진행되길 희망한다.

(정 지회장)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평화는 그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지금도 전쟁의 위협이 이 땅에 여전히 남아 있으며, 지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 평화는 한 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안보불감증에 빠져 있다. 우리 이후의 세대가 우리처럼 전쟁으로 인한 피폐한 삶을 살지 않도록 안보를 강화하고 전쟁을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은?

(서 지도위원)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는 서로의 아픔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인 단체로, 끈끈한 정을 바탕으로 어울려왔고, 형제처럼 지내왔다. 앞으로도 유족회 속에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며, 유족회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에서는 우리의 힘을 보탤 것이다. 우리 아버지들이 지킨 대한민국을 기억하고, 항상 이 땅의 평화가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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