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in 평택人 부락종합사회복지관 탁구 자원봉사자 허광열 씨

“사는 게 별건가.. 서로 양보하고 웃고 살면 되는 거지”

수녀님과 같이 사진 찍는 게 소원이라는 허광열씨와 오늘이 그 소원 들어주는 날이라며 활짝 웃는 박인희 부락종합사회복지관 관장.

토요일 오후, 이충동 부락종합사회복지관(관장 박인희 수녀) 3층 탁구장에 가면 탁구공을 튀겨주며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를 훈련시키듯 열정적으로 탁구를 지도하는 어르신을 볼 수 있다. 탁구장을 처음 찾은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일에서부터, 탁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기본자세와 테크닉을 가르치고, 토요일 오후에만 탁구장으로 사용하는 다목적 공간에서 운동 전후에 탁구대를 펴고 접으며,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깨끗하게 줍는 궂은일까지 도맡아 하고 있는 허광열씨(72)이다.

허씨가 복지관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3년 전. 복지관 현관 앞에 붙여놓은 탁구장 개방 안내문을 보면서부터다. 그날이후, 평소 탁구를 좋아하는 그의 토요일 오후는 온전히 복지관 탁구장과 함께였다. “안내문을 보고 탁구장엘 올라갔는데 아무도 없었어요. 이리저리 둘러보는 사이에 스님 한 분이 오셔서 같이 공을 쳤지요. 그 다음 주부터 탁구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주인처럼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지금은 매주 탁구대 4대에 사람들이 꽉 차요. 줄서서 자기순서를 기다려 탁구를 치고 있어요.”라고 허씨는 탁구장 개방 초기를 떠올렸다.

탁구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탁구대 사용 시간에 대한 관리도 그의 몫이 되었다. 한 팀이 15분~20분 정도 치자 대기자들과 교대시킨다. 게임을 마친 팀이 대기자 줄 끝에 자연스럽게 다시 선다. 이런 과정에 익숙한 분위기다. 부락복지관 탁구장은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체력을 단련하는 장소이면서 양보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공동체 문화를 배우는 곳이기도 하다.

고정적으로 나오는 회원들이 늘고 있다. 허씨는 “탁구팀이 동아리를 만들어서 회비를 조금씩 내고 부락복지관 도움도 받아 우리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습니다. 남자들이 많으니 힘쓰는 일에 도움을 줄 수도 있고요.”라며 탁구를 치며 얻는 즐거움을 지역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즐거울 수 있도록 수고를 마다않는 허광열씨는 젊었을 때 서울에서 극장 간판을 그렸다. 88년 올림픽이 끝나고 일감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당시 송탄 미군부대 정문 앞에는 미군들 상대로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실이 많았다. 경기가 괜찮았다. 송탄에 화실을 연 친구 일을 도우면서 자주 송탄을 오갔다. 그러던 중에 결혼 초기부터 심장병을 앓아온 부인의 수술비를 대기 위해 서울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거의 무일푼으로 송탄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투병중이던 부인과는 48세에 사별하고 25년간 혼자지내고 있다. “벌어놓은 게 있어 넉넉하진 않아도 혼자 먹고 사는 덴 지장이 없어요. 지금 송탄출장소에서 기간제 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 일거리마저도 없어지면 슬슬 스케치하러나 다니고 아이들 미술 가르치는 일에 재능기부하면서 살고 싶어요. 홍대 진학 준비하다가 집안형편이 어려워 포기했지만 사촌 중에 그림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 여럿일 만큼 그림에 소질이 있는 집안입니다.”라고 자신의 그림솜씨를 소개했다.

허광열씨 인터뷰에 자리를 함께 한 박인희 관장은 “올 가을쯤에 부락복지관 관장배 탁구대회를 조촐하게 열 계획이에요. 서로 양보하고 상대를 배려하며 즐겁게 탁구 치는 분들한테 작은 선물로 드리고 싶어요.” 라며 탁구팀을 격려했다. 인터뷰를 마친 허씨는 오래전부터 관장수녀님과 같이 사진 한 장 찍는 게 소원이라며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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