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흔적을 찾아 다시 돌아와 기쁘지만 미흡한 행정서비스에 실망”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 한국을 찾은 입양인들(왼쪽부터 김연준, 홍연자, 박진영)

‘혼혈입양인’ 듣기에 다소 생소한 말이지만 미군기지가 주둔하고 있고 앞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크기로 확장되는 평택에 있어서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지역에서 벌어진 아픈 과거이고 현재이다.

혼혈입양인은 평택, 동두천, 대구 등지의 주한미군기지에서 근무하던 미군 장병들이 파병기간동안 국내 여성과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을 본국으로 돌아가며 버리고 떠나 입양기관을 거쳐 해외에 입양 보낸 이들을 일컫는다.

이들이 2014년부터 적게는 30여년에서 많게는 50여년의 시간이 흐른 뒤 어머니의 흔적을 찾기 위해 한국 방문을 하고 있다.

지난 7일 평택에도 반가운 3명의 손님이 찾아왔다. 졸린 플루거(한국명 김연준, 60), 태니카 브대커(한국명 홍연자, 46), 마이클 월드먼(한국명 박진영, 50)이 그 주인공으로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 이곳을 찾았다.

이들이 어머니와 관련된 흔적을 찾기 위해 평택고등학교 도서관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달려가 만나보았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혼혈입양인 문제를 거론하고자 하는 것처럼 크지 않아요. 단지 어머니의 소식을 알고 싶을 뿐이에요.”

세 명의 입양인들은 어머니의 나라로 다시 돌아와 어린시절 잠시 머물렀던 평택을 둘러본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뻐하며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한국 행정기관은 실망스런 대답과 태도로 일관했다고 한다. “몇몇은 자신과 어머니의 주민번호까지 알고 있죠. 비교적 상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도 행정기관에 소재지를 알려달라거나 소식을 전해줄 것을 요청하면 개인정보보호 때문에 안된다는 대답만 되돌아왔다”며 실망스러워 했다.

이들은 미국의 경우 입양인들이 부모를 찾기 위한 시도를 돕기 위해 유전자 정보를 등록하도록 해서 이 데이터를 토대로 실제로 많은 이들이 부모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양인 중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를 찾았지만 아버지 보다는 어머니를 더 만나고 싶고 어머니의 흔적을 찾고 싶어 한국 방문길에 나서고 있는거죠.”

세 명의 입양인 중 박진영 씨의 경우가 자신과 어머니의 주민번호, 살던 주소 등 다른 이들보다 상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지만 역시 행정의 벽에 가로막혀 돌아서야 했다면서 안타까워 했다. “돌아가신 어머니 산소에 찾아가 인사를 하고 싶다”는 그의 말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입양인들이 나이가 많을수록 어머니의 흔적 찾기가 더욱 어렵다는 김연준 씨는 “우리 어머니들이 평택에 사셨던 분들이라 엄마의 땅을 밟아보고 싶은 마음에 평택을 찾아왔다”면서 “다시 찾은 고향에서 그리운 어머니에 대한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고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고 자신들과 같은 입양인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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