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왕돌판에 구운 돼지고기 오겹살의 두터운 고소함

돼지고기와 버섯, 감자, 소세지, 배추 묵은지가 돌판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모습은 돼지고기 구이집에서라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메뉴다. 그 돼지고기가 고소한 풍미를 풍기는 두툼한 오겹살이라면... 돌판 한쪽에서 익어가는 돼지껍데기를 찍어먹을 콩가루가 곁들여 나온다면 뭔가 괜찮은 맛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송탄출장소 지나 평택시여성회관을 왼쪽에 두고 우회전해서 오른쪽 첫째 골목으로 들어가면 송탄의 숨은 맛집이 여럿 있다. 그중 오늘 고른 ‘석기시대 오겹살 왕돌구이집’ (사장 안광희·38)의 대표메뉴인 돼지고기 오겹살 구이 돌판 차림이다.

우리 일행은 세 사람. 오겹살 3인분을 주문했다. 왕돌판 위에 얹혀 나온 돼지고기가 많이 두툼해 보여 물었더니 두께가 약 4cm란다. 직원이 고기를 굽는 동안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며 아무도 고기 구울 생각을 안했다. 손님이 많은 저녁시간대에 직원한테만 맡겨뒀다는 생각에 우리가 굽겠다고 했더니 “저희 가게에서는 모든 손님에게 고기를 구워드리고 있으니 신경 쓰시지 말고 대화 나누세요.” 라며 “고기를 구워드리는 서비스 때문에 직장인들이 회식하러 많이 오세요. 회식할 때 대부분은 아랫사람이 고기를 굽잖아요. 대화에도 제대로 못 끼고... 저희 가게에서는 그럴 일이 없어요. 모두 같이 드시고 같이 대화할 수 있게 해드립니다.”라고 고기를 굽던 직원이 말했다. 옆 테이블을 돌아보니 탁자 네 개를 각각 한 줄로 해서 두 줄에 직장인들이 빼곡하게 앉아 건배를 하고 있었다. 직원이 많은 건 아니지만 왕돌판이 워낙 두꺼워 고기가 서서히 익고, 고기 또한 두툼해 쉽게 타지 않아서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왕돌판에서 원적외선을 쬐어가며 익힌 고기는 육즙을 담고 있어 뻑뻑하지 않았다. 돼지껍데기 구이도 자주 접해본 음식이 아니지만 콩가루에 찍어 먹는 건 처음이라 맛이 무척 궁금했다. ‘집밥 백모 선생’ 말을 굳이 빌지 않아도 알맞게 구워진 돼지껍데기와 콩가루의 고소한 케미가 괜찮았다. 새로운 맛에 재미있어하는 내게 안 사장은 전국 여러 지역에서 돼지고기 구이를 콩가루에 찍어먹고 있어 별로 특이한 메뉴가 아니라는 말을 들려주었다. 고기집에서 흔하게 사이드 메뉴로 나오는 부추무침은 자체로도 맛이 좋고 고기 먹을 때 곁들이면 느끼함을 잡아주고 밥 볶을 때 넣으면 입맛을 살려준다.

양이 넉넉해 고기만으로도 어느 정도 배를 채운 우리는 밥 생각이 별로 없었다. 일행중 단골로 드나드는 한 분이 이집 밥 볶음도 먹을만하다면서 주문하는 바람에 숟가락을 들게 됐다. 치즈랑 부추무침을 한 사발 넣고 볶았다는데 고소하면서 깔끔한 맛이 훌륭했다.

직원으로 일하다가 3년 전부터 가게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는 안 사장에게 ‘석기시대’ 자랑을 해보라고 했다. “감동을 줄 수 있는 맛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찾아주신 손님 누구에게도 맛과 서비스에서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담담한 대답이 돌아왔다. 볶은밥을 깨끗하게 비운 우리 일행은 길 건너 부락종합사회복지관 앞마당을 한 바퀴 돌기로 하고 가게를 나섰다.

■ 오겹살 왕돌구이 200g 13,000원

■ 영업시간: 평일(월~토) 오후2시~밤12시

■ 평택시 서정동 1106-3 (031-66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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