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균 평택대학교 미국학 교수

[평택시민신문] 5월 9일은 대통령 선거일이다.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각 당은 바빠졌다. 우선 급한 것이 후보자 결정이었다. 어떤 정당은 유권자가 후보 결정에 직접 투표로 참여하는 국민경선, 일종의 예비선거제를 채택했다. 이것은 최근 대선에 나타난 새로운 추세이다. 그동안 정당의 후보 결정은 정당의 내부 문제로 인식되었다. 유권자들도 굳이 특정 정당의 후보 결정에 관여할 의사도 없었다. 유권자들은 정당들이 제공하는 후보들 중 한 명을 선택하는 것에 익숙했다. 우리 국민은 주권을 제한적으로 행사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만 정당이 후보 결정을 독점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정치의 모델 역할을 한 미국도 비슷한 역사를 경험했다. 건국 초에는 정당의 소수 지도자들이 모여 후보를 결정했다. 그러나 1832년 대선 때 앤티 메이슨 당이 대선 후보자를 전당대회에서 결정한 이후 전당대회 결정 방식이 일반화되었다. 미국 정치를 주도해 온 민주당이나 공화당도 모두 전당대회에서 후보자를 결정했다. 전당대회로 후보가 결정되면서 정치적 부패가 이어졌다.

1860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된 아브라함 링컨조차 담합의 정치 현실을 비켜가지 못했다. 당시 공화당 후보로 가장 유력시 되던 인물은 뉴욕 주 출신의 연방 상원의원 윌리엄 시워드였다. 그는 1860년 시카고에서 개최되었던 공화당 전당대회의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링컨은 2위였다. 그러나 시워드는 대의원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했다. 당규에 따라 2차와 3차 투표가 이어졌고 결국 링컨이 다른 후보들과 막후협상에 성공하며 후보가 될 수 있었다. 19세기동안 미국 대부분의 선거에서 후보 결정을 둘러 싼 담합과 거래는 당연시 되었다. 전당 대회에 참여한 각 지역의 정치 보스들은 자신이 확보한 대의원 표를 거래하며 이권을 챙겼다. 대선뿐 아니라 연방 의회 선거나 여러 지방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정치 전체가 부패의 연결고리로 서로 물려 있었다.

20세기가 시작되면서 극심한 정치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다. 1910년대 미국 정치의 부패를 걷어내기 위한 방안으로 예비선거가 일부 주에서 처음 실시되었다. 그러나 예비선거가 전국적 제도로 확립되는데 긴 시간이 필요했다. 1960년대 말까지도 민주와 공화 양당은 여전히 전당대회 방식으로 후보를 결정했다. 1968년 대선 때는 예비선거에 참여도 하지도 않았던 휴버트 험프리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가 되었다. 당내 영향력이 막강하였던 현직 대통령 린든 존슨의 지원 덕분이었다. 그러자 전당대회 투표만으로 후보를 결정하는 것에 대한 강력한 비판 여론이 일어났다. 이후 예비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후보자는 후보가 될 수 없다는 당규가 정해졌다. 예비선거가 후보 결정의 필수 조건이 된 것이다. 이렇게 당의 지도부보다 유권자의 선택이 중요하게 작용하게 된 예비선거가 확립된 것이 미국에서도 불과 몇 십 년 전 일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모든 선거의 후보자들을 대부분 예비선거로 결정한다.

2017년 우리 대선에서도 일종의 예비선거가 실시되었다. 2012년에 이어 두 번째 시도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그동안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다. 대선 예비선거만으로 우리 정치 현실이 달라질 수 없다. 다음 단계는 대선 후보뿐 아니라 모든 선거에서 예비선거로 후보를 결정하는 일이 남았다. 정당의 공천제도는 부패 정치의 온상이다. 우리 정치가 보스 정치의 구태를 면치 못하는 이유이다. 정당의 보스가 장악하고 있는 공천권은 정치적폐의 핵심이다. 보스 정치와 부패의 늪에서 우리 정치를 건져 낼 수 있는 첫 단추는 공천제의 폐지이다. 유권자가 후보 결정 단계부터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민주 원리에도 맞다. 공천권이 유권자에게 반환되어야 정당의 뿌리도 정당 보스가 아닌 유권자에게 내릴 수 있다. 건전한 정당 정치는 국민 속에서 제대로 꽃필 수 있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 예비선거가 전면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대선에 도입된 예비선거가 우리 정치 발전의 새로운 기폭제가 되길 기원한다.

 

※외부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