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호 순<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방분권 시대를 맞아 지역신문을 지원해야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지역언론개혁연대는 지난 달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지역신문의 개혁과 지원이 실현되려면 일단 정확한 실태파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지역신문에 관한 통계자료는 한국언론재단에서 매년 발행하는 한국신문방송연감이 유일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30여 개의 지역일간지에 관한 내용만 실려있다. 기재항목도 간단한 역사와 자본내역, 구독료, 종사자수, 발행면수 등으로 국한되어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70여 개의 지역일간지와 500여 개의 지역주간지가 발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긴 하지만, 누구도 정확한 규모와 실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기간행물 등록법에 따라 지역신문들은 각 시도에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등록자료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등록변경 사유가 발생했어도 등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태파악에 별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 결과 지역신문에 대한 견해와 평가가 양 극단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일부 지역신문에 대한 인상이 전체 지역신문에 대한 평가로 무리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지역신문 전체를 ‘사이비 언론’으로 매도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지역사회의 공론장이자 감시자로서 과분하게 높이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지역신문의 지원과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지역언론개혁연대에서는 우선 지역신문백서를 제작하기로 했다.
지역신문의 정확한 숫자나 발행규모도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신문을 지원한다는 것은 마치 의사가 환자도 보지 않고 처방전을 발행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출범한 지역언론개혁연대는 전국 각 지역의 언론학자와 언론인 그리고 시민단체로 구성된 연대기구로, 앞으로 4개월 동안 10개 지역으로 나뉘어, 지역신문실태를 면밀히 조사할 예정이다.
지역신문백서에는 각 신문사의 인력구조, 조직현황, 경영현황 등이 담길 것이다. 여기에는 발행부수, 매출액, 종업원규모 등과 지역신문 종사자들의 근무시간, 임금, 직업교육, 편집권 독립 등 노동조건 등이 포함될 것이다.
자료수집과 검증을 위해 조사원이 직접 언론사를 방문하고, 설문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지역신문사에 대한 조사자료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의 매체이용도 등 수용자 조사 결과도 지역신문백서에 게재될 것이다.
비록 일부 지역만을 표본으로 조사할 계획이지만, 지역주민의 연령층, 소득수준, 교육수준 등의 인구사회학적 특성과 신문구독시간, 구독동기, 신문에 대한 신뢰도와 만족도, 광고이용도 등을 조사하게 된다.
아울러 각 지역신문 기사의 유형, 종류, 지역관련기사의 비율 등 지면분석 내용도 지역신문백서에 포함될 것이다.
물론 지역신문백서 제작에는 비용, 자료확보 등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일단 비용은 한국언론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신문사의 협조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언론경영 문화는 중앙이나 지역이나 가릴 것 없이 극히 폐쇄적이었다.
정확성을 생명으로 한다는 언론사가 발행부수를 부풀리고, 광고단가를 터무니없이 책정하는 것이 상례였다.
따라서 신문사의 매출액이나 발행부수와 같이 민감한 자료 수집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설사 언론사에서 자료를 공개한다 하더라도 신빙성을 검증해야하는 어려움도 있다.
그러나 지역신문백서가 계획대로만 제작된다면 한국 지역신문의 발전에 혁신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우선 지역신문사들에게 투명경영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동기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지역신문들이 수용자 중심의 신문을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다.
지역신문의 지면을 체계적으로 분석, 정리함으로써 지면의 질적 향상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지역언론이 중앙언론을 앞서가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또한 지역신문발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구성될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정책결정에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지역신문의 사회적 기여도를 입증함으로써 지역신문의 위상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언론학자들에게도 객관적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지역신문에 관한 학문적 연구를 촉진할 것이다.
기업체인 지역신문사 입장에서 지역신문백서제작에 선뜻 내부자료를 제공하기 힘들 수도 있다.
경영 비밀이 외부에 누출된다고 우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명 경영을 외면하는 기업이 성장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더욱이 경영상태나 운영상태가 불투명한 언론기업을 정부가 지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은 경영투명성을 그 첫 번째 지원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자신의 단점까지도 드러내놓는 용기와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지역신문으로서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신문 종사자 모두 지역신문백서 제작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면 전문적인 언론문화가 지역신문업계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끝)
<언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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