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기의 한국사회 읽기

강력한 지도자, 강한 국가’라는 봉건적 국가주의를 넘어

‘강한 국민, 강한 개인’의 자유와 창의가

발휘되는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가 대한민국이 재도약하는 가장 확실한 길

 

문화비평가 김종기

1. 대통령의 탄핵은 분명 우리 국민들의 아픔이고 국가적 불행이며 재앙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우리 대한민국 역사의 획을 긋는 대사건이며, 역사의 전진이고, 전환임을 확신한다. 피를 흘리는 국민들의 저항과 투쟁으로 독재자를 몰아내는 경우는 있었지만 성숙한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한건의 충돌도 발생하지 않은 절제와 질서의 저항 그리고 합법적 국가 절차를 거쳐서 권력자를 완벽히 축출한 국가와 국민은 결코 없었다. 이것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을 보여주는 소중한 가치이며 전통이 될 것을 확신한다. 이것은 고고도미사일보다 훨씬 강력한 국가 대항력이며, 그 어떤 상품보다 빛나는 국가브랜드가 될 것이다. 독재자의 딸을 국가지도자로 뽑았을 때 보여주었던 세계인의 의아심과 세월호로 실추된 국가이미지를 극복하는 우리 스스로의 자부심이며, 세계인의 외경심을 이끌어내게 될 것을 확신한다. 우리가 법을 어긴 최고기업의 오너와 대통령을 구속할 때 우리내부의 행동과 가치기준이 달라진다. 다른 나라가 우리를 웃기는 나라가 아니라 만만치 않은 나라로 보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와 신뢰도가 올라가는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서 박근혜 대통령까지 이르는 그간 보수정권의 10년은 우리나라와 국민들에게 퇴보와 상실의 기간이고, 동시에 자각과 각성의 시기였다. 기근에 허덕이던 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에 도달한 경제기적의 나라.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나라. 세계 최고의 IT와 정보화를 달성한 나라. 삼성을 위시로 재벌대기업의 성취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그들의 영업이익이 매직이 되고, 드디어 일본의 대표기업들을 추월한 나라. 이것이 세계가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경탄의 시각이었고 동시에 우리 스스로의 자부심이며 우리국민들의 삶이 좋아지리라는 오랜 믿음이었다. 그러나 재벌 대기업의 성취가 국민경제의 향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경제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소득의 격차가 갈수록 커져갔다. 대다수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힘들어지고, 가계의 빚은 늘어만 갔다. 청년들의 일자리 역시 극도로 양극화되어 절대다수의 일자리가 청년들의 꿈과 미래를 담보할 수 없었다. 청년의 미래만이 아니라 국민들의 희망과 국가의 미래가 닫힌 것이다. OECD국가중 최고의 대기업 경제비중, 최고의 노동시간, 최고의 빈부격차, 최고의 인구감소율, 최저의 출산율, 최고의 자살률이 우리나라를 규정하는 새로운 상징이 되었다. 국민들의 오랜 믿음이 상실감과 좌절감으로 나타나게 되었고, 우리는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국가주도의 경제개발 방식이라는 유령을 되 뇌이게 된 것이다. 경제가 나아질 수만 있다면 민주주의의 포기와 제한은 감내할 수 있다는 미혹이 자리 잡은 것이다. 죽은 박정희식 통치의 부활이다. 부패가 많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억압하지만 그래도 이것이 경제문제는 해결할 것이라는 망령이 살아난 것이다. 바로 이러한 사회적 흐름을 타고 보수정권이 등장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와 달리 그들은 국가운영에는 철저히 무능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기득권을 노골적으로 옹호하고, 공적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권력을 철저히 사유화하여 갔다. 국가엘리트들은 봉건적 군신관계의 범죄 집단에 지나지 않았고, 국가는 집권세력의 한탕주의적 사냥터로 전락됐다. 재임기간 내내 천문학적 국가예산이 파급력 없는 토목공사에 집중되고, 2만원 짜리 USB가 방위산업품이라는 명목으로 50만원에 납품되는 막가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극도로 무기력하고 철저히 비겁했으며, 언론은 침묵했고, 시민단체는 주눅이 들었다. 박근혜정권 들어 일방주의적 독선과 억압을 넘어 봉건왕조의 군신문화와 유신독재의 망령이 세상을 압도해갔다. 박근혜대통령을 여왕으로 모시는 것을 가문의 광영으로 생각하는 신하들과 백성들만이 완장을 찬듯 호령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2. 바로 이때 자각하는 국민, 각성된 시민들이 일어선 것이다. 박정희식 통치방식이 현시대에 더 이상 유효한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고, 민주주의 유보는 오히려 기회의 불평등과 경제적 불균형이 커질 뿐이라는 깨달은 시민들이 참담함을 딛고 분노와 정의의 촛불을 든 것이다. 촛불은 횃불이 되고 들불이 되어 온 세상의 메마른 풀밭과 숲을 태워버린 것이다. 비겁한 정치권이 망설일때 촛불의 시민들은 탄핵을 요구했다.

심각한 것은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대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정치권이 촛불민심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벌써 대권을 향한 정치 공학적 이합집산과 책략만을 이야기하고, 언론 특히 종합편성 방송들이 책략적 선거담론으로 방송을 도배질한다.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몇 개월 빨리 대선을 치르고자 우리국민이 촛불을 들고, 대통령을 탄핵한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이 촛불을 든 것은 대한민국 적폐의 단호한 청산이다.

다시 민주주의이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의 꿈과 노력이 실현되는 나라, 개인의 꿈과 열정이 지지되는 열린 나라, 청년들의 꿈이 국가의 미래가 되는 나라. 국가가 국민의 행복과 안정을 위해 진정 고뇌하는 나라. 그런 나라를 가로 막는 모든 국가적 적폐 청산이다.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고 약속을 어기고 법과 국민위에 군림하며 국민을 기만하고 국가를 능멸하는 공직 권력집단의 범죄를 단호히 척결해야 한다. 이미 경제적 효용성을 상실한 재벌대기업의 불법적 탈법적 기업 상속과 기업계열화 그리고 내부거래를 차단해야 한다. 재벌과 중소기업의 수직적 수탈적 경제관계를 수평적 상생적 협력관계로 전환하고, 대기업의 사업영역을 진취적으로 재조정하여 족벌들의 골목상권과 중소기업 잠식을 차단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를 축소하고, 무엇보다 국민 소득의 격차를 상향적으로 좁혀야 한다.

그러나 이 순간 우리는 다시 한번 스스로를 자각해야 한다. 강력한 지도자가 출현하고, 그 지도자가 이러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바람과 기대가 바로 우리가 극복해야할 박정희식 통치방식의 연장임을. 국가주의는 시민정신이 성숙되지 못한 유아기적 발상이다. 이러한 문제는 결코 지도자 혼자 해결할 수 없다. 우리 국민 모두와 함께 실현해 가는 것이다. ᆞ모든 국가주의는 필연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독재국가로 귀결된다. 모든 국가주의는 일시적으로 성과를 보이지만 더 큰 사회적 불평등과 갈등을 잉태하고 사회적 모순과 국가적 한계에 봉착한다. 나치 독일, 군국주의 일본, 파시스트의 이탈리아, 공산주의의 소련에서 보듯 모든 국가주의는 불행한 몰락으로 귀결되었다는 것이 인류역사의 교훈이다. 우리는 현재의 중국에서 똑똑 목격하고 있다. 국가주도의 성장은 차별적 선택과 특혜적 기회 그리고 차등적 성장일 수 에 없고, 필연적으로 중국사회에 극복할 수 없는 불평등과 빈부차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것은 평등민주주의를 주창하는 중국공산당의 회복할 수 없는 자기 부정이다. 우리나라 역시 바로 이러한 차등적 성장을 통해 자본주의가 전개되었고, 불평등과 불공정이 정착된 것이다. 민주주의가 아닌 국가주의의 필연적 귀결이다.

 

3. 우리는 이제 강력한 지도자, 일사불란한 국가주의를 넘어 강한 국민 강한 사회로 나가야 한다. 국가에 의해 규율되고 통제되지 않는 자율의 사회, 사회에 의해 매몰되고 획일화되지 않는 자유로운 국민 창의적 개인이다. 이것이 그리스·로마적 민주주의의 전통이고, 기독교의 신정정치와 농노의 봉건체제, 절대주의 왕정체제와 독점적 자본주의의 폐해 그리고 국가주의의 위험성을 청산하고 극복하며 정립한 서구민주주의의 정신이고 원리이다.

이것이 우리 동양이 서양을 앞서지 못하는 이유이고, 인류역사를 통해 항상 세계 최강국의 조건을 갖춘 그 중국이 1등 국가가 되지 못하는 이유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너무 대단한 국가인 일본이 미국을 넘어서 세계의 표준과 기준을 만드는 국가로 나가지 못하는 이유이다. 중국이 공자를 앞세우며 과거로 회귀하고 있고, 우리나라가 박정희식 통치방식에 향수를 갖는 것처럼 일본이 끊임없이 근대일본의 국가주의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길이 아니다. 국민이 불행하고 국가가 몰락하는 수순이다.

우리는 과거 봉건적 구습과 국가주의의 구태를 극복해야 한다. 강한 사회, 강한 국민, 개인이 자유와 창의가 마음껏 발휘되는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가야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지금의 정체를 극복하고 1등 국가로 나아가는 어렵지만 유일한 길이고, 이것이 막강한 일본과 중국에 낀 우리나라가 이들 국가를 이기고 1등 국가로 나갈수 있는 유일하고, 가장 차별화된 전략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국민들의 촛불시위는 일본과 중국과는 다른 우리만의 가장 차별화된 아이덴티티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대사건이며, 우리국민의 저력이고, 가능성임을 통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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