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읽기

지난 2월 22일 평택시청 거버넌스팀의 주최로 제1회 시민의 소리 경청토론회가 열렸다. 제1회 토론회의 주제는 미세먼지와 악취에 관한 것이었다.
필자는 평택시청 공직자로서 현재는 육아휴직 중에 있다. 나 또한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그동안은 매일 창문을 열어두고, 마스크는 답답해서 써 본 적이 없으며 비가 오지 않는다면 날을 가리지 않고 외출했었다. 그러던 중에 지인이 직접 미세먼지 측정기를 구입하고 대기질이 좋지 않은 날의 환기를 위해 창문에 차량용 필터를 설치하는 것은 물론, 딸아이가 다닐 유치원을 알아보는 조건에 공기청정기 설치 유무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고, 또 그러한 개인적 노력 이외에도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조직에 가입하여 대외적인 노력까지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미세먼지 문제가 대수롭지 않게 넘겨서는 안 될 문제라는 것을 느꼈다.
실제로 지역 커뮤니티에는 매일같이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과 한탄의 글이 올라온다. 나라를 탓하기도 하고, 이민을 고려하기도 한다. 시청에는 민원을 넣었으나 책임을 회피하기만 하더라고 불평이 만연했다. 평소에 가깝게 지내는 정용훈 거버넌스 팀장과 근황을 나누다가 요새 아이엄마들은 미세먼지에 관심이 엄청 많더라며 지나가는 말로 몇 번 말씀드린 적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미세먼지를 주제로 경청토론회를 한다고 홍보 포스터를 보내주셨다. ‘네 덕분이야.’라는 메시지와 함께.
나는 혼란스러웠다. 커뮤니티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시민들이 수없이 민원을 제기했을 때 책임을 회피했다는 평택시청인데, 내가 가볍게 몇 번 전한 이야기들로 이런 정식 자리가 마련되었다니? 내가 무슨 힘이 있나? 소위 공무원 빽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라는 생각까지 들면서 좋지만은 않은,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거버넌스’를 알려고 하고,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완전히 틀렸다. 그렇다. 이것은 시민들의 애로사항에 대한 ‘정책설명회’나 ‘대안발표회’가 아닌, ‘토론회’였던 것이다. 시민과 정부의 협치, 즉 거버넌스를 위한 서로와의 ‘대화’였던 것이다. 그래서 주최가 환경위생과가 아니고 거버넌스팀이었고, 토론회의 대부분을 시민의 발언시간이 차지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세먼지와 악취 없는 평택’ 이라는 주제에 집중했지만, 이 토론회의 참의미는 홍보문에 잘 나와있다.
시민이 말하고, 시장이 듣는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경청하여 정책을 만듭니다.
시민의 생각과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시민의 생각, 시민의 소리를 듣고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평택
이 의미를 위해 시민 발언자를 5명 모집하였고, 시청 홈페이지에 게시판을 개설하여 의견을 수렴하였다. 설문도 진행하였으며, 토론회 당일 그 현장을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하는 것도 빠짐없이 홍보하였다.
하지만 나는 실망했다. 발언 신청자가 적어서 경쟁 없이 5명이 선정되었고, 의견수렴 게시판에는 토론회 당일까지 단 한 건의 글도 올라오지 않았다. 단지 의견을 개진해 달라는 공지글에 댓글이 2건 달렸을 뿐이다. 나 역시 지역 커뮤니티에 홍보글을 올렸으나 댓글이 몇 개 달렸을 뿐 실제 토론회에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페이스북 생방송 또한, 함께 홍보를 했음에도 자세히 보지 않아 몰랐다고 한다. 의견을 펼칠 공식적인 기회의 장이 마련되었음에도 정작 나서지 않는 사람들이 안타까웠다.
그래도 토론회 당일 현장은 시민과 언론으로 가득 차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일거라 생각한다. 토론회 내내 정부 측의 설명이 아닌 시민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마지막에 공재광 평택시장이 총정리 발언을 했다. 미세먼지와 악취 문제가 평택만의 문제가 아님에도 이러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을 알고 있다. 공재광 시장은 말미에 시민의 의견을 많이 들었으니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시민과의 경청토론회는 이제 1회가 진행되었을 뿐이다. 시민은 정부를 비난과 질책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대화를 통해 ‘함께’ 사회를 이루어나가는 파트너로 보았으면 한다. 더 좋은 사회를 시민과 정부가 같이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