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걱정

한도숙

전국농민회 총연맹 고문

이것이 농민들 책임인가?

인류는 20만년을 살아오면서 지구상의 수많은 바이러스와 싸워왔다. 때로는 종전체가 멸망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인류는 수많은 생명을 잃어 가며 결국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면역이 형성돼 목숨을 부지하며 문명을 만들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러니까 바이러스와 인류는 공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11월 첫 발병한 AI로 인한 닭과 오리 등 가금류 살처분 규모는 3312만 마리에 달한다. 이번 겨울 AI가 발생한 전국 340개 가금류 사육 농가에 지급해야 할 살처분 보상금은 2612억원으로 추정된다. 피해가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14년 1017억 원의 2.6배 규모이다.

해마다 상시적으로 AI가 발생하고 구제역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사태가 발생하면 애꿎은 철새와 농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정부는 물론이고 언론도 농민들의 도덕적 해이를 문제 삼기 일쑤이다. 왜 그것이 농민들의 문제인가.

정치인들은 이런 사태가 나면 으례 꼴사나운 모습을 재연 한다. 현장에가서 분무기잡고 설쳐대면 바이러스가 죽기라는 하는 양 설레발을 친다. 그렇잖아도 녹초가 된 공무원들과 농민들만 괴롭히는 것이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나마 대통령 대행한다는 황교안 총리는 대통령 코스프레 한다고 하며 여기저기 귀찮게 하고 다니더니 정작 지난12일 가축질병본부 당정대책회의엔 보이지 않으니 할 말을 잊고 만다. 전국 확산이 우려되는 구제역 확진 건수가 5건으로 늘고 살처분 마릿수도 1천 마리를 넘겼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구제역 발생 이후 세 번째로 의심축 6마리가 발견된 충북 보은군의 한우농가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O형' 구제역 바이러스 확진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해당 농장은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보은군의 다른 농가에서 450미터 정도 떨어진 곳으로, 이 지역 반경 1.5km 안에서 확진 판정이 잇달아 나옴에 따라 구제역이 확산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축산농가들이 전전 긍긍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백신 정책을 가장 기본적인 구제역 예방대책으로 삼으면서도 항체 형성률 조차 제대로 파악을 못 하고 있다. 항체형성률 95%이상이라고 장담했지만 현장은 25%에도 못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A형 바이러스가 연천에서 나타나 방역에 사실상 두 손을 들고 있었다는 결론이다. A형 구제역 바이러스가 검출됐음에도 백신 재고가 충분하지 않아 부랴부랴 긴급 수입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농축산부는 농민들이 백신을 구입하기는 했지만 접종하지 않은 탓이라고 하지만 사실 축산 종사자가 수의사가 아닌 이상 어떻게 많은 수의 가축에게 접종을 할 수 있겠는가. 국가 시스템자체가 허술하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 문제이지 않는가. 설령 접종을 한다고 해도 당장 백신비용과 접종비용 등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또한 접종시 발생하는 불임과 사산, 생산력 저하에 대한 보상은 어디에서 책임져야 하는가.

이런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농축산부는 그냥 백신을 접종하라고 명령만 내리면 다 끝난일인가. 그러고서도 일이 터지면 농민들이 게으르고 문제인식이 없고, 도덕적으로 해이한 탓이라고 할 것인가.

이제는 상시적 대책이 필요하다. 아니 늦어도 한참이나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우리처지에 맞는 방역체계를 갖추어야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금, 가축사육에 생태, 환경적인 획기적 전환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정책방향을 그리로 접근 시켜야한다. 특히 GMO옥수수가 모든 가금, 가축에 무차별적으로 사료로 쓰이는 문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자체 면역력을 GMO사료가 떨어지게 하지는 않는지 규명된바가 없다. 어쨌든 자체면역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잡아가야한다. 그다음이 백신의 사용이다. 충분한 백신량을 바이러스 타입에 따라 충분히 확보하고 정부책임하에 접종할일이다. 마지막으로 차단방역이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건초나 사료 등의 검역을 강화해야한다. 여행객의 방역과 함께 불법축산물 반입도 철저히 막아내야 한다. 사육농장간 거리도 일정간격을 주어야 하며 항시방역체계를 만들고 생산자와 긴밀히 협조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예방적 차원의 방역시스템을 구축하면 분명 질병발생피해액보다 훨씬 이익이 될 것이다. 아울러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중앙과 지역에 방역팀을 꾸리고 상시환경을 체크하고 백신을 상황에 맞게 투여 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가축 질병은 이번만 넘기면 된다는 식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가진 식량자원을 지키고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안정된 식생활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축산업을 바라보고 축산발전방향을 제시해야한다. 이번 AI에 이은 구제역 발생에 농민들의 도덕적 해이를 말하는 것은 책임을 전가하는 추잡한 행위이다. 자체면역이 떨어지는 사육환경에 대해 정부도 재계도, 시민 사회도, 그리고 농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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