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화

할머니 손길이 멎은 그 고추밭엔
이제 누구이 알뜰한 꿈인가
바람에 펄럭이던
한겨울 하얀 비닐하우스
쫓겨나 방황하는 서러운 몸은 아니거니
개구리울음 한창일 무렵
언제건 돌아가
고향친구 만나 술상 놓고
두런두런 하룻밤 지새우면
모두모두 가슴저린 애틋한 고향의 역사
술잔에 어리는 이 마을의 생과 사
이 마을의 성과 패
이 마을의 애환과 눈물
이 마을의 꿈과 추억
이 마을의 사랑과 이별
나는 영락없는 고향 사람 이 마을 사람
객지의 어느 주막에서 술을 마셔도
어느 빌딩 썰렁한 책상에서
내 생명의 몫을 무겁게 감당하는 날에도
옹기종기 모여 놀던 그 마을 마실 방
오르락내리락 타고 놀던
그 마을 시냇물은 잊을 수 없어
새싹처럼 파릇파릇 꿈이 돋던
내 동심의 꿈자린 잊을 수 없어
낯선 사람 붐비는 도시에
실향처럼 살면서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
향일성처럼 고향으로 머리 두고 산다는 것은
커다란 위안이다. 그지없는 축복이다.
약 력 : 평택중학교 졸업(7회)
평택고등학교 졸업(14회)
고려대학교 국문과 중퇴
명지대학교 영문과 졸업
문학세계 등단 (신동집시인 추천)
시집 <우리 사랑이 성숙하는 날까지>등 다수
현재 인천 학익여고 교사로 재직
평택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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