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배우는 연탄 나눔

“좋은 일 한번 끝까지 해보자”
학생과 부모도 생각 바뀌는 계기 되기도

 

지난 11월 2일부터 4일 한광중학교 학생들이 연탄 9000장을 기부하고 배달했다. 올해로 4년째 계속되고 있는 한광중학교 연탄 나눔은 백제민 선생님 (44)의 작은 움직임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늘 기부를 해왔기에 적은 금액이 모여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백 선생은 담당 학급 학생들과 기부의 따뜻함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한다. “정말 고맙게도 아이들이 좋은 일 한 번 하자는 제안에 고민 없이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의견을 내놓고도 걱정을 했던 백 선생은 적극적인 학생들의 반응을 보며 불안해 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듦과 동시에 학생들의 추진력이 기특했다.

연탄 나눔을 시작한 첫 해에는 백 선생의 담당 학급과 두 개의 운동부가 참여해 1500장의 연탄을 나눴다. 다음 해에는 세, 네 반 정도가 동참해 첫 해의 두 배 정도 규모로 진행했고, 3년 차인 작년부터는 정식으로 기획안을 제출해 본격적으로 전 학년이 참여하는 연탄 나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작년에는 연탄 7200장과 가구 당 20kg 쌀 한 포씩을 기부했고, 올해는 연탄 9000장과 역시 가구 당 20kg 쌀 한 포씩을 기부했다.

“작년에는 전 학년이 한꺼번에 나갔었는데 연탄사장님께서 혼자하시니까 아이들이 연탄을 기다려야하는 상황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부터 3일간 학년 별로 나눴더니 무난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연탄 배달지까지 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이동한다. 혹시나 발생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담임선생님은 물론 보람교사와 학부모 봉사단체인 학부모폴리스가 학생들과 함께 이동한다. 또한 교장·교감선생님도 함께 연탄을 나르고 학생들을 돌본다.

혹시나 수업시간을 빼앗는 것에 불만을 가지는 학부형은 없냐는 우려에 백 선생은 “사전에 공문을 띄우는데 부모님들이 다들 흔쾌하게 생각하시고 아이들을 통해서 기부를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특히 일부 부모들은 연탄 나눔에 직접 참여하여 학생들이 연탄을 나르고 난 뒤 떨어진 연탄재를 청소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이미 졸업한 학생들도 언제든지 참여할 생각이라며 꼭 연락해달라고 부탁했다며 백 선생은 이 연탄 나눔이 한 시간 수업 이상의 교육적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같은 동작을 수 백 번 하면 허리가 아프기 마련이지만 학생들은 즐겁게 일했다. 중학생답지 않게 장난을 치지도 않았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사전에 교육을 했던 백 선생도 그런 학생들의 모습에 놀랐다고 한다.

백 선생은 학생들의 참여도가 좋고 일하면서도 행복해하는데 연탄을 쓰는 집이 점점 줄어든 다는 것이 걱정이라고 한다. 학생들이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는 한계가 있고, 평택이 계속 발전하다보니 일어난 일이다. 그래도 연탄을 쓰는 집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이상 할 수 있는 데까지 계속 할 생각이라며 정 안되면 다른 방법으로 기부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벌써 4년 째 이어진 연탄 나눔은 이제 한광중학교의 문화가 되고 있다. 백 선생은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 하면서 연탄 나눔이 한광중학교의 독특한 봉사 문화로 자리 잡도록 더욱 힘 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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