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와 공화 양당 모두 수 십 년 동안 야당 생활 견디며 오늘날과 같은 양당제 확립

김남균 (평택대 미국학)

[평택시민신문] 2016년 미국 대선은 여당인 민주당의 패배로 끝났다. 선거전 중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야당인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후보자 TV토론에서도 정책대결은 모양만 있었을 뿐 내용은 상대방 후보를 흠집 내기에 급급했다. 민주 정치의 본고장으로 여겨지는 미국 민주주의가 보여준 실망스런 모습이었다. 그러나 결과가 나오자 패자는 승자에게 전화하며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길 기원했다. 승자도 선거로 생긴 국내 갈등과 상처에 대한 치유를 약속했다. 격투기 선수들이 게임이 끝나 퉁퉁 부은 얼굴을 마주보면 악수를 나누는 장면과 닮았다. 죽일 듯이 싸웠으나 승부가 나면 평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갈등과 통합의 미국의 정치적 전통은 200년 이상 유지되고 있다.

갈등과 통합의 미국 정치의 핵심에 정당이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이 그 기둥이다. 그런데 정당의 존재는 미국 정치의 아이러니이다. 우리 헌법의 정당 조항과 달리 미국 헌법에는 정당 규정이 없다. 미국 건국의 지도자들은 정당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정당은 국론을 분열시켜 국가를 멸망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 경고하였다. 그러나 정당은 건국 초부터 출현했다. 1800년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은 민주공화당의 첫 대통령이 되었다. 오늘날 민주당의 전신이다. 공화당은 1854년 창당되었다. 공화당 출신 첫 대통령은 아브라함 링컨이다.

1860년 링컨 당선 이후 공화당은 1932년까지 백악관을 차지했다. 같은 시기 민주당 출신 대통령은 글로버 크리블랜드와 우드로 윌슨 뿐이었다. 긴 세월을 민주당은 야당으로 견딘 것이다. 반대로 공화당은 1932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프랭클린 루즈벨트에게 패배한 후 1952년까지 20년 동안 야당노릇을 했다. 민주와 공화 양당 모두 수 십 년 동안 야당 생활을 견디며 오늘날과 같은 양당제가 확립된 것이다.

잦은 정당 해체·당명 변경

한국 정치, 책임 정치 실종

“꼬리자르기”신당놀음

우리 사정은 어떤가? 우리의 정당은 집권당이나 야당 모두 끝없이 당명을 바꾸어왔다. 집권당은 집권 중 혹은 집권이 끝나면 당연하다는 듯이 새로운 당으로 탈바꿈하였다. 자유당, 민주공화당, 민주정의당,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그리고 한나라당. 야당도 마찬가지다. 많은 야당들이 이름을 바꾸어 왔다. 우리 민주정치의 역사가 1948년부터 70년이 다 되었으나 10년을 버틴 정당도 몇 안 된다.

문제는 차기 선거에서 앞의 정치 활동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질 주체가 없어지는 점이다. 정치적 책임의 주체가 사라진 상태에서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집권당조차 집권기가 끝날 때 쯤 새로운 정당으로 당명을 바꾸며 소위 “꼬리 자르기”를 한다. 책임질 정당이 아예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국민은 책임을 물을 주체가 없고 모든 정당이 신당인 상태에서 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정치에서 책임 정치는 아예 이름조차 없는 것이다.

언제까지 보아야 하나

길고 말 많았던 미국의 대선 드라마는 끝이 났다. 집권당인 민주당은 정권을 내려놓고 야당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누구도 민주당이 해체되거나 당명을 바꾸어 새로운 정당으로 나타날 것을 예상하는 사람은 없다. 민주당은 그대로 남아 집권 공화당을 견제하며 2년 후에 있을 중간 선거를 준비할 것이다. 승자가 승리를 즐길 시간은 겨우 2년인 셈이다. 지금 우리 정치는 어떤가? 집권당이 어려우니 바로 신당론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정치인들의 “꼬리 자르기” 신당 놀음을 보아야 하는가? 정치인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외부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