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박물관…“경기·충청 아우르는 안성천문화권 중심되는 박물관 되길”

<편집자 주> 평택박물관 건립을 준비 중인 평택시가 많은 시민들의 관심 속에서 박물관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마무리 하였다. 타당성 조사 용역 최종 보고회를 마칠 때까지 박물관의 방향과 구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평택시민신문>은 시민들의 숙원사업이자 평택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박물관 건립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돕고자 서울시역사박물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등 해당지역 주민은 물론 여행객들에게도 사랑받는 6개 박물관을 방문해 전시관 구성과 운영방안에 대해 기획취재를 진행하여 7회에 걸쳐 연재 한다.

<글 싣는 순서>
①원주 고판화박물관
②군산근대역사박물관
③서울시역사박물관
④음성 철박물관
⑤지붕 없는 박물관 영월군
⑥수원박물관
⑦시민에게 외면 받는 박물관, 무엇이 문제인가?

 

“박물관이 특정 정치인의 치적 쌓기 되어선 안돼”
지역학 꾸준히 연구해 온 전문 인적자원 참여가 ‘중요’
“200여 집필진이 5년에 걸쳐 준비한 수원시사(市史)가 든든한 밑바탕”
평택은 서해안과 충청을 아우르는 ‘교통’과 ‘소통’의 중심지
“중심박물관과 권역별 특성 담은 부심권 박물관도 필요”

서울과 불과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수원시는 한강을 중심으로 발달한 한강문화권과 달리 광교산에서 시작한 수원천이 황구지천, 오산천, 진위천, 안성천과 만나 서해로 흐르는 안성천문화권에 속한다. 이런 까닭에 수원은 곳곳에 경기남부 지역을 아우르는 역사와 문화의 흔적들이 산재하다. 수원시는 이러한 특성을 잘 담아낸 수원역사박물관과 한국서예박물관, 사운이종학사료관을 2008년 10월 1일 개관하였으며 같은 해 12월에 1종 종합박물관으로 수원박물관을 등록하였다. 그 이듬해에는 수원화성박물관을 개관하고 이어 2012년에는 광교 신도시 개발에 따른 출토유물과 기증유물로 특화된 수원광교박물관을 개관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일찍이 수원시는 박물관이 시민들의 문화·교육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인문학 도시를 완성하는 구심점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2009년 7월에 수원시박물관사업소 직제를 신설하여 박물관의 체계적인 운영과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추석 명절을 앞둔 12일 수원박물관과 수원화성박물관을 방문하여 종합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두 박물관을 들여다보고 이동근 학예사와 한동민 수원화성박물관장을 만나 보았다. 수원박물관은 수원역사박물관과 한국서예박물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원역사박물관은 수원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과거·현재·미래의 시점과 주제별로 ‘수원의 자연환경’, ‘선사·역사시대의 변천사’, ‘수원로의 개설’, ‘60년대 수원만나기’, ‘근대 수원의 문화’ 등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서예박물관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최초로 건립한 상설전시 서예 전문 박물관으로 2003년 유명 서예가인 근당 양택동 선생으로부터 기증받은 유물을 계기로 건립을 추진하였으며, 현재 소장 유물은 약 6000여점에 달한다. 우리나라 서예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서예의 이해’, ‘서예의 감상’, ‘문방사우’ 등으로 전시 구분되어 있고, 중요 작품으로는 영조와 정조가 친히 쓴 어필첩 등이 있다.

수원화성박물관은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중심부에 자리 잡아 접근성이 좋고 모형과 관련 유물의 전시를 통해 화성 축성에 대한 전반을 이해할 수 있게 건립되었다.
상설 전시공간으로 수원화성의 축성과정과 도시발전을 알려주는 화성축성실, 수원화성 축성에 참여한 인물과 정조의 8일간의 행차, 화성에 주둔하였던 정조의 친위부대 장용영의 모습을 보여주는 화성문화실이 있다.

수원박물관-이동근 학예사
“평택의 역사문화 정체성을 오롯이 품은 박물관 만들어야”

수원박물관은 콘텐츠의 강점이 있다. 이 강점은 어느 한 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20여 년이라는 시간이 걸려서 형성되었고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수원박물관은 사학과 문학 등의 전문가들이 열정을 갖고 수원의 지역사를 차근 차근 쌓아가면서 수원학이 정립되었고 자연스럽게 박물관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수원 화성으로 시민들이 화성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했고 화성행궁을 복원하기 위한 시도가 구심점이 되었다. 이에 더해 근당 양택동 선생과 사운 이종학 선생의 기증 유물 및 자료, 서적들이 전시실을 더욱 풍성하게 구성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역학을 꾸준히 연구해온 인적자원 ▲평생 동안 수집해 온 자료들의 아낌없는 기증 ▲대학에서 수원학을 연구할 수 있는 수원․화성․오산의 역사성이나 문화의 보존 등을 수원박물관의 강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지역사박물관의 근간을 이루는 시사의 중요성도 놓치지 말아야 할 요소이다. 수원시사는 20여 년간 꾸준하게 수원의 지역사를 연구해 온 연구자들과 총 200여명에 달하는 집필진들이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모두 20권에 걸쳐 기록하였다. 자료수집과 철저한 고증을 통해 작성된 수원시사가 박물관의 튼튼한 밑바탕이 되었다.

박물관의 기본 정책은 정치적인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 지자체장이 바뀌어도 그 가치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지역에는 반드시 박물관이 있어야 하지만 그게 특정 정치인의 치적을 들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져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평택에서 준비 중인 박물관도 정치적인 목적이나 단순히 지금까지 없기 때문에 건립하는 것이 아닌 평택의 역사문화 정체성을 오롯이 품고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구심점으로 만들기 위해 건립해야 할 것이다.

수원화성박물관-한동민 관장
“서해안․충청을 아우르는 교통과 소통의 중심지 평택을 담아내야”

지역박물관은 지역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 평택은 전국의 여러 도시들 가운데 가장 팽창의 속도가 빠른 도시로 기본적으로는 팽성․ 진위․안중 등 지역별로 다른 역사문화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 연유로 역사․문화적 정체성이나 지역민들로 하여금 평택시민의 자부심을 갖게 하는 기재가 작다고 본다. 따라서 그 어느 때 보다도 박물관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평택은 문화적인 측면에서 안성과 늘 비교의 대상이 되어 왔다. 도시의 외향적인 모양은 평택이 더 클지 모르지만 안성은 안성맞춤과 남사당패 등 문화적인 정체성이 떠오르지만 평택은 떠오르는 것이 없다. 평택은 대륙으로 향하는 출구로서 평택항의 기능과 가능성을 확대해 나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필요도 있다. 과거 중국과의 교역의 중심지였던 특징을 잘 살려낸다면 평택고유의 독특한 색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박물관은 조금 늦은 만큼 조급해 하지 말고 전국에서 찾아오고 모범이 될 만한, 시민들의 자랑이 될 만한 박물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권역이 넓다보니 중심박물관으로 평택역사문화박물관을 만들고 지역별로 이야기 거리가 있는 부심권 박물관을 추가하는 방안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수원박물관이 좋은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수원은 수원박물관, 수원광교박물관, 수원화성박물관이 있다. 장기적으로 중심박물관을 두고 특색 있는 박물관을 권역별로 배치해야 한다.

특히, 한강문화권과 별개인 안성천문화권을 대표하는 박물관이 되길 바란다. 수원을 포함한  화성․오산․안성․평택․아산은 수원 광교산에서 시작해 안성천으로 이어지는 천변을 따라 형성된 별개의 문화권에 속한다. 서해안과 충청을 아우르는 이 문화권의 중심에 평택이 있다. 평택의 박물관이 지역의 역사나 문화를 담는 박물관이어야겠지만 과거 경기만권역의 중심으로서 소통과 교통의 통로가 되었던 부분도 함께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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