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가득안고 오늘을 사는 78세 영어강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금순아 어디로 가고 길을 잃고 헤매었더냐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 이후
나 홀로 왔다...
-굳세어라 금순아 중-

추석명절을 앞둔 지난 8일 찾아간 평택시평생학습센터에서 열정과 힘이 담겨있는 영어 단어와 문장 소리가 강의실 문턱을 넘어 들려왔다.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얼핏 보기에도 일흔은 훌쩍 넘어 보이는 노강사가 역시 머리가 하얗게 센 만학도들에게 영어회화를 가르치고 있었다.

가르치는 강사도 배움을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학생도 모두가 어르신들이었지만 배움과 가르침에 대한 열정은 20대 젊은이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을 만큼 충분히 뜨겁게 느껴졌다.
강의를 마치고 쉬는 시간을 이용해 잠시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소개하며 ‘굳세어라 금순아’ 한 소절을 멋들어지게 부른 양장(78) 강사는 6.25전쟁 당시 1.4후퇴 때 피난을 내려온 실향민으로 미군부대 근처에서 일하며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20여 년 동안 타향살이를 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너도나도 살기 어려웠던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일을 하면서 참 많이 힘들었지, 특히 언어가 통하지 않아 힘들어하는 이민자들이 많아서 힘이 닿는 대로 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진 게 아닌가 생각해요.”

양장 강사는 “미국에서 열심히 일한 덕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지만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좀처럼 가시지 않아 1998년 영주권을 반환하고 귀국했다”며 이후 미군부대에서 10년 정도 더 일하고 은퇴한 뒤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언어적인 경험을 나누자는 생각에서 자원봉사를 결심해 어느덧 7년이 지났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대학까지 많은 시간을 투자해 영어를 배우지만 자연스럽게 일상회화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요. 내가 경험한 것들을 나눠줌으로써 이웃들이 영어를 너무 어렵지 않게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요.”

그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현재 팽성복지관과 팽성도서관, 평택시평생학습센터, 주민자치센터 등에서 1주일에 4일간 영어회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르지 않는 에너지를 가득 담고 있어 보이는 양장 강사는 가르침 보다 경험을 나누는데 더 역점을 두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자신의 영어교육 방식을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인지 수업을 듣는 만학도들도 보통 적게는 3년에서 많게는 5년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동안 양장 강사의 강의를 들어왔다고 한다. 강의를 지켜보며 단순한 사제지간을 넘어서 서로 소통하고 위안을 주고받는 공동체와 같은 느낌을 받은 이유가 이 때문일 것이다.

“평택은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가 들어서는 명실상부한 국제화도시 아니겠어요? 내가 가진 재능이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면 어디서든지 부르기만 하면 달려갈 겁니다. 내가 건강하고 나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내가 건강하고 나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걸로 족해요.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이니까...”

양장 강사는 제2의 고향인 평택이 국제화도시로 성장하는 데에도 일조하고 싶다며 그의 굳은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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