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토 떠나 뭐 하고 살까 생계 걱정 불안감 심각

▲ 김덕일<평택농민회 부회장>
미군기지 통합 이전으로 평택시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이전을 찬성하는 측은 일찌감치 목소리를 높여 왔으며 반대하는 측도 점차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역의 정치 지도자들도 뒤늦은 감은 있지만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간담회, 공청회 등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연합 토지관리계획(LPP)에 따른 토지 수용이 실시되고 미군기지 통합이전이 확실시 된다는 서탄면, 팽성읍 등지는 땅값 폭등과 근거없는 이전 지역 확정설에 도대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에 서탄면과 팽성읍 지역에서 이장들을 비롯한 이전 예상지역의 주민들이 시와 경기도 그리고 국방부 등을 상대로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과 주민의 의견 수렴 방법 등을 요구하며 나서는 등 본격적인 기지이전 지역 주민들의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다.

미군기지 통합 이전에 따른 평택지역에 대한 요구는 알려진 바에 따르면 팽성지역 400 만평, 서탄지역 100만평 등이며 이러한 규모의 요구는 기존의 미군기지 450만평을 추가한다면 평택시 지역 전체 면적의 10%에 해당한다.

또한 팽성지역의 경우에는 170여 만평의 기존 면적에 400여만 평을 추가로 공여할 경우 그 면적은 팽성읍 논 면적 850여 만평의 70%에 해당하는 570여 만평에 달한다.

이런 규모이고 보니 기지 이전이 확실시된다는 지역주민의 경우, 특히 현재 미군기지가 있는 지역근처의 주민들은 이미 한차례 땅을 수용 당해 쫓겨난 경험이 있던 주민들이라 그 불안감과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

미군기지의 재배치 문제는 지나 4월 8일과 9일 ‘미래 한미동맹 정책 구상 공동협의 1차회의’를 통해 미국의 일방적 요구였던 “주한미군의 장기적 주둔 여건의 보장과 기지 운영의 효율성 제고,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의 확대를 위해 용산 미군기지와 미 2사단의 한강이남 재배치 등을 추진해 나간다.” 는 내용을 우리 나라가 수용한 것이다.

이는 한반도의 군사적 대결과 전쟁위기를 한층 고조시키며 이전 지역 주민에게는 고통과 희생이 강요된다는 사실이 확실하다.

이에 우리는 두 가지의 내용에 대해 명확히 하고 그 대응 방도를 모색해 보아야 한다.

첫째, 미군기지의 재배치가 우리의 안보문제와 향후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에 유리한가의 문제이다.

미국은 지난 2001년 9·11테러 사태 이후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해 왔던 ‘봉쇄와 억제’ 라는 안보정책의 핵심을 ‘신 군사전략’ 즉 선제공격이 가능하도록 변화 시켜가고 있다.

이러한 신 군사전략은 지난 이라크 전쟁에서 여실히 입증되었다.

이제 부시 정부의 신 군사전략에 따른 한반도 내 미군기지의 재배치는 분명 북한을 겨냥하고 있으며 최근 북핵 사태가 끝없는 대치를 계속해 가는 과정을 볼 때 한반도의 긴장고조와 대결 국면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미군기지의 재배치가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면밀히 따져 우리는 갈등과 반목보다 서로의 입장과 요구를 경청하여 합치된 의견을 갖고 통일된 대응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미군기지의 통합 재배치가 평택지역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의 문제이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과 잊어야 할 것이 있다.

1년 전 경기도 양주 한 시골에 살고 있던 두 여중생의 참혹한 죽음과 지금도 계속되는 K-6, K-55 기지 주변 주민들의 소음에 따른 고통, 그리고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는 미군에 의한 다양한 범죄... 정말 잊어서는 안될 가슴 아픈 일들이다.

평택지역으로 대규모의 미군기지가 이전해 온다면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들이 매일 일상적으로 반복되어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기지이전을 반대하는 측이나 찬성하는 측을 가리지 않고 나타날 것이다.

앞서 밝혔듯이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 협의’ 1차 회의에서는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상징인 한미상호방위조약(SOFA)개폐의 문제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하니 주민들의 불안감은 실로 크다.

특히 기지 이전이 확실시되는 농촌지역의 농민들의 불안감은 훨씬 더 심각하다.

평생을 농사를 지어 온 농민들이 논밭을 떠나 무슨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몇푼 보상가를 가지고 어디를 가서 또 다시 땅을 사고 터전을 잡을 것인가?

더구나 내 땅이 없이 소작농사가 대부분인 농민들의 경우에는 생계가 끊겨버린다는 위기감에 하루하루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농지도 내놓고 집도 내놓고 조상의 묏자리까지 내놓으면서 미군기지를 받아들였던 그 농민들이 새로운 기지이전을 위해 또 다시 농민들의 껍질조차 내놓으라는 미국과 정부의 요구에 맞서 이제는 당당히 맞설 것임을 표명하고 있다.

이것은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며 기지이전 찬성을 주장하는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삶 전체를 담보로 한 처절한 절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다시 국가안보니 지역경제의 활성화 등을 내세워 기지 이전 대상지역의 주민 특히 농민들을 토끼몰이 하듯이 몰아 부쳐 절박한 심정을 억누르려는 분위기는 이제 있어서는 안될 그리고 완전히 잊어야 할 잘못된 유산이다.

기지이전 사실을 기정화 하면서 ‘선물운운’하는 지역의 얍삽한 정치인이나 찬성과 반대를 앞장서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재 기지 주변에서 수 십 년간을 각종 피해 속에서도 묵묵히 살아 온 주민들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그래서 이제 그 주민들이 특히 농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명확히 보아야 한다.

팽성읍과 서탄면의 이장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의 진정한 목소리와 작은 노력이 평택지역 주민 전체에게 훨씬 큰 이익으로 돌아올 것과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믿는다.

<평택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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