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끊임없이 문화가치 창출하는 창작발전소”

<편집자 주> 평택박물관 건립을 준비 중인 평택시가 많은 시민들의 관심 속에서 박물관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마무리 하였다. 타당성 조사 용역 최종 보고회를 마칠 때까지 박물관의 방향과 구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평택시민신문>은 시민들의 숙원사업이자 평택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박물관 건립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돕고자 서울시역사박물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등 해당지역 주민은 물론 여행객들에게도 사랑받는 6개 박물관을 방문해 전시관 구성과 운영방안에 대해 기획취재를 진행하여 7회에 걸쳐 연재 한다.

<글 싣는 순서>
①원주 고판화박물관
②군산근대역사박물관
③서울시역사박물관
④음성 철박물관
⑤지붕 없는 박물관 영월군
⑥수원박물관
⑦시민에게 외면 받는 박물관, 무엇이 문제인가?

 

다양한 기획전시로 다시 찾고픈 박물관 자리매김
지역공동체 교류의 장이자 교육·문화 복합공간으로 역할
“대화하고 교류하여 함께 만들어가는 박물관 될 것”
평택박물관 건립…“건축 성과보다 운영 내실이 튼튼한 박물관 돼야”

 

충북 음성군 감곡면 오향리의 고즈넉한 원통산 자락에 자리 잡은 철박물관은 인류역사와 철문화를 주제로 하는 전문 박물관으로 2000년에 개관하였다. 음성·진천·충주 등지는 고대부터 철 채광지로 중요한 전략 지역이었다. 전체부지 8만5433㎡에 연면적 6364㎡의 규모로 지어진 철박물관은 5개의 전시실과 4개의 작업실, 세미나실, 금속공예 예술가들이 머물면서 작품 할동을 할 수 있는 레지던시 시설(숙박, 아트 스튜디오)을 갖추고 있다.

박물관 1층의 상설전시실에는 철의 탄생과 생산 과정, 생활 속에서 볼 수 있는 철, 철의 재활용과 역사, 철 예술작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2층 특별전시실에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등과 같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연계한 작품전시, 기획전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는 금비녀, 은비녀, 금돼지, 금세공 팔찌, 은입사 촛대, 은입사 담배함, 튀니지전통새장, 무쇠유등, 금속타공조명 등 다양한 기법으로 제작된 총 53점의 금속공예 작품을 전시하는 ‘METAL : CRAFTS’ 기획전시가 오는 12월 11일까지 진행된다.

야외전시장에는 경주 건천읍 용곡댐 수몰지구에서 발굴된 조선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제철유적과 1966년 국내 최초로 동국제강 부산제강소에 도입되어 제강시대의 막을 연 전기로 등이 전시되어 있다.

철박물관은 비록 큰 규모의 대형 박물관은 아니지만 철을 주제로 하는 테마박물관으로 전시의 기능에서 머물지 않고 국내외 학자들을 초청해 고대 제철 과정을 재현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실험보고서를 자체 발간하는 등 끊임없이 재생산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또한, 철과 관련된 금속 예술가들이 마음껏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창작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전시 작품을 확보하고 소통을 통한 지역교육공동체 활성화, 예술인과 함께 현대 철문화를 만들어가는 창작발전소이다.

다음은 철박물관의 학술연구와 전시기획, 교육프로그램 기획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종현 학예교육실장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철박물관이 시민들과 음성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요인은?
금속공예 교실, 철 문화 체험 교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등 금속과 관련된 체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지역주민 및 방문객들과 소통한 결과 2012년 사단법인 한국박물관협회로부터 박물관 미술관 창체 프로그램 우수 운영기관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국립청주박물관 진천 석장리 유적 발굴 20주년 기념 순회전 ‘백제 제철소와 쇠 만드는 이야기’ 등을 비롯한 다양한 주제의 기획전을 개최하여 방문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다시 찾고 싶은 박물관으로 자리매김 했다.

박물관의 바람직한 지역사회 역할은?
철박물관은 전통 장인, 작가, 연구자 등의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이 박물관에서 작품 제작, 연구 활동, 전시 등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공동체 간의 교류를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창출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제3회 IRON & ARTS 심포지엄에서는 서울산업대 김세일 교수, 대진대 이동용 교수, 국민대 조병섭 교수 등 ‘어느 조각 모임’ 소속 18명의 작가들이 교육동에서 숙식을 하면서 Art Studio에서 현재 박물관 야외 전시장 곳곳에 전시 중인 작품들을 제작하였다.

또한, 단순한 전시의 기능에서 벗어나 역사적 기록과 유물 등의 고증을 거쳐 고대 제철 복원실험을 진행하는 등 학술적 가치를 높이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2002년 한신대 이남규 교수와 일본 에히메 대학 무라카미 교수, 이은철 고대제철 기능전수자(제2009-1호) 등이 참여해 실험한 이래 2011년 중원문화재연구원과 공동실험을 진행하였으며 2014년 후반기부터 현재까지 한국철문화연구회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제철문화복원실험연구단의 한국연구재단 지원 프로젝트 ‘한국 전통 제철기술문화의 복원과 활용을 위한 재현실험적 연구’를 후원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교육부가 자유학기제를 전면 시행함에 따라, 지역 학생들에게 자신의 적성과 끼를 찾고 진로를 모색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활동 마련하고 있으며 지역주민과 학생들에게 옛 유물을 관리 및 보수할 수 있는 자원봉사 활동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좋은 유물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유물은 주로 구입과 기증을 통해 확보하고 있으며 기획전시를 통한 전시자료 확보도 또 다른 방편이 되고 있다. 실 예로 지난해에는 전시회를 마친 김택기·홍지연·백승호 작가의 공동작품인 ‘그리고’를 기증 받아 야외 잔디 광장에서 전시 중에 있다. 철박물관은 처음 건립된 2000년에 1043점이던 유물이 2016년 8월 현재 5751점에 달한다.

철박물관이 지향하는 목표는?
철박물관은 인류의 행복한 삶이 실현되는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철 문화와 관련된 유무형의 유산을 수집·보존·연구·전시하여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모든 사람이 끊임없이 대화하고 교류하여 함께 만들어가는 박물관, 철에 대한 이해를 돕고 무한한 철의 미래를 상상하는 박물관, 철과 더불어 친환경적인 박물관, 최상의 배움과 휴식을 누릴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박물관 건립을 준비하고 있는 평택시에 조언을 한다면?
성과에 연연하여 성급하게 박물관을 개관하려 해서는 안된다. 사전에 특별전과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쳐야 한다. 간송미술관과 같은 연구소를 기반으로 하는 박물관이라면 보다 양질의 전시 및 교육문화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철박물관이 보유 중인 숙박이 가능한 교육동과 아트스튜디오, 세미나실과 같이 지역 공동체가 박물관 안에서 교류 및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박물관이 건축물 등의 외관에만 치중하면 자칫 사용하기 불편한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따라서 건축물의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각각의 공간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운영 실무자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인력 부분에 있어서도 전시와 교육, 유물 관리 및 보존, 시설관리 등의 역할에 전념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인력이 고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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