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문학인생, 숙제 마친 것 같아요”

감성 자극 해 감동 주는 고등학교 문학 선생님
평택 들판에 흐드러진 배꽃이 시 되어 ‘이화 같은 그대’로

권희수(60) 시인은 어려서부터 자연을 사랑했다. 붉게 노을이 지는 하늘, 눈이 가득 내려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인 마당, 어둑어둑한 겨울밤 창가에 흩날리는 진눈깨비… 모든 자연현상들이 그에게는 표현의 소재이자 삶의 감동이었다. 올해 6월 출간한 시집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에서 시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 ‘이화 같은 그대’도 평택의 드넓은 배 밭 가득 핀 배꽃을 보고 가슴의 울렁거림을 느낀 후 쓴 시라고 한다.

섬세하고 순수함이 느껴지는 권 시인은 이번 시집을 발간하며 ‘숙제를 끝낸 것 같다’며 시원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항상 마음속에 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국문학을 전공해 30여 년간 함께 해오면서 오랫동안 시를 쓰겠다고 다짐해왔는데 드디어 그 숙제를 해결한 것 같아요. 마음속에 늘 내재되어 있던 제 생각과 자연현상에 대한 마음의 울림을 시에 담았습니다.” 특히, 고향에 대한 그리움, 제자들에 대한 사랑, 교육자로서의 자부심과 소명의식 등을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해 시인의 진솔함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다.

고창여고 문학교사로 일하며 아이들을 가르쳤을 때 권 시인은 매우 열정적인 교사였다. 1980년대 학교의 모습은 지금과는 매우 달랐지만 일방적 교육보다는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싶었던 권 시인은 봄이면 학생들과 진달래를 따러 가고, 가을이면 낙엽을 주워 복도를 장식했다. “아이들과 교감을 하고 싶었어요. 교사는 학생들을 대신해 공부를 해줄수는 없지만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어요. 특히, 토론이 정말 중요하죠. 일방적으로 교과서만 읽고 가르친다면 진정한 교육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 더욱 에너지를 쏟았죠.” 자신이 가르친 어린 소녀들 중에서 시인이, 소설가가, 화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각자가 갖고 있는 감성을 자극해 감동을 주고 싶었다. 또한, 시를 가르칠 때면 그와 연관 있는 노래를 함께 소개하고, 희곡을 가르칠 때면 학생들이 직접 연극을 올릴 수 있게 했다. 그러한 권 시인의 마음을 아는지 아직까지도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너무 고맙고, 감동을 받는다고 한다.

“한평생 문학을 사랑하며 제 꿈을 이뤄가고 있어요. 더욱 좋은 시를 써서 울고 싶은 사람 옆에서 함께 위로해주고, 행복한 사람 옆에서 함께 웃어주고 싶어요. 친구 같은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문학교사로 지내온 오랜 시간동안 문학 속에 살아온 그는 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문학 활동에 뛰어들며 한국문인협회, 문학바탕, 피어선문인회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논술학원을 운영하며 CBMC(한국기독실업인회) 평택지회 사무국장으로 역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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