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농업희망포럼 몽골 방문기

바이칼호수 인근 러시아 광대한 농업지대, 교류와 투자 가능성 있어
국제화 시대 맞아 문화 예술 청소년 분야 등 평택과 몽골 교류 모색 필요

한몽음식 문화교류 행사를 마치고

평택농업희망포럼(대표 김덕일) 집행부와 이사 등 11명이 6월 28일부터 7월 2일까지 5박6일의 일정으로 평택과 몽골 사이의 농업 교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몽골 현지 농업 관련 시설을 둘러보고 관계자들과 폭넓은 의견을 나누었다. 이번 방문은 몽골에서 25년간 거주하며 몽골인들에게 한국의 김치를 보급해 몽골에서 김치 전도사로 알려진 몽골 녹색농업기술원 원장인 이혜식 농학박사의 주선으로 이루어졌다.  본지는 김기수 발행인이 동행취재했다.

■김치 전도사 이혜식 박사 주선으로 방문
이혜식 박사는 1993년 몽골에 입국해 현지에서 한국채소의 지역적응시험 재배를 성공적으로 실시하고 몽골국립생명과학대학 농업생태대학에 한국채소시험장 및 채소과수학과를 설립해 몽골녹색혁명 국책 사업 자문관으로 활동했다. 이후 몽골수도 울란바토르 인근의 날라이크시에 약 10만평 규모의 부지에 녹색농업기술원을 설립해 현지인들에게 한국의 채소와 김치 등을 보급하는 한편, 한국의 지자체와 대학, 연구소 등의 몽골과의 교류에 깊이 관여해 오고 있다.
이혜식 박사는 2000년 3월 KBS 한민족리포트에 “몽골에 채소를 전파하는 김치박사 이혜식”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혜식 박사는 평택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한‧몽포럼(이후 ‘아가’로 명칭변경)‘의 소개로 2015년 10월과 올 3월 두 차례에 걸쳐 평택농업희망포럼에서 강의를 한 바 있으며, 녹색농업기술원은 평택국제교류재단, 천안연암대학교와 최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교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평택농업희망포럼의 몽골 방문은 평택이 농업 분야에서 몽골과 교류를 할 수 있는지, 한다면 어떠한 분야에서 서로 상생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현지를 방문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추진되었다.
방문단은 이혜식박사가 원장으로 있는 녹색농업기술원의 채소재배 현황, 몽골 농업지역 방문, 한국지자체와 몽골의 농업 교류 현황 파악, 몽골국립생명과학대학 시험포장사업장 방문, 몽골대사관 방문, 한국과 몽골의 음식문화교류 행사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 몽골은 세계 7대 자원 부국…방목형 축산업 발달
몽골은 정식명칭이 몽골(Mongolia)로 면적이 156만4116평방킬로미터로 세계 19위이고 인구는 약 300만 명이다. 이중 170여 만명이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밀집되어 있다. 1921년 중국으로부터 독립해 오랜 기간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다 1992년부터 시장경제를 채택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정치는 내각제를 혼용한 대통령 중심제인데, 마침 방문단이 방문한 다음날 몽골 총선이 있었다. 야당인 인민혁명당(구 공산당)이 총의석 76석 가운데 65석을 확보하며 현 집권 민주당을 누르고 압승하며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지난 민주당 집권 8년 동안 경제가 계속 침체를 겪어 국민적 심판을 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산업은 세계 7대 자원국으로 분류될 만큼 석탄 철광석 주석 금 등 주요 광물이 풍부해 광산개발과 광물 수출등이 중심이 되고 있고, 전 국토의 대부분이 완만한 초원지대를 이루고 있어 농업은 말 소 염소 낙타 등의 방목형 목축이 성행하고, 밀 보리 메밀 등의 곡식과 양파 당근 등의 채소류도 재배하나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다. 최근에는 하절기에 한국형 비닐하우스를 통한 시설채소 재배도 발달하고 있지만, 동절기에는 혹한 추위와 저장시설의 부족으로 중국에서 채소와 곡물을 수입한다.

■ 문화 예술·사막화 방지·NGO 등 한국과의 교류 활발
한국 지자체와의 교류는 1990년 한몽교류를 시작으로 1995년 서울시와 대한항공 직항로 운항으로 교류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교류 분야도 종교, NGO, 민간 부분, 농축산분야, 보건 의료분야, 문화 예술분야, 사막화 방지분야, 도시개발 분야 등 다양한 차원에서 한국 지자체 및 민간단체들과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수원시와 고양시, 인천시가 동북아산림포럼과 함께 사막화 방지분야에서 교류를 하고 있고, 서울시 남양주시 대구예총 등에서는 문화 예술분야의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농업분야 교류는 원조와 투자 목적 병행
농업분야에서는 순천대학교, 강원도, 경상북도 등과 교류가 진행됐다. 현재 강원도에서는 총 3차례에 걸쳐 공적개발원조(ODA)의 일환으로 시설채소 재배 기술을 보급하고 있는데, 방문단은 이 농장을 방문해 현지 상황을 알아보았다. 순천대학교는 몽골에 농업연수센터를 건립했다. 경기도에서는 수경 재배 방법을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도 제주도, 경북 의성군 등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과 투자 사업이 이루어진 경험이 있으나 대부분 현지 실정을 잘 몰라 실패했다고 한다.

강원도 농업타운을 방문한 후 기념촬영

 

■ 시설 채소 및 농업 분야 시찰
방문단은 평택과 몽골의 농업 교류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해 현지 농업 시설을 둘러 보았다. 이혜식 원장이 운영하는 녹색농업기술원과 강원도의 공적원조사업 일환으로 추진된 3차 시설채소 재배현황, 몽골 농업생명과학대학이 운영하는 시험포장실습실 등을 방문했다.
이혜식 원장이 운영하는 녹색농업기술원은 몽골 녹색혁명 국책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채소의 현지 지역적응을 위한 시험재배를 다양한 품종에 걸쳐 진행하고 있었고, 식생활 개선 프로젝트로 김치와 한국 음식을 보급하는 한몽음식문화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몽골 현지인에게 한국 음식을 소개하고 있었다. 또한 현지에 채소 재배를 위한 비닐하우스 보급 사업도 벌이는 한편, 최근에는 한국과 몽골의 지속가능한 교류를 위한 교육사업에 큰 비중을 두면서 한국 청장년층이 몽골에서 자원봉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혜식 원장은, “이곳 녹색농업기술원을  한국과 몽골이 식생활 개선과 음식문화 축제 등을 매개로 상호 교류하는 문화 교류의 근거지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녹색농업기술원에서 이혜식 박사로부터 채소작물재배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홍보뿐이고 지속적 내용없는 한국 지자체 몽골 사업 대부분 실패와 후유증 남겨
6월 30일 방문단은 강원도가 지원하는 3차 강원농업타운을 방문했다. 강원농업기술원에서 ODA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농장인데, 운영은 강원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현지인이 하고 있었다. 5년 동안 인건비와 운영비를 자부담으로 하면서 채소를 재배해 수익구조를 만들면 5년 후에는 자신의 소유로 해주는 구조였다. 강원도는 자본과 기술을 지원하며 현지인의 자생력을 키워준다는 것이지만, 강원도 입장에서는 지원만 해주는 시스템으로 상호 상생하는 것이 아닌 일방적 지원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1차와 2차 사업도 이런 방식을 통해 현지인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상태이다.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지원만 하는 것은 문제 아니냐는 방문단의 질문에 그래도 이것은 나은 편이라고 한다. 무조건 돈만 대주는 방식보다는 자생력을 키워주는 방식이라 그나마 낫지만, 한국 지자체가 몽골과 교류하며 대부분 치적과 홍보사업을 위한 교류로 일관해 대부분 실패했다고 한다. 이혜식 박사의 설명에 의하면, 제주도와 경상북도가 대표적인 실패사례라고 한다.
제주도의 경우, 2000년대 초반에 몽골에서 3000만평을 임차해서 친환경 콩을 심어 식량생산 전진기지를 확보하게 되었다고 당시 제주지사가 대대적으로 홍보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험재배만 했을 뿐 농지에 대한 장기임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몽골정부에서 3년후 이 땅을 회수해갔다고 한다. 토지는 국가 소유이지만, 40년이나 60년간 장기임차계약을 체결해 소유권을 확보해야 했지만 현지 실정에 밝지 않아 치적 쌓기 홍보만 하고 땅을 회수당한 것이다.
경상북도도 마찮가지이다. 경상북도 역시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몽골에 식량기지를 확보하라고 지시하자 경작 가능성 등을 고려치 않고 무조건 넓은 땅을 확보하려는 욕심에 제대로 농사도 지을 수 없는 3000만 평의 땅을 계약했다고 한다. 이 때 당시 한국 언론에 “경상북도 영토를 넓히다”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상북도에서 연간 5억원을 지원했지만,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이었기 때문에 계약을 체결한 한국인이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2년 넘게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자 몽골 현지법에 2년 이상 농사를 짓지 못하면 땅을 회수한다는 규정에 의해 땅을 환수당했다고 한다. 치적쌓기나 현지 실정을 모르고 무조건 넓은 땅만을 확보하려는 바람에 실패한 사례들이다. 반면, 이혜식 박사의 주선으로 경상북도 의성군은 30만평을 60년 장기임차계약을 체결해 대한민국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몽골에 땅을 확보하게 되었다고 한다.

■ 까다로워진 토지법…몽골 토지 확보 가능성 희박
몽골에서 정부가 바뀌면서 외국인에 대한 토지 소유를 엄격히 제한하게 돼 장기 계약이 없어지고 단기 5년마다 계약을 갱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경우 몽골의 토지가 척박하기 때문에 5년 이내에 수익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별로 없어 앞으로는 지자체가 한국 개인이나 법인이 몽골에서 농지를 확보할 길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이혜식 박사의 진단이다.

■ 몽골 국립생명과학대 작물 연구소 녹색혁명 프로젝트
강원 농업타운 방문에 이어 몽골국립생명과학대학 시험토장을 방문했다. 이곳은 몽골의 유일한 작물재배 연구소로 부원장인 바타르츨 박사의 설명에 의하면, 이 연구소에는 교육, 연구, 그리고 사업을 하고 있다. 전체 직원은 교수 포함 240명이고 학생들은 1600명이다. 50년전 설립되었으며, 외래식물들의 지역 적응시험, 자생식물 육종 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었다. 한국 강원도와도 교류하며 한국 채소의 현지 적응 가능성 등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몽골의 녹색혁명을 위한 큰 연구 프로젝트를 느낄 수 있었다.

■ 주몽과 한족 대사관
7월 1일에는 대사관을 방문해 오 송 대사와 간담회를 가졌다.  몽골 대사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몽골에서 개최되는 아셈정상회담 참석차 올때 신축한 대사관의 개관식이 예정되어 있어 매우 분주했다. 오송대사는 한국과 몽골의 교류 사업 전체에 대한 개괄적 설명에 이어 지자체의 몽골 교류 사업을 대사관에서 일일이 확인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면서 향후 지자체가 몽골과 교류할 때에는 대사관을 적극 활용해 달라고 조언한다. 오 대사는 몽골에는 다양한 화훼가 발달하지 못해 화훼분야에서 교류가 이루어 지면 상호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혜식 박사가 평택에서 꽃박람회 때 튜립이 매우 아름다운데 평택의 튤립 구군을 몽골로 가져와 대사관을 튤립으로 장식하면 좋겠다고 하자 흔쾌히 평택시에 공문을 보내주겠다고 한다. 방문단은 대사관 신축 개관 기념으로 평택에서 가져간 서양난을 오송 대사에게 전달했다.

몽골대사관을 방문 오 송 대사에게 한국에서 가져 온 서양난을 선물하고 있다.

 

■ 한몽 음식문화 교류
방문 마지막날인 7월 2일 일행은 몽골 현지인들과 한몽 음식문화 교류 축제를 벌였다. 한국에서 가져간 각종 재료로 김치, 각종 전, 감밥 등을 조리하는 전 과정을 현지인들과 함께 하며 한국 음식을 전파하는 외교 사절 역할도 했다. 몽골인들은 한국 음식과 김치를 좋아하게 되었지만, 조리법을 잘 몰라 집에서 직접 해 먹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아주 좋아했다.

 

■ 평택과 몽골의 농업 분야 교류 가능성은
이번 방문을 몽골 방문을 통해 몽골에 농업관련 협력방안을 여러가지로 모색해 보았다. 여러 제약으로 앞으로 몽골과의 농업 분야 교류는 화훼나 특정 분야를 빼고는 쉽지 않겠다는 판단도 들었지만, 문화나 예술분야의 교류, 음식 교류, 청소년 분야의 교류 등은 평택 차원에서 모색해 볼 수 있는 교류 협력 분야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농업분야 교류와 관련해 이혜식 박사는 눈을 바이칼 호수로 돌릴 것을 제안한다. 이혜식 교수에 의하면, 몽골과의 농업 교류는 갈수록 상호 이익을 얻기기 어려워지지만, 바이칼 호수 쪽에 광대한 농장들이 많고 특히, 남북 통일을 대비한 미래 식량 전진기지로 바이칼 호수 인근의 광대한 토지가 매력적이라고 한다. 러시아 이르크추크 지역의 브리야트 공화국은 정주생활을 하며 채소를 재배하는 등 한국 사람과 매우 유사하다고 한다. 한민족의 연원을 바이칼 호수에서 찾는 흐름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바이칼 호수를 끼고 있는 러시아 브리야트 공화국과의 교류 및 농업 분야 교류 및 투자는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방문을 통해, 농업 분야의 교류 협력 뿐아니라 평택과 몽골의 문화 예술, 청소년, 음식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것도 국제화시대에 맞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바이칼 호수와 연결된 농업 투자와 교류 확대는 국가차원에서 혹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한 번 시도해 볼만한 사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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