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경기도사진작가 협회장·전평택예총 회장>

▲ 이수연<경기도 사진작가 협회장, 전 평택예총 회장>
구호는 미래 위한 적극적 상징 행위

평택 대표할 비전 함께 고민했으면

지난 5월 24일과 25일 양일 간 서울에서는 ‘하이 서울 페스티발’이 열렸다. ‘하이’ 서울에서 ‘하이’라는 단어는 높다는 뜻의 High와 상대방에게 반가움의 표시로 건네는 인사 Hi를 의미한다.

이 날의 행사는 서울시가 주최한 것으로7월 1일부터 철거하는 청계천 고가도로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걸어보는 행사를 비롯하여 태평로 일대에 마련된 크고 작은 행사장에서 대대적으로 펼쳤다.

지난 해 자치단체장 선거를 통해 새 시장이 취임한 이래 새로운 서울을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그에 걸 맞는 구호를 ‘하이 서울’로 정하고 이를 알리는 수단으로 페스티벌을 연 것이다.

어느 도시의 이미지를 짧은 단어 몇 마디로 압축하여 홍보하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기억나는 것 중 하나가 미국의 뉴욕시가 정했던 ‘ I ♡ NY’다. 뉴욕시의 이런 구호 도출 과정에는 예술가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구호라는 것은 항상 반어법(反語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우리 정부의 예에서 보듯 과거에는 헌법이 바뀜으로써 3공, 4공, 5공화국 하는 식의 명칭만 있으면 되었지만 5공 이후의 정권들은 모두 6공화국이기에 군사정권과 동일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별도의 구호가 필요했던 것이다.

김영삼 정권이 택했던 ‘문민정부’나 김대중 정권이 택했던 ‘국민의 정부’나 이번 노무현 정권이 택한 ‘참여의 정부’ 모두 그런 구호가 나온 이면을 보면 과거의 정권은 ‘문민’ 아닌 ‘군사’정권이었다는 말이고 ‘국민’ 아닌 ‘군인’정권이었다는 뜻이며 ‘참여’아닌 ‘일방’ 정권이었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 모두가 국민을 상대로 하여 너나 없이 ‘우리 정권은 앞으로 국민을 이처럼 위하겠습니다’ 라는 자기 홍보용 단어인 것이다. 반어법이란 이처럼 무언가 드러내놓고 말하기 어려운 것들을 절실하게 필요로 할 때 그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서울이 구호를 ‘하이’라고 정한 것은 아직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국제적으로 같은 위치에 있는 다른 나라의 수도와 달리 높은 수준의 도시가 아니라 낮은 수준에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며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의 첫 이미지에 대해 사람들이 ‘쌀쌀하다’ ‘무표정하다’고 했던 것을 스스로 인정하여 너나 없이 ‘하이’라고 외치자는 말이라고 해석한다면 너무 앞서가는 해석일까.

서울의 이런 결정 이전부터 우리의 이웃이던 수원은 ‘효원(孝園)의 성곽도시 수원’ ‘하하!! 수원’ 등 오래 전부터 수원의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서 구호를 사용해 오고 있으며 지금 동계올림픽 유치의 막바지에 들어간 강원도 평창은 ‘해피 700’이라는 구호를 사용하고 있다.

수원이 ‘효’를 강조한 것은 조선조 정조임금과 사도세자의 관계를 함축한 것이라지만 웃음을 나타내는 의성어 ‘하하’에 강한 이미지를 나타내는 느낌표를 두 개씩이나 사용한 것은 또 무슨 의미일까?

반어법 적인 차원에서 보아 강원도 평창이 ‘행복한 700’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 동안 이곳(강원도)이 산간지대에다 고지대여서 사람이 살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보이는 데 해발 700미터라는 지리적인 결점을 가장 쾌적함을 느끼는 고도가 700m라는 의미와 함께 그런 지역에 많이 놀러오라는 의미로 전환시킨 역 발상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구호가 꼭 필요한 것일까? 물론 꼭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구호라는 것이 부지불식 간에 사람의 기억에 각인되어 그 사람의 행동이나 의식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작용하여 어떤 결과를 얻고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의 필요성 유무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서울이건 수원이건 평창이건 분명한 것은 그들 모두 지금보다 더 나은 도시와 미래를 향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반어법이든 무엇이든 간에 공무원들 스스로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보고있는 것이다.

평택에는 뚜렷하게 떠오르는 구호가 없다. 없는 것인지 모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구호의 필요성 여부를 떠나 우리 평택을 대표하여 내세우거나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으면 싶다.

<평택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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