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학습 사회복지도시 평택을 꿈꾸며…

그 파란만장한 역사와 작지만 강한 나라 대만의 교육
한국에서는 특산 파인애플 케익 ‘펑리수’로 알려진 대만은 한때 한국과 가장 가까운 우방이었지만 1990년 초반 한국의 중국과의 수교, 대만의 단교 선언으로 지금은 정서적 거리감이 있는 나라다. 대만이 동아시아 역사에 그 이름을 드러낸 것은 지금부터 40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16세기 이전까지 대만은 남방에서 이주한 고산족 등이 모여사는 운둔의 섬이었다.
대만은 16세기 초에 이 섬을 서양에 처음 알린 포르투갈에 의해 ‘포모사(아름다운 섬)’으로 불려졌으며 1624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와 일부 땅이 스페인에 의해 점령됐다가, 1662년 명나라 장수 정성공이 이들을 물리치고 20년간 지배했다. 이후 1683년부터 이땅은 청나라가 지배해 대만과 본토에서 마주한 복건성, 광동성에서 사람들이 이주한다. 1894년 청일전쟁에서 패한 청는 대만을 일본에 넘겨주게 되고 이후 1945년까지 일본에 의해 식민지 근대화의 길에 들어선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고 얻은 자유도 잠시, 1949년 장제스 총통의 국민당군이 대륙에서 들어와 국민당 정부를 세우고 이후 40년간 계엄령하에서 장징궈 총통시대인 1980대 중반까지 개발독재를 추진하다가 민주화를 거쳐 현재에 이른 나라다. 400년간 고산족등 원주민에 민남인, 객가인등 이주민과 청나라의 지배, 다시 일본의 지배, 국민당의 지배등을 겪으면서 민족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살아온 곡절의 역사를 가진 나라가 바로 대만이다.
국민교육의 중요성을 헌법에 명시하고 실천해온 나라
한국은 대만의 성공에서 많은 지혜를 얻었다. 장제스 총통시대 대만식 성공으로 알려진 토지개혁의 성공과 국가주도의 강력한 경제건설 계획은 한국의 경제발전에도 크게 영향을 주었다. 1970년대 한국 헌정사의 커다란 불행이었던 유신헌법도 대만의 강력한 총통제를 모방하는 과정에서 구상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대만은 1968년에 한국보다 20년 이상 일찍 중학교 의무교육을 실시했다. 장제스 총통 최대의 업적이 의무교육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대만의 현재 대학생 1학기 등록금은 3만 NTD(대만달러)로(원화 120만원 정도) 한국의 25% 수준이다. 대만은 헌법에서 국민의 교육 받을수 있는 기회가 평등하다는 것을 적시하고 있고, 6세에서 12세까지 취학연령 아동은 모두 기본교육을 받아야하며, 학비를 면제하고 특히 평생교육과 관련해서 기본 교육을 받지 않은 국민은 모두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인문해교육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원이 2006년부터이고 23세이상 성인에 대한 초등학력 인정을 위한 교과서 개발과 학력인증이 2010년 이후인 한국과는 달리 헌법에 기본교육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헌법 제164조에 교육, 과학, 문화경비가 중앙정부는 총예산의 15%, 성정부는 총예산의 25%, 시와 현은 총 예산의 35% 이상을 배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독서율과 출판보급율이 걸맞게 국가가 각 지역교육의 균형발전과 평생교육 추진의 중요성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결 볼 대목이다.

대만 최대 국립대만대 도서관을 찾아가다
대만의 평생교육 현장답사로 처음 찾아간 곳은 수도 타이베이시에 있는 야자나무가 가득한 국립 대만대학교다. 대만대는 북경대, 서울대, 동경대, 홍콩대 등과 함께 아시아 최고의 명문 대학이다. 이 학교 자원봉사단의 일원으로 곧 한국의 성균관대 교환학생으로 올 예정인 대만대 영문과 여학생의 설명으로는 이 야자수가 학교의 상징 나무라고 했다. 대만대학교의 면적은 대만의 100분의 1이고 아주 넓다고 한다. 그래서 자전거가 필수다. 탐방한 날에도 학교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탄 학생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대만대 교정은 시민들에게도 개방적이어서 주말에는 산책을 오는 가족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대만대학교는 1928년 대만 제국대학교로부터 시작된다. 일본으로부터 해방 된 이후 국립대만대학교로 그 이름을 바꾸었다. 대만은 한국과 달리 식민지 근대화에 대해 긍정적이고 일제의 지배가 대만 발전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과거 일본 식민지시대의 건축물을 보전 활용하고 있고 대만대학 내에서도 일제시대의 건축물들이 다수 보전 활용돼고 있다. 대만대 교육의 상징건물로 대만에서 가장 크다는 도서관을 찾았다.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도서관 1층은 로비형식으로 다양한 자료를 쉽게 찾아볼수 있게 돼있었다. 40만권이 넘는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도서관이 대체로 좁은 로비에 공급자 중심으로 사무실 등이 위치한 경우가 많은 것과 달리 개방적인 로비에 다양한 자료들을 둘러보니 순간 저절로 책을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 같다. 실제로 대만 사람들은 책을 아주 좋아한다고 들었다.
미국 실용주의 교육철학자 듀이는 학교의 구성요소로 교실, 급식실, 운동장과 함께 도서관을 꼽았다.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도서관이다. 로비에는 서재 재현 형식으로 세익스피어 관련 기념도서를 영상과 함께 전시하고 있다. 책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일깨우고 있고 특히 인상적인 것은 1층에 중국역대 주요 역사사료실을 배치하고 있어 고전 교육의 중요성 홍보에 대한 학교의 의지를 읽을수 있었다. 국립대만대의 넓직한 도서관, 풍부한 자료실과 학생들의 학습열, 관련 교육 연구시설, 학생복지시설 등을 돌아보며 교육을 국가주요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는 작지만 강한나라 대만의 또다른 힘을 느낄수 있었다.

고령 사회와 대만 사회복지 성인교육정책의 과제
다음으로 답사한 곳은 대만 중동부에 위치한 타이중시에 있는 ‘차오양 과학기술대학교’다. 사회공작부 소문고 교수로 부터 ‘대만 노인복지 정책’에 관한 간략한 설명을 들었다. 대만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노령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대만은 65세 인구가 7%를 차지하는 1993년 이미 고령화 사회를 지나 2018년이면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는 2025년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보다 6년 먼저 고령화사회로 갔다.
이에 따라 현금식 복지체계로 퇴직금과 같은 직업연금, 사회보험과 같은 법정연금, 사회약자 지원을 위한 사회구조와 같은 3개의 현금지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농민보험은 1995년, 노공보험은 2018년, 군인교원연금은 2014년부터 각각 재정 적자가 발생했다. 직업별 불평등도 심화돼 군인과 교원등은 소득대체율이 90~100%로 높은 편이나 노동자는 50~60% 수준에 불과하다.
복무식 복지지원 체계는 건강한 노인의 경우는 지역사회 공동체 프로그램을 2005년부터, 2015년부터는 고령일일위탁 프로그램을, 거동이 불가능한 분들은 2008년부터 10년 장기 요양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재정관련 대책으로 현집권당인 민진당은 세수 확대를, 야당인 국민당은 보험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나 5월 정권교체 이후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미지수다. 노령자 돌봄을 위해 대만에서도 외국인 노동자의 수가 많아지고 있다. 1990년대 초에 60여 명 수준에서 2015년 현재 22만400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고 이로 인한 문제점도 심각하다. 복지지원에서 향후 과제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연금등 현금지원은 재정 적자 해소와 연금지급이 사회정의를 이룩하고 세대갈등을 어떻게 해소할수 있는지와 노인의 활동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보조인구의 감소와 노인의 자립활동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한다. 특히 집안에 있는 노인을 돌보는 인력은 대부분 동남아시아에서 이주한 노동자들이 맡고 있어 의사 소통의 문제와 인권 침해등의 사례가 자주 발생하여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고 한다.

대만 노인 평생교육의 과제와 ‘노인유치원’
은발산업관리과 장군여 교수는 대만의 노인 평생학습 정책과 차오양대학교의 노인평생학습 프로그램의 하나인 ‘노인유치원’ 사례를 소개했다. 빠른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대만에서도 여러 부처를 중심으로 노인 평생교육 기구를 구성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약령대학’과 ‘약령학습센터’, ‘사구대학’을, 타이중시 사회국에서는 ‘장청학원’과 ‘장청괘락학당’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 약령학습센터는 2008년부터 전국 100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약 47만명이 혜택을 보고 있으며, 2015년에는 4배 증가해서 313개소 188만명이 참여하고 있다. 55세 이상을 학습대상자로 하고 있다. 2014년 현재 대만인의 평균수명은 여성 83세, 남성 77세이며 노령화에 따른 인지능력의 저하, 핵가족화, 노인 고독인구 증가, 주간위탁 희망 노인도 증가하고 있다.
대만에서도 성인평생교육 프로그램 참여의 장애요인으로 저녁시간 강의의 부족, 프로그램의 질 문제, 강사의 자질 등이 장애요인으로 꼽히고 있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평생학습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국가와 자치단체 차원의 노력이 진행중이다.
차오양 대학의 노인유치원은 거동 가능 노인가운데 자녀가 직접 이곳까지 데리고 오고 퇴근시에 집에 데려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7시 30분부터에 9시까지가 입교 시간이고 9시부터 9시 30분까지 온열 안마를, 10시까지 신문 구독을 11시 30분까지 건강 촉진 프로그램을하고 12시 30분까지 식사를 하며 식사때는 자녀가 함께 할수도 있다. 이후 2시까지 수면을 취하고 3시까지 걷기 등의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하며 4시 30분까지 오락, 수공예, 요리교육, 지식학습 등 다양한 주제 활동을 하고 5시에까지 글씨 쓰기와 자유활동을 하다가 6시에 자녀가 집으로 모셔가는 프로그램이다. 한달 이용비용은 이 사업이 자치단체 보조사업으로 약 4천 NTD(대만달러/한화 약 15만원)로 저렴하다. 이곳에는 오전 시간을 활용해서 학습중심으로 운영하는 교육프로그램도 운영중이며 이 노령학습자에대한 관리는 이 대학 실버산업학과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답사를 통해 한중일은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사회라는 노인문제에 공통으로 직면해있고 대만의 경우도 건강한 노년보내기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평생학습정책을 도입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특히 대만의 노인 유치원은 아동유치원의 개념에서 역발상을 통해 노인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례로 향후 한국의 노인대상 평생학습 사회복지 프로그램 운영에도 참조 사례가 될만한 것이다.

황우갑 시민기자
평택시민아카데미 회장
숭실대 일반대학원 평생교육학 박사과정 재학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