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신원영 군을 잊지 않도록 노력할 것”

학대로 벼랑 끝에 내몰린 아동 위한 법안 마련‘ 시급’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아동학대는 적극적인 가해행위뿐만 아니라 소극적 의미의 방임행위까지 아동학대의 정의에 명확히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전 실종인줄 알았던 신원영 군이 유기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경찰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신 군의 소재를 찾기 위해 노력하던 중뒤늦게 친부와 계모의 학대로 사망한 뒤 암매장된 사실이 밝혀지며 수많은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신 군이 가혹한 학대를 받으며 사망에까지 이른 것은 전적으로 친부와 계모에게 그 책임이 있지만 책임과 기능을 다하지 못한 지역사회와 제도권 기관들도 책임을 완전히 면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원영 군이 살던 집과 불과 3분 거리에서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됐을 때의 먹먹함은 말로 다 표현 못해요”라며 입을 뗀 류정화 평택안포맘 매니저는 거듭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는 말로 아픈 마음을 표했다.

평택지역의 엄마와 예비엄마들로 이루어진 평택안포맘 카페는 가입자 수가 1만여 명을 웃도는 평택의 대표적인 커뮤니티로 손 꼽힌다. 이들은 지난 14일 원영 군이 살던 집과 사망 후 암매장된 야산에서 벌어진 친부와 계모의 현장검증에 모습을 나타냈다. 누가 모이자고 한 것도 아닌데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더니 약속이나 한듯이 모두 인근 가게에서 락스를 구해왔다. “엄마의 마음인거죠. 원영이의 계모가 화장실에 가두면서 찬물과 락스를 뿌렸다는 뉴스를 듣고 모두 분노했고 계모와 친부에게 락스세례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마음이 생겼나봐요. 슈퍼마켓 사장님은 돈도 받지 않고 락스 30병을 내어주셨어요.”

현장검증에서 계모와 친부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 이들은 “우리 사회가 이 아픈 사건을 잊지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죄 값을 단단히 치르게 하기 위해 17일부터 서명운동에도 들어갔다고 밝혔다. 제2, 제3의 원영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잘못된 제도는 고치고 어른들이 자신 주변의 아이들만이라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류 매니저는는 “어른들이 내 주변 아이 몇 명이라도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세심하게 관찰한다면 이런 노력들이 모여 학대받는 아동들을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 매니저는 “원영이 같이 학대받는 아이들이 잠시라도 몸을 피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해요. 주변에 노인과 청소년을 위한 복지시설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아동을 위한 시설은 좀처럼 볼 수가 없고 있다하더라도 부모 소득기준 등의 여러가기 제도적 한계들로 인해 상당수의 아이들이 시설을 이용할 수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복지와 관련된 사회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러한 기준들로 인해 사각지대가 생겨서는 안된다는게 류 매니저의 생각이다. “지금 사회적인 구조는 힘 없는 아이들이 계속해서 학대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죠. 아이들도 위험을 감지할 수 있고 공포심도 느낄 수 있어요. 아이들이 부모들에게 공포를 느꼈을 때 몸과 마음을 의지할 만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요.”

류 매니저는 “우리 사회의 미래인 아이들은 정말 소중한 존재”라며 “이들이 집이 무섭다고 느끼고 배고픔을 느끼는 상황이라면 합법적이고 시기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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