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전 추억을 찾아온 평택

“시간은 흘러 다시 돌아오지 않으나, 추억은 남아 절대 떠나가지 않는다”는 글귀가 있다. 36년 전의 기억을 찾아서 평택을 다시 찾아 온 주한미대사관 마크 캐닝(Mark Canning) 1등 서기관을 만났다. 1990년 이래로 미국 외교관으로 근무 중이며, 폴란드, 남아공, 잠비아, 중국, 체코, 헝가리의 미국외교공관에서 근무했다.
1979년부터 1980년 초반까지 1여 년간 평택 안정리 주한미군기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그는 빛바랜 오래된 사진을 휴대폰에 저장해 간직하고 있었다. 사진 속 인물은 당시 안정리 미군기지에서 함께 근무했던 장 씨, 일명 캡틴 장이라는 동료라고 한다.
그는 캡틴 장과 짧은 시간 많은 추억을 쌓았다고 전했다. 캡틴 장을 비롯해 한국 동료들과 송탄미공군기지(K-55) 근처로 서양식 레스토랑에서 종종 밥을 먹으러 가기도 하고 서울, 수원, DMZ, 강화도 등 여행도 같이 다녔다고 한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하면서 평택이 참 많이 바뀌었다고 평택을 다시 찾은 소회를 밝혔다. 무엇보다 평택 시내에 있는 ‘스타벅스’가 눈에 띈다고 말한 그는 36년 전 안정리에서는 커피를 거의 마실 수 없었다며 오직 PX(군부대 기지 내의 매점)에서 한 달에 한 병 구입이 가능했었다고 말했다. 또한, 서양식 레스토랑을 찾으러 송탄미공군기지를 찾지 않아도 당장 이 옆에 있는 서양식 레스토랑만 가더라도 맛이 훌륭할 것이라며 평택의 많은 것들이 현대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한국은 과거에 훨씬 덜 발전된 모습이었다. 인터넷이 없었고, 휴대폰도 없었다. 스타벅스 역시 없었으며, 서양식 레스토랑이나 커피숍도 극히 드물었다. 지하철 또한 없었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포니와 함께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였다. 김포공항은 한국에서 가장 큰 공항이었다.”
평택에 있는 동안 박 씨네 가족과 6개월 정도 함께 살면서 잊지 못할 경험이 많았다고 회상하면서 특히 박 씨네 옆집에서 키우던 돼지의 꿀꿀거리는 소리와 그 지독했던 냄새를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박 씨네 집은 디귿자(ㄷ) 형태의 가옥이었는데 마당에서 종종 고추를 말렸었다고 한다. 그걸 밟지 않기 위해 가장자리로 피해 다녔던 기억도 나고 연탄을 때던 아궁이도 생각난다며, 그의 손자의 백일잔치에도 초대받았었다고 덧붙였다.
그 이후에는 중국집을 운영했던 왕 씨네 집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왕 씨는 중국인이었지만 마침 그 당시 마크 캐닝 1등 서기관은 중국어가 한국어보다 유창했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있어서 훨씬 수월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평택에 오자마자 캡틴 장을 비롯하여 박 씨네 집, 왕 씨네 중국집이 있던 자리에 다시 가봤지만, 흔적도 없이 모든 게 달라져서 찾을 수가 없다며, “그때는 이메일도 없을 시기라 연락을 지속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울퉁불퉁했던 길들이 잘 정비된 만큼 이곳저곳 다시 여행해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마치 새로운 곳에 처음 오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평택에 대한 소감을 말하면서 이렇게 발전한 것에 대하여 평택시민들은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전했다.
